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빅픽쳐]DDR5는 늦었지만 그래픽 DDR은 선공⑥하반기 양산, 고객사와 호환성 검증…GDDR7 최초 개발 성공
원충희 기자공개 2023-07-27 10:36:20
[편집자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최악의 분기 성적표를 받은 삼성전자가 꺼내든 카드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력이다. D램 개발실과 파운드리 키맨을 교체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신소재 전력반도체 등 차세대 제품들 중심의 새로운 청사진을 내걸었다. 삼성 반도체의 차세대 동력 찾기 현황과 시장 흐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5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더블데이터레이트(DDR)는 메모리 D램 반도체 가운데 채택률이 가장 높은 제품이자 삼성전자의 텃밭같은 곳이다. 제품 출시나 표준등록 등을 삼성전자가 이끌면 SK하이닉스가 따라오는 기조였다. 다만 최신 세대인 DDR5의 경우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먼저 신제품을 선보였다.삼성전자도 하반기 양산을 준비하며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와 호환성 검증 절차에 들어가는 등 추격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래픽용 DDR인 GDDR에선 한발 앞서 신제품을 선보이며 주도권을 잡았다.
◇선수놓친 DDR5 추격 고삐, 연말쯤 D램 시장점유율 상회 전망
DDR은 1993년 국제반도체표준화협의기구(JEDEC) 표준규격이 된 후 1990년대부터 D램 시장의 주력으로 떠오른 메모리 반도체다. 이 시장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997년 DDR의 표준규격을 이뤄내 시장을 이끌어 왔다. DDR2(2001년), DDR3(2005년), DDR4(2011년) 4연속 최초 개발과 표준화 작업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SK하이닉스가 2020년 10월 DDR5를 최초 개발하며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글로벌 서버용 CPU 시장의 70%를 점유한 인텔과의 호환성 검증도 먼저 시작했다. SK하이닉스가 올해 설비투자를 대폭 줄였음에도 고대역폭메모리(HBM)과 함께 DDR5 등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고 있다. 미즈호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DDR5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SK하이닉스가 35%로 삼성전자(33%)를 약간 앞서고 있으며 올해는 각각 46%, 34%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전자도 질세라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인텔 CPU와 DDR5 호환성 검증 절차에 들어갔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사장은 지난 5일 임직원과 행사에서 DDR5의 경쟁력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올해 연말이면 DDR5가 삼성전자의 D램 평균 시장점유율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에 밀리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시선을 의식한 발언으로 여겨지고 있다.
DDR5는 D램 제품 중에서 고부가가치 제품군에 속한다. HBM 만큼은 아니지만 DDR4보다 20% 높은 수준의 가격대를 갖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재고 급증으로 인한 가격하락 탓에 칩 메이커의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HBM과 함께 수익성 개선의 핵심 키로 꼽히는 제품이다.
다만 DDR5도 D램의 일종인 만큼 메모리 업황의 영향을 받는다. 글로벌 경기에 따른 D램 수요가 반등세를 보이고 있으나 회복이 더디다. 또 DDR5 채택 CPU 시장의 성장도 예정보다 늦었다. 인텔이 올 1월 출시한 DDR5 적용 CPU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는 예고보다 반년 정도 늦게 나왔다. DDR5 채택률은 현재 10%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GDDR7 내년쯤 양산 돌입,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다행히 DDR5 시장 전망은 밝은 편이다.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용 초거대 언어모델(LLM)을 작동시킬 막대한 데이터를 컨트롤하려면 그래픽 D램인 GDDR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GDDR 분야에서는 여전히 앞서 있다. 지난해 7월 GDDR6(24Gbps)를 최초 개발한 데 이어 얼마 전에는 GDDR7(32Gbps)을 선보였다.
GDDR은 그래픽카드, 데이터센터, AI 가속기 등에서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데 사용된다. 워크스테이션, PC, 노트북, 게임 콘솔 등 우수한 그래픽 성능이 요구되는 제품에 쓰이는 반도체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 전에는 GDDR7 관련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GDDR7 양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그래픽처리장치(GPU) 고객사가 내년 상반기쯤에 제품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때쯤 본격적인 양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GDDR7에서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잡았으나 아직 초기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곳이다. 그럼에도 먼저 나선 것은 고객사 요청이 들어오기 전에 경쟁사보다 빨리 제품을 만들어야 협상테이블에서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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