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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쉬 출신' 은석현 전무, '텔레매틱스' 글로벌 톱티어 안착 [LG전자를 움직이는 사람들]⑥구광모 '외부수혈·젊은인재' 비전 대표주자…유럽 완성차 인포테인먼트 수주 봇물

손현지 기자공개 2022-04-14 13:44:41

[편집자주]

구광모 체제 이후 LG전자가 숨겨진 야성을 드러내고 있다. 가전명가(名家) 타이틀 대신 '모터스 LG'로 거듭나기 위한 포트폴리오 개편 작업이 한창이다. 적자를 지속하던 스마트폰, 태양광패널 사업을 과감하게 접고 전장과 로봇 등 신사업으로 축을 옮기고 있다. '뉴LG' 비전을 품고 빠르게 변화하는 LG전자의 핵심 경영진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4월 12일 10: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전제품에 올인하던 LG전자에게 전기자동차 전자장치 부품(전장)사업이란 그야말로 '가보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모터스 LG'를 꿈꾸는 구광모 회장은 막대한 투자를 쏟아부으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LG전자 전장사업의 한 축인 'VS사업본부'를 이끄는 은석현 전무(사진)는 구광모 회장의 '믿을맨'으로 급부상 중이다. 독일파 출신의 젊은 임원이지만 틀에 갇히지 않은 영업전략으로 글로벌 완성차 내에서 LG의 두터운 입지를 쌓아나가고 있다. 최근엔 텔레매틱스 분야에서 독일 차량 부품사 콘티넨탈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해 주목된다.

◇17년 '보쉬' 지기에 내린 LG의 특명…"수주조건 개선, 젊은 조직문화"

은 전무는 순혈주의가 강한 LG그룹 내 눈에 띄는 외부인사다. 1967년생으로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와 석사를 졸업했다. 자동차부품사업의 본고장이나 다름없는 독일 보쉬(Bosch)에 본사에 입사해 17년간 현지 본사, 한국·일본 지사에서 기술 영업마케팅 업무를 수행했다.


LG전자에 합류한 건 2018년 11월이다. 구광모 회장이 직접 VS(Vehicle component Solutions)사업본부로 스카웃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LG전자의 VS사업본부는 2013년 사업을 시작한 뒤 5년이 지나도록 흑자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었을 때였다.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적자폭은 확대됐다.

구 회장은 LG그룹 내 시너지팀 근무 당시 오랜 미국생활로 4차산업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었다. 자동차전장, 디스플레이, 에너지 등 신사업 분야에서 글로벌 넘버원이 되기 위한 이전과는 다른 '한 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구 회장의 솔루션은 '영업역량' 확대였다. 당시 VS사업본부는 매출확대에만 초점을 둔 '저가수주' 전략 기조가 자리잡았다. 글로벌 1위인 텔레매틱스를 제외하곤 전기차 구동부품, 자율주행차 램프 등 대부분 분야에서 경쟁사 하만에 밀리고 있던 탓에 수주를 성사시키기 위해선 저가입찰도 감수해야 했던 것이다.

수주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선 영업역량을 기르는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글로벌 고객사에 대응해 익숙한 인물을 물색하던 중 보쉬코리아 영업총괄 상무를 맡고 있던 은 전무를 영입했다. 은 전무는 자동차부품사업의 본고장이나 다름없는 독일파로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었다. LG전자로 자리를 옮겨 고객 인사이트(Insight) 발굴과 수주, 영업전략을 추진하는 임무를 맡았다. 북미,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완성차 업계와의 파트너십 형성에 주력했다.

은 전무는 2020년 2월 뜻깊은 수상 쾌거도 누렸다. 당시 고객사였던 독일의 프리미엄 자동차 제조사인 다임러 AG(메르세데스-벤츠 모기업)로부터 우수 공급사로 선정됐다. LG전자의 차량용 터치스크린이 인체공학적 인터페이스 형성에 기여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VS사업본부가 신설된 2013년 이후 첫 수상일 뿐더러 글로벌 프리미엄 제조업체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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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2020년 2월 독일 다임러AG로부터 우수공급사로 선정됐다. 왼쪽 아래에 은석현 LG전자 전무
은 전무는 젊은 조직문화 안착 미션도 부여받은 임원이었다. LG전자 한 관계자는 "은 전무 영입 당시 윗선에서 은 전무가 속도감 있게 업무를 추진하도록 권한을 위임했다"며 "눈치 보지 않고 소신있게 일에 전념할 것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핵심 사업본부장 4명 중에서도 나이가 가장 어리다. 구 회장이 '뉴LG'를 지향하며 보수적 경영색채를 지우고 젊은 조직문화를 안착시키는 과정에서 선임한 파격 인사였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성장 주도

LG의 전장사업은 VS사업본부(인포테인먼트), ZKW(램프), LG마그나(전기차모터) 등 3개 축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 중 은 전무는 VS본부 수장으로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제품(텔레매틱스, 네비게이션, 디스플레이) 경쟁력 확보에 집중한다.

특히 주력한 건 '텔레매틱스' 시장이다. 텔레매틱스(통신+정보과학)란 위치 정보와 무선 통신망을 이용해 자동차 운전자에게 교통 안내, 동승자에게 인터넷·영화·게임 등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량용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총칭한다. 자율주행차나 전기차 등이 5G통신 기술을 통해 하나로 연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장 필수적인 부품 분야로 여겨진다.

텔레매틱스 분야는 본래 LG의 강점이기도 했다. LG전자는 2004년부터 일찍이 미국 퀄컴과의 협업으로 자율주행차의 핵심부품인 '5G(5세대 이동통신) 커넥티드카 플랫폼' 개발에 착수했다. 2016년부턴 인텔과 손잡고 5G기반의 텔레매틱스 연구개발(R&D)에도 나섰다. 제너럴모터스(GM) 등과 개발 파트너십을 형성해 현재는 독일 콘티넨탈과 1위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은 전무는 텔레매틱스 시장장악력을 끌어올렸다. LG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19년 17%에서 작년 말 24.2%로 확대돼 콘티넨탈에 빼앗겼던 1위 자리를 1년 만에 탈환했다. 5G 텔레매틱스 통신 모듈 시장에선 전 세계 5G 특허 표준 승인의 약 10%를 차지하며 세계 2위의 우위를 확보한 상태다.

그는 한달 전 LG전자 글로벌 뉴스룸을 통해 "LG전자가 보유한 차량용 텔레매틱스 경험과 전문 기술 덕분에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로부터 여러 건의 새로운 계약을 수주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은 전무에게 남은 건 흑자달성 임무다. 최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해보면 영업이익 달성 시점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 VS사업본부의 흑자전환 시점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며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한 현상황의 개선 여부가 걸린 문제"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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