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환유예 리스크 진단]'이자만 2000억 밀렸다' 부실 뇌관 불붙나②은행권 "대출원금 수조원, NPL 분류 안된 여신 걱정" 목소리
고설봉 기자공개 2021-09-17 13:30:06
[편집자주]
금융당국이 코로나19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3차 연장을 시사했다.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한다는 명분이다. 문제는 지원 주체인 민간은행들은 이로 인한 부실 리스크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수 은행이 부실여신을 정상여신으로 분류해 떠안는 상황이 장기화되자 리스크 관리에 허덕이고 있다. 과연 그 리스크는 어느 정도인지 면밀히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5일 16: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코로나19 금융지원 프로그램’이 이날 3차 재연장 되면서 금융권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미 지원 규모가 222조원을 넘어서면서 금융회사들이 떠안아야 하는 리스크 총량도 더 커진 상황인데 이를 고스란히 안은 채 반년을 더 버텨야 하기 때문이다.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이자유예한 규모만 2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자도 내지 못할만큼 부실화한 대출금의 실제 규모는 수조원으로 불어날 수도 있다. 프로그램이 종료할 때에는 부실이 대거 터져 금융시장에 대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이연된 잠재 리스크, 왜 금융사가 다 떠안아야 하나
15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소상공인·금융지원 당정협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통해 "만기연장·상환유예를 내년 3월까지 연장하는 동시에 향후 질서 있는 정상화를 위해 보완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4월 1일 시작됐다. 한시적으로 지나해 9월 30일까지 운영하기로 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한차례 연장됐다. 올 9월 30일 종료를 앞두고 있었지만 또 한번 연장되면서 내년 3월 말까지 시행된다.
당장 금융권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이미 1년이나 상환을 유예한 여신에 대해 또 다시 연장 해주는 것은 잠재 리스크를 키우는 것이란 지적이다.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차주는 돕는 것이 아니라 부실을 음성화시키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금융지원 프로그램 지원대상인 차주의 신용도나 부채 상환 능력이 저하된 상태로 실제 부실이 이미 내재화 됐다는 분석이다. 현재 정부와 금융당국의 정책적 권고로 금융사들은 유예 프로그램을 신청한 여신들에 대해선 정상여신으로 분류하지만 이는 사실상 연체가 발생한 부실여신으로 봐야한다.
이번 프로그램의 지원대상은 코로나19로 인해 직·간접적 피해가 발생한 소상공인이다. 연매출 1억원 이하 업체는 별도 증빙을 내지 않아도 신청이 가능하고, 1억원 초과 업체는 POS자료나 VAN사 매출 자료 등 매출 감소 입증자료를 내면 신청할 수 있게 돼 있다. 또 연체가 발생했더라도 신청일 기준 모든 금융회사의 연체를 해소한 경우와 지난해 1월 이후 일시 휴업중이신 경우에도 지원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러한 지원 기준 때문에 오히려 부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실상 부채상환 능력이 크게 상실된 차주까지도 지원대상에 포함시키면서 금융사들의 대출자산에 리스크가 크게 내재화 됐다. 향후 유예 프로그램 종료 뒤 한번에 부실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금을 상환하거나 이자를 낼수 있는지 여부 등 차주의 신용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한데 현재 유예 프로그램을 신청한 차주에 대해선 사실상 이러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며 “차주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이른바 깜깜이 여신이 늘고, 그에 따른 리스크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대거 불어난 이자, 시한폭탄된 중기·소호대출
금융위 집계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금융권의 금융지원 프로그램 지원 규모는 총 222조원에 달한다. 대출만기연장 209조7000억원, 원금상환유예 12조1000억원, 이자상환유예 2000억원 등이다.
이 가운데 대다수는 은행을 통해서 지원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금융업종별 지원규모에 대해선 발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시중자금의 대부분이 은행을 통해 공급되고, 실제 여신 규모 면에서 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금감원 통계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은행, 보험사,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탈사 등에서 취급한 중소기업 및 소호 대출(카드사와 캐피탈사는 가계대출 제외한 장단기 대출금)의 총액은 1358조381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92.44%가 은행에서 공급한 대출이었다.
결국 이번 금융지원 프로그램 3차 연장으로 가장 부담을 느끼고 있는 곳은 은행이다. 특히 은행들은 원금상환 유예에 대해선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하지만 이자상환 유예에 대해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자상환 유예된 여신은 실제 부실이 발생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자상환 유예는 전체 지원액의 0.1%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이자상환 유예가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자상환 유예 금액은 2000억원이지만 대출원금으로 보면 부실여신은 수조원 규모로 확대된다. 수조원 연체를 은행권이 떠안고 있다는 뜻이다.
2019년 12월 실행된 은행들의 중소기업대출 평균금리는 최저 2.86%(산업은행)~최고 3.8%(제주은행)를 기록했다. 보증서담보대출을 기준으로 취급된 대출들이다. 대출자산 규모가 가장 많은 KB국민은 평균금리 3.70%, 신한은행은 3.3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보증서담보대출 기준 은행들의 소호대출 평균금리는 최저 2.90%(산업은행)~최고 4.0%(전북은행)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 3.57%, 신한은행 3.14%를 각각 기록했다.
은행들의 평균금리를 기준으로 중소기업과 소호 대출에 적용된 평균금리를 3.5%라고 가정했을 때, 2000억원이란 이자에 대한 원금은 5조7143억원으로 추정된다. 다만 총 유예된 이자의 누적 규모가 2000억원인 만큼 실제 원금은 이보다 작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2000억원 이자 연장에 대해서 리스크 관리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이자조차 낼 수 없다는 것은 그만큼 차주의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자 2000억원 넘어에 있는 원금 5조7143억원이 부실화된 여신이라는 분석이다.
현재는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정상여신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고정이하여신(NPL)인 셈이다. 이는 곧 시한폭탄의 크기가 최소 5조원을 훌쩍 넘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자조차 낼 수 없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어려운 것이고, 이는 원금 자체도 스트레스가 높아져서 부실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은행권을 통틀어 정상으로 분류돼 있는 중소기업 및 소호 대출 가운데 최소 수조원은 사실상 NPL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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