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3월 24일 07시5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린 어떤 회사를 매각했는지 공개하지 않습니다. 세부 내용을 밝혀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지난주 코스피 상장기업 A를 취재하던 중 다소 황당한 경험을 했다. 앞서 발표된 2021년 실적 공시에서 흑자전환의 요인으로 기재한 '자회사의 매각'에 대해 질의했더니 위와 같은 답변이 되돌아왔다. 관련한 내용은 과거에 발표한 공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순 있다. 하지만 단순히 어떤 자회사를 매각했는지가 아닌 시장 안팎의 돌아가는 사정들을 들려주길 기대했던 만큼 회사 측의 태도는 매우 폐쇄적으로 느껴졌다.
반대로 이런 경우도 있다. 답을 알고 있지만 입을 닫는 게 아닌, 정말 몰라서 답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 연락한 상장사 B의 IR 담당자는 대부분의 질문에 "글쎄요…",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요" 같은 애매모호한 답변을 되풀이했다. 가뜩이나 매출도 나오지 않는 B사의 방향성과 지속성이 의심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상장사는 이해관계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투명하고 정확하게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다. IPO를 통해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만큼 그에 상응하는 정보 제공에 대한 책임이 뒤따른다. 현행 거래소 규정에서도 상장사가 공시책임자와 공시담당자를 지정해 거래소에 등록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기업 안팎으로 동일한 정보가 흐르도록 해 회사와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되는 이가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실제로는 내부의 좋고 나쁜 면을 밖에선 속속들이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조금이라도 불리하게 작용하는 질문일수록 IR 담당자는 잘 알지 못한다며 회피해 버리기 일쑤다. 이들은 "당시 입사하기 전이라 사정을 모른다"고 둘러대거나 기존에 발표한 공시 내용을 참고하라는 단순한 안내만 반복한다. 특히 요즘같이 주주총회 준비 기간과 겹치면 담당자의 부재로 회사 측과 소통하는 것부터 어려워진다. 투자자의 경우 회사와 관련한 사안을 검증하고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통로가 막힌다.
이같이 외부 투자자 대응이 소극적인 기업일수록 내부에서의 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언급한 상장사 A의 경우 재직 중인 한 직원은 직장인 커뮤니티에 "회사는 본 사업을 챙기기보다 M&A에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는 평을 남겼다. 실제 A사는 기존 사업의 수익성이 둔화하면서 관계사를 사고파는 과정을 통해 영업손실을 메우는 편이었다. 해당 직원은 업무와 연관이 없는 다른 관계사 직원들과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는 것도 불만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결국 기업이 투자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그 기업의 성장 가능성이 판가름 난다. 외부 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기업은 내부 구성원들과도 화합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이는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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