[한국씨티은행 철수]매각 앞두고 대출자산 성장 주력 '밸류 높여라'중기·소호대출 집중, 4% 미만 저금리 취급
고설봉 기자공개 2021-05-31 08:22:09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8일 15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씨티은행이 매각을 앞두고 집중적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선 모양새다. 대출금리를 파격적으로 낮추고 중소기업대출과 개인신용대출 등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과거 자산성장보단 수익성 추구에 집중해왔지만 올해는 매각이란 변수 때문에 대출 전략을 대폭 수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매각 밸류에이션 높이기'에 중점을 두고 있는 모양새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국내 주요 은행 가운데서도 한국씨티은행의 자산 성장세가 유독 가팔랐다. 주요 시중은행 일부 영업점에선 고객들의 한국씨티은행으로의 대출 갈아타기에 골머리를 앓을 정도였다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 서울 중부권에 위치한 A은행 지점은 지나달 150억원의 중소기업대출을 한국씨티은행에 빼앗겼다. 오랫동안 거래해왔던 고객이 금리 등의 이유로 한국씨티은행 대출상품으로 갈아탔기 때문이다.
또 다른 B은행의 서울 동부권 지점에선 올해 들어 다달이 중소기업 및 소호대출 여러 건이 한국씨티은행으로 넘어갔다. 금리 등이 주된 이유였다.
B은행 지점 관계자는 “과거에는 금리 등 조건에서 씨티은행이 중기나 소호 대출에서 경쟁력이 없었는데 올해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며 “서울 동부권에는 씨티은행 내에서 비교적 규모가 큰 대형점포가 포진해 있고, 금리가 많이 내려가면서 고객들을 일부 흡수한 것 같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한국씨티은행과 대출 경쟁을 벌이던 영업점들은 모두 한국씨티은행의 대형점포들이 위치한 곳 인근에 있는 곳들이었다. 한국씨티은행은 서울 중부권에 용산지점을, 서울 동부권에는 잠실월드지점을 각각 두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2017년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영업점 대형화 및 전문화 전략을 펼쳤다. WM(자산관리)센터를 늘리고 대출영업 전문 여신영업센터를 신설했다. 영업점을 대형화해 소수 지점만 남기는 대신 전문성에 방점을 둔 '소수정예' 전략으로 버텨왔다.

은행연합회 경영공시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올해 들어 중소기업대출금리를 낮추고 적극적으로 대출 확대에 나섰다. 올 1월부터~4월까지 중소기업대출 금리 구간별 취급비중을 분석해 보면 한국씨티은행은 은행연합회 소속 16개 은행들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4%미만 금리 대출을 실행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전체 대출액 100% 가운데 4%미만 대출 비중이 96.8%를 기록했다. 시중은행 가운데 비슷한 수치를 보인 곳은 하나은행(94.7%)과 NH농협은행(94.4%) 뿐이다. 다만 이들 모두 한국씨티은행에 비해 최소 2.4% 포인트 이상 비중이 낮았다. 유일하게 비중이 높았던 곳은 SC제일은행(98.1%) 뿐이었다.
예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보면 한국씨티은행이 올해 얼만큼 저금리 대출에 집중했는지 알 수 있다. 지난해 1월부터~4월까지 중소기업대출 가운데 4%미만 금리 대출 비중은 92.1%에 그쳤다. 2019년엔 이 비율이 76.1%를 기록했다.
개인사업자대출도 마찬가지 추이를 보였다. 올 1월부터~4월까지 한국씨티은행이 취급한 개인사업자대출 가운데 4%미만 금리가 적용된 대출은 96.7%였다. 이 비율이 한국씨티은행보다 높은 곳은 NH농협은행, 하나은행, 스텐다드차타은행 뿐이었다. 또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엔 이 비율이 91.6%를 기록했고, 2019년엔 73.2%로 낮았다.

이처럼 한국씨티은행이 매각을 앞두고 적극적으로 자산성장에 나선 것은 매각을 위한 전초작업이란 분석이 나온다. 매각가 협상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대출채권을 늘려 몸집을 키웠다는 얘기다.
특히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2018년 1분기 이후 수 년간 전분기 대비 대출채권 증가율은 거의 모든 경우 감소세를 보였다. 기존 대출채권 규모가 적은 만큼 단기간 대출을 늘릴 수 있는 여력도 충분했다는 평가다.
2018년 1분기 이후 한국씨티은행의 대출채권 규모는 24조원 안팎에서 감소와 소폭 증가를 거듭해왔다. 전분기 대비 증감률은 2019년 4분기부터 지난해 2분기까지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부터 한국씨티은행은 대출자산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23조5614억원, 지난해 4분기 24조3726억원 등 매 분기 3% 중반대 성장을 기록 중이다. 올 1분기 대출채권 총액은 24조3116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0.25% 감소했다. 하지만 2018년 이후 1분기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대출에서 금리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30bp 이내면 거래가 유지되거나, 다른 조건 등을 추가해 차주를 붙잡아 둘 수 있지만 그 이상 차이가 나면 이탈률이 엄청나게 높아진다"고 말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단기간 저금리 제공을 통해 대출채권을 크게 늘린 만큼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수익성 면에서 우려가 커진다. 금리가 낮아 이자수익의 큐모가 크지 않다는 진단이다.
더불어 이미 대출금리를 낮춰 마진율이 줄어든 상황에서 향후 이 자산을 인수하는 금융사가 그대로 이 대출채권을 유지할지도 미지수다. 또 대출금리를 올리는데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당장 낮은 금리를 좇아 차주가 이탈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한국씨티은행의 대출자산 확대가 향후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알 수 없다"며 "매각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도 있지만, 역으로 수익성 저하에 따른 가치 하락으로 협상에 난항을 겪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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