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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알아야 백전백승…'페인포인트' 집대성한 이삼수 부사장 [LG전자를 움직이는 사람들]⑦1호 CDO 임원…전사 데이터 수집·통합체계 정립, AI가전 혁신 기여 임무

손현지 기자공개 2022-04-21 13:30:24

[편집자주]

구광모 체제 이후 LG전자가 숨겨진 야성을 드러내고 있다. 가전명가(名家) 타이틀 대신 '모터스 LG'로 거듭나기 위한 포트폴리오 개편 작업이 한창이다. 적자를 지속하던 스마트폰, 태양광패널 사업을 과감하게 접고 전장과 로봇 등 신사업으로 축을 옮기고 있다. '뉴LG' 비전을 품고 빠르게 변화하는 LG전자의 핵심 경영진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4월 19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광모 LG 회장은 재계 총수들 중에서도 '고객 가치'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CEO로 유명하다. "고객을 감동시켜 LG팬으로 만들자", "답은 고객에 있다" 등 명언을 두루 남겼다. 지난 2019년 신년사 영상에서 고객 언급을 9분간 무려 30회나 한 사건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구 회장의 소신이 고스란히 담긴 'C레벨급' 직책이 있는데 바로 최고디지털책임자(CDO, Chief Digital Officer)다. 신설된 지는 1년이 채 안된, 그야말로 LG의 뉴 비전이 담긴 직위다. 그룹 내에서도 B2C비즈니스와 연관이 깊은 LG전자·LG유플러스·LG생활건강 등 3개 계열사에만 배치됐다.

이들은 LG가 축적해온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고 '고충점'을 해결하는 솔루션까지 도출해야 하는 특별한 역할을 수행한다. LG전자의 CDO를 맡고 있는 이삼수 부사장(사진)은 산업의 과도기 때마다 혁신적 실험을 주저않았던 인물로 유명하다.

◇1세대 음원시장 개척자,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이 부사장은 입사초부터 고객과의 접점에서 활약했던 인물이다. 지난 1996년 LG전자 비디오연구소를 통해 LG와 첫 인연을 맺었다. 사회초년 대부분을 이동통신사인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에서 보내면서 단말기 고객을 위한 서비스 개발에 몰두했다.

2003년 단말데이터사업본부 전략팀장을 지낼 땐, 단말기 사용 고객들에게 휴대폰 벨소리 마케팅을 통해 LG유플러스의 존재를 알렸다. 모바일 커뮤니티 서비스인 '약속방' 뿐 아니라, 벨소리를 무료로 제작해주는 이벤트인 '멜로디는 사연을 싣고'를 직접 기획해가며 고객 확보에 적극 나섰다.

2000년대 디지털 음원시장의 대중화에 앞장선 주역으로도 평가된다. 한창 개정 저작권법이 적용될 무렵이었다. 음반관계자 뿐 아니라 이동통신사들도 음원을 확보하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LG텔레콤은 '뮤직온' 서비스를 내놓으며 이통사 음악대전에 참여했다. 경쟁사인 SK텔레콤은 '멜론'을, KTF는 '도시락'이란 음악서비스를 내놨다.

이 부사장의 포부는 남달랐다. LG유플러스가 통신업계 만년 3위라 할지라도, 음악서비스 만큼은 1등을 해보겠다는 의지로 음악대전에 임했다. 2005년 '뮤직온 뮤직전략팀' 부장을 맡으며 음원 보유량을 130만곡으로 늘렸다. 젊은 고객층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 MP3파일을 벨소리나 노래방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뮤직폰'도 기획했다. 남다른 전략으로 음원업계 판도 변화에 한 획을 그었다.

다음 행보는 '현장'으로 향했다. 2006년부턴 본사를 떠나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북수원점장'에서 지점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북수원점은 한달 고객유치수가 150명에 불과한, 전국 30위권을 맴돌던 대리점이었다. 하지만 이 부사장이 점장으로 취임하면서 전국 1위 매장으로 급부상했다. 강남, 명동, 부산 해운대 등 소위 노른자위 상권에 있는 대리점들 실적을 앞질러 주목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사장과 관련 "그 누구보다 대리점 현장 경험을 중시했던 인물"이라며 "고객의 입맛에 맞게 직원들의 인사 매뉴얼부터 휴대폰 설명법까지 운영 시스템 전반을 수정했으며, 이를 위한 직원들 단합까지 놓치지 않았다"고 평했다.

◇'컨버전스 산실' 스마트가전 혁신주도, DX완성

LG전자에서의 활약상도 남다르다. 컨버전스(convergence) 트렌드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컨버전스란 여러 성능을 하나로 융합해 보다 업그레이드된 전자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획기적인 신제품을 만드는 대신 기존 제품들을 더 스마트하게 만드는 것이다. 스마트가전 탄생의 '주춧돌' 역할을 자처해온 셈이다.

스마트비즈니스센터 전략기획담당 부장(상무) 시절 스마트폰과 가전기기간 연결 시너지방안을 고민했다. 집 밖에서도 스마트폰만 있다면 로봇청소기, 에어컨, TV 등 가전기기들을 마음먹은대로 제어할 수 있는 체계를 구상해나갔다.

2018년부턴 LG사이언스파크의 수장으로 선임되며 LG의 대표 미래기술들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았다. LG사이언스파크는 구 회장이 취임후 가장 먼저 찾았을 정도로 이목이 집중되던 융합 연구단지다. 당시 그룹의 IT 시스템의 90% 이상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을 받는다.

"아무것도 도전하지 않는 것은 실패"

구 회장이 평소 이 부사장에게 강조했던 지침이다. 걸맞게 이 부사장은 DX라는 가보지 않은 길을 두려워하기 보단 도전하는 자세로 임했다. 업무지원로봇 을 도입하고 직원들에게 공정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모해가며 구 회장의 두터운 신뢰를 얻었다.

◇데이터분석 중심에 서다

작년 7월부턴 신설된 CDO직책을 맡고 있다. CDO부문은 LG사이언스파크의 연장선상에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두 기술 융합 연구에 특화된 조직으로 보면 된다. B2C 제품을 통해 축적해온 다양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고, 고객 페인포인트(고충점)에 대한 해결책까지 제시하는 업무를 맡는다.

데이터분석 담당자를 C레벨급 임원에게 맡겼다는 건 구 회장이 그리는 미래 비전에서 빅데이터활용 전략이 중시되고 있다는 점을 유추해볼 수 있다. 평소 고객의 숨겨진 마음까지 읽어야 비로소 'LG 팬'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던 그다. 고객의 필요사항을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AI와 빅데이터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다.

LG그룹 관계자는 "CDO 조직을 통해 전사 데이터 수집, 통합 체계를 정립했다"며 "LG전자, LG유플러스, LG생활건강 등 B2C 계열사들이 보유중인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가치를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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