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원장의 소신발언…CEO 중징계 사라질까 법·원칙 강조, 법률상 확신들면 강한 제재…횡령·해외송금 "누구도 결백하다 말 못해"
고설봉 기자공개 2022-09-16 10:54:37
이 기사는 2022년 09월 16일 06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몇 년 금융사고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대표이사(CEO) 중징계라는 초강수를 뒀다. 금융사의 근간을 흔들만한 이슈로 번지면서 시장은 동요했다. 금융사들은 행정소송으로 맞섰고 일부 사건에선 금융사가 승소하기도 했다. 과잉 징계란 지적도 나왔다.최근 전 금융권에 불거진 크고 작은 횡령사고와 외화 해외송금 이슈 등으로 또 한번 CEO 중징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취임 100일을 넘긴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사진)이 CEO 책임에 대해 신중론을 제기해 눈길을 끈다. 법과 원칙을 말한 것이지만 기존 금융당국의 징계 기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DLF·사모펀드 CEO 중징계…그때 원장이었다면 어떻게?
이복현 원장은 지난 15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책임주의 원칙 아래 운영상 책임을 질 만한 사건은 당연히 져야한다"며 "다만 일률적으로 CEO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원장은 ‘과거 DLF나 사모펀드 사태 때 금감원이 강하게 CEO를 제재했다. 그 때 금감원장이었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시 금감원장들의 의견과 결정을 존중한다”고 답했다.
금감원은 과거 CEO에게 강도 높은 제재를 내려왔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등 각종 금융사태를 일으킨 금융사들에 대해 책임을 물어 CEO에 중징계를 결정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이에 반발해 중징계 취소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 원장은 제재에 대해선 근본적으로 이전 원장들과 다른 시각과 접근 방식을 드러냈다. 그는 “CEO가 책임질 만한 사건인지에 대한 여러 평가가 있다”며 “저도 그런 이슈를 사건화 해서 끌고 간다면 당연히 법적으로 행동할 것인데, 조금 더 법률적 요건과 사실관계를 잘 따졌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책임주의 원칙 하에 각 CEO에게 법률적 책임을 귀속할 수 있다고 확실한 자신감 생기는 것 이외의 사건에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CEO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 하는 신중론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이 원장은 과거 법률적으로 법리가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감원이 CEO 제재에 매몰된 측면이 있다는 식으로 대화를 풀어나갔다. 실제 손 회장과 함 회장이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금융사 CEO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이 원장은 “너무 넓게 제재를 하고 경중이 다른걸 하나로 묶어 보니까 무리가 있었다”며 “업권에서도 다 생각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에는 금융기관에서 이런 사안으로 금감원과 잘 안 다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원장은 실제 CEO 중징계 사안이 발생했을 경우 더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법률가로서 조금 더 명확히 사건들을 분리해서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이 있다”며 “훨씬 더 세련되고 엄중한 잣대로 하겠다는 말이 절대 CEO 중징계를 안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금감원의 상고에 대한 입장에서도 이러한 법률적인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11일 손 회장이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문책경고 등 처분 취소청구소송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원장은 “상고한 이유가 법원의 해석 중에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것과 수용하지 못하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를 느꼈다”며 “개인적으론 우리 내부와 법률관들을 설득하는 일도 있고,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왔던 것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할 건지 등을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이 원장은 무리한 판단과 검사와 제재는 지양하지만 법률가로서 확실한 위법과 불법 이슈가 있을 경우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주장과 관행에 의해서 보여주기식 제재를 진행하는 것이 아닌, 법률이 정한 방식으로 고강도 제재를 할수 있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이러한 이 원장의 시각과 소신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이전의 법리가 덜 완성된 강력한 제재보다 법률에 입각한 냉정한 제재를 더 두려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또 이 원장이 “모든 감독업무가 ‘합리적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집행되도록 감독 절차의 사전·사후적 합리성을 강화한다”고 밝힌 만큼 실제 금융사고 발생시 금융사의 책임은 더 명확해 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관계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거나 일방적으로 진행된 사건들에서 중징계가 나올 경우 행정소송 등으로 다툴 수 있었다”며 “그러나 시장과 사전에 조율된 방식으로 검사와 제재가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부정이 드러날 경우 중징계가 내려지면 다툴 여지도 사라지게 되기 때문에 사실 더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횡령사고·외환송금 이슈…검사와 제재 방향은?
이 원장은 각종 금융사고와 관련해 CEO 제재에 신중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불법이 명확하고 금감원이 법률적으로 제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사안에 대해선 강하게 제재를 내릴 수 있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 원장은 "뉴욕은 참새가 죽어도 뉴욕 시장 책임이란 말이 있지만 과연 일률적으로 CEO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한 신중론이 있다"며 "그렇다고 의사 결정할 때 피하겠다는 얘기는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 원장은 최근 은행권에서 불거진 이상 외환송금과 직원 횡령 등 사고에 대해 금융사의 위법성이 드러날 경우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CEO 징계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펼치는 모습이지만 법률에 입각해 강력한 제재가 수반될 수 있다는 여지도 남겼다.
그는 은행권에서 발생한 거액의 이상 해외 송금 사건에 대해 "생각보다 규모가 늘어날 수도 있고 금액이 얼마냐에 따라 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수 있어 법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액이 더 늘어나면 10조원 단위가 될 수 있는데 일선에서 했으니 아무도 책임이 없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저희도 검사가 완결이 안된 상황에서 그분들이 책임이 있다, 없다는 말할수 없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마찬가지로 금융권 CEO들 모두 명확하게 자기 책임이 없다, 모두가 결백하다고 할 수 없다”며 “일선에서 알아서 한 거니까 CEO 책임이 없다고 할수 없고, 책임이 없다고 하려면 그에 대한 상세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각종 횡령사고와 관련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원장은 “횡령 관련해서 은행 중심으로 운영상 문제가 드러났다”며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사건에 대해선 당연히 CEO가 책임 질 것이면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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