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M&A 잔혹사]금호그룹 '독이 든 성배'를 들다①무리한 인수 탓 재무 부담 가중, 전사적 위기 트리거
김경태 기자공개 2021-12-29 08:00:35
[편집자주]
대우건설 M&A 역사는 ‘파란만장’ 그 자체다. 대우그룹 해체 이후 수 차례 매각 절차를 진행했고, 그 때마다 비극과 희극이 연달아 벌어졌다. 대한민국 기업사를 관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벨은 지난 대우건설 M&A의 발자취를 살피고 최근 새 주인이 된 중흥그룹 체제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2월 27일 10: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건설은 IMF외환위기 이후 대우그룹이 공중분해 되면서 파란만장한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2000년대 중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추진한 매각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승자가 되면서 새 주인을 맞이했다.금호아시아나그룹은 외형 확장을 위해 대우건설을 인수하고 장밋빛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하면서 양측 모두에게 독으로 작용했다. 오래 지나지 않아 대우건설은 다시 국책은행의 관리를 받게 됐다. 국내 M&A 역사에서 '독이 든 성배'의 표본이 되고 말았다.
◇금호그룹의 '영광과 좌절' 만든 대우건설 M&A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은 인수자와 피인수기업 모두에게 성장의 계기가 되면서 일자리를 더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고용창출 등을 통한 '아름다운 기업'을 지향하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인수하는 게 가장 맞다고 봅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2006년 2월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를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그는 그룹 차원에서 건설을 주력업종으로 키워야겠다고 판단했다며 대우건설 인수전 필승 의지를 내비쳤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결국 그해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에서 새 주인으로 선정됐다. 같은해 11월 대우건설 채권단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지분 72.1% 인수금액은 총 6조4255억원에 달했다.
대우건설을 품으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최전성기가 오는 듯했다. 2006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순위에서 자산총액 기준 11위(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였는데 대우건설을 품으면서 순식간에 재계 7위 그룹으로 도약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우건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몰락하는 트리거가 됐다. 인수 당시에도 무리한 대우건설 M&A가 독배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은 제기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품기 위해 대규모 차입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미래에셋, 팬지아데카, 티와이스타, 국민은행, DKH, 칸서스 등 다수의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약 3조5000억원 가량을 동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자력으로 조달한 2조9000억원보다 많았다.
여기에 FI 측과 맺은 풋옵션 조항도 독으로 작용했다. 대우건설 주가가 하락할 경우 손실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주가 관리 등을 위해 2007년 서울역 대우빌딩(현 서울스퀘어)를 모건스탠리 부동산운용 부문에 매각했다.
대우건설에 이어 대한통운 M&A까지 추진하면서 점차 위기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M&A 과정에서 대규모 차입을 일으킨 탓에 매달 수백억원씩 발생하는 이자 부담이 가중됐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치면서 대우건설과의 결별을 재촉하게 됐다.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인수 3년만인 2009년 대우건설을 다시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아무나 품을 수 없다" 각인, 험난한 주인 찾기 예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는 국내 M&A 역사에서도 결정적인 순간으로 꼽힌다. 한 대기업집단의 흥망성쇠를 만든,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사례였기 때문이다. 또 무리한 M&A 추진은 '승자의 저주'에 빠져 그룹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점도 교훈으로 남겼다.
동시에 국내 최정상급 건설사인 대우건설은 '아무나 품을 수 없는' 매물이라는 인식을 각인시켰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을 인수하던 시기 재계 11위에 랭크된 대기업집단이었다. 대우건설은 21위였다. 인수금액과 구조 등을 종합하면 무리한 측면이 있기는 하나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프레임이 완전히 들어맞지는 않았다.
더구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건설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건설업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대기업조차도 휘청거리게 만들 정도로 대우건설은 버거운 존재였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떠난 뒤에도 대우건설의 새 주인 찾기가 험난할 것이라는 점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었고 이는 현실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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