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소부장 2.0 돋보기]'삼성SDI 올인' 상신이디피, 헝가리 거점 '급성장'①작년 자회사 매출 314억, 1년간 70% 성장…단일 고객사 리스크-신사업 부재 한계
김소라 기자공개 2022-08-10 07:50:39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이후 한국 주식시장은 'BBIG(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 업종이 주도했다. 이 트렌드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전기차 산업 밸류체인 속 2차전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는 코스닥 시총 순위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다. 시장에서 미래 성장성을 인정받았음은 물론 기업의 펀더멘탈이 튼튼하다는 방증이다. 더벨은 최근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로 주식시장이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2차전지 소부장 강소기업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05일 13: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 부품 생산업체 '상신이디피'가 2018년 진출한 유럽법인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핵심 고객사 '삼성SDI'의 설비투자 계획에 맞춰 조기에 거점을 구축한 현지 법인으로 최근 매출 성장세가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SDI에서 유럽 생산 라인 증설을 앞둔 만큼 향후 지속적인 매출 확보가 가능하다는 관측이다.다만 상신이디피가 안고 있는 과제도 있다. 전체 매출액에서 삼성SDI 비중이 약 85%를 차지한다. 나머지 15%가 계열사 간 내부거래 등으로 인한 매출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고객사는 삼성SDI밖에 없는 셈이다. 여기에 지난 2020년 기존 자동차부품사업 정리 후 별도 신사업 추진 계획도 부재해 장기 성장성 확보 측면에서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전기차 향 유럽 생산법인 약진, 고객사 캐파 증설 계획도 긍정적
상신이디피는 최근 자회사 '상신헝가리'에서 빠르게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5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상신헝가리(헝가리법인) 매출액은 지난해 해당 법인에서 발생한 전체 매출액 대비 절반 수준인 156억원을 기록했다. 당분기 총매출액의 24%를 헝가리법인에서 책임졌다. 2020년 186억원에 머물렀던 상신헝가리 매출은 2021년 314억원으로 1년만에 70% 성장했다.
상신이디피의 헝가리 진출은 삼성SDI의 현지 배터리 셀 공장 설립에 따라 이뤄졌다.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에 전기 자동차용 2차전지를 생산하는 공장을 짓고 2018년부터 이를 가동했다. 현재 BMW, 폭스바겐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고객사 사업 흐름에 발맞춰 2018년 현지 법인을 설립,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상신이디피는 2차전지 배터리 외형, 즉 캔(CAN)을 만드는 부품사다. 양극, 음극, 전해액 등 전지 내용물을 담는 금속 용기를 제조하고 있다. 제품군은 크게 휴대폰과 노트북에 들어가는 소형 원형 캔과 전기 자동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쓰이는 중대형 각형 캔으로 나뉜다. 생산 공장은 국내 3곳(수원, 양산, 천안)과 중국 2곳(천진, 서안), 헝가리, 말레이시아 등 총 7곳이다.
헝가리법인의 약진으로 전기자동차 향 중대형 캔 매출 비중도 꾸준히 증가 추세다. 국내와 중국 공장을 통해 일부 중대형 캔 매출에 대응했을 당시 연 300~400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지난해 700억원대로 상승했다. 총매출액에서 중대형 캔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8%에서 올해 1분기 40%까지 늘었다. 삼성SDI가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발 빠르게 중대형 배터리 셀 생산능력(CAPA)을 확대하면서 낙수효과를 누리고 있다.
매년 큰 폭으로 확대되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에 맞춰 양사 모두 관련 설비투자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삼성SDI는 헝가리 공장을 중심으로 증설을 진행, 중대형 전지 캐파를 지난해 말 41기가와트시(GWh)에서 2025년 114GWh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상신이디피도 자금 사정에 맞춰 계속해서 비유동자산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유형자산 취득을 위해 전년대비 3배가량 증가한 350억원을 지출했다.
◇30년 넘게 이어진 삼성SDI 인연, 추가 공급망 확보는 '발목'
상신이디피는 설립 초기부터 삼성SDI와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김일부 대표가 법인 설립 전 삼성전자, 삼성SDI에 몸담았던 영향이다. 삼성SDI를 중심에 놓고 사업 아이템을 짜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과거 삼성SDI가 영위하던 CRT(브라운관) TV용 부품을 생산, 납품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 미등기 임원들도 삼성SDI 출신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하지만 이같이 단일 고객에게 의존하는 전략은 장기적으로 볼 땐 위험 요소로 꼽힌다. 앞서 상신이디피는 고객사 확보에 차질을 빚으며 영위하던 사업부를 정리했던 경험이 있다. 2015년 '태화프라텍'을 인수하며 시작했던 자동차 부품 사업을 5년 만에 철수한 것이다. 당시 해외 판로를 발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부품 산업의 침체까지 더해지며 영업부진이 이어진 탓이다. 국내 주요 고객사 단일 공급망에 의존했던 것이 패착으로 거론된다.
향후 수주 경쟁 심화에 따른 시장점유율 축소는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힌다. 주요 경쟁사인 '신흥에스이씨' 등과 비교할 때 매출 규모나 시가총액 면에서 열세한 상황이다. 고객사가 한 곳밖에 없다 보니 향후 수주 경쟁에서 밀릴 시 곧장 매출액 감소로 이어져 실적에 타격을 받게 된다. 특히 지난해 무선이어폰 부품 제조 사업에 진출, 고객사 확장에 뛰어든 신흥에스이씨와 달리 뚜렷한 신사업 추진 계획이 없는 점도 장기 성장성에 발목을 잡고 있다.
상신이디피 관계자는 "김 대표가 1985년도에 개인 회사로 시작했을 당시부터 삼성SDI와의 인연이 지속돼 왔다"며 "아무래도 고객사 공장 인근에 생산 라인이 있으면 유통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기 때문에 해외 설비투자를 계속해서 진행 중이지만, 장기간 계약했다고 해서 따로 가격 경쟁력이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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