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빅픽쳐]낸드시장 지각변동…해법은 결국 '초격차 기술'⑦미·일 합병, 점유율 1위 흔들…중국 추격, 선단제품 개발 총력
원충희 기자공개 2023-07-27 13:35:16
[편집자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최악의 분기 성적표를 받은 삼성전자가 꺼내든 카드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력이다. D램 개발실과 파운드리 키맨을 교체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신소재 전력반도체 등 차세대 제품들 중심의 새로운 청사진을 내걸었다. 삼성 반도체의 차세대 동력 찾기 현황과 시장 흐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5일 13시4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기존 강자들이 적자를 못 버티고 감산을 추진하는 가운데 4위 미국 웨스턴디지털(WDC)과 2위 일본 키옥시아의 합병이 가시화하고 있다. 미일 연합의 점유율은 삼성전자를 웃도는 수준이다.더구나 낸드는 D램에 비해 기술 장벽이 낮은 편이라 정부 후원을 등에 업은 후발주자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중국 업체들의 추격도 매섭다. 해법은 결국 초격차 기술로 삼성전자는 차세대 시장 선점을 위한 선단제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키옥시아·WDC 합병 가시화, 삼성 '시장지배력' 약화 가능성↑
한국 업체들이 주도하는 메모리 반도체는 크게 D램과 낸드플래시로 나뉜다. 전원이 꺼지면 저장된 데이터가 사라지는 D램과 달리 낸드는 전원이 없는 상태에서도 데이터가 계속 저장된다. 주로 스마트폰, PC의 주 저장장치로 활용되며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개발과 함께 수요가 증가, 향후에는 D램 시장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삼성전자가 이 시장의 34%를 점유하고 있으며 키옥시아(21.5%), SK하이닉스(15.3%), WDC(15.2%), 마이크론(10.3%) 등의 순이다. 한국반도체 업체들이 세계 시장의 거의 50%를 차지하며 주도하는 시장이지만 최근 큰 변수가 생겼다.

첫 번째는 감산이다. 글로벌 낸드 시장은 현재 공급과잉으로 수익성이 악화돼 생산원가에 근접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주요 칩 메이커들도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내년, 내후년에도 흑자전환을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 제조공정을 개편하거나 설비투자를 줄이는 방식으로 감산을 진행 중이다. 낸드의 경우 내년에도 투자규모를 더 줄이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키옥시아와 WDC 합병이 가시화하고 있다. 두 회사를 합친 시장점유율은 36.7%로 낸드시장 1위 삼성전자를 넘어선다. 과점 형태인 낸드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약화할 수 있는 변수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의 합병은 여러 국가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일단 통합될 경우 공급·가격정책에서 삼성의 영향력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며 "삼성 반도체 적자의 70~80%는 낸드로 추산되는데 이는 낸드가 D램보다 가격탄력성이 높은 탓으로 업턴이 오면 가격회복이 빨라 버티는 게 유리한 만큼 삼성으로선 감산 폭도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과 기술격차 2년 불과, 매출 10% R&D에 쏟아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낸드에서도 진행 중이다. YMTC 등을 위시한 중국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YMTC가 120단 낸드 양산에 성공하기도 했다. 낸드가 D램보다 기술 장벽이 낮은 터라 격차가 빠르게 줄고 있는 게 위협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 추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중국과 글로벌 선두기업의 기술 격차는 D램,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부문은 5년인 반면 낸드는 2년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의 무기는 중국 정부의 물량 공세다. 중국 국가반도체산업 투자펀드(대기금 또는 빅펀드)는 YMTC에 129억위안(약 2조3200억원)을 쏟아 부었다. 미국의 제재로 232단 낸드 개발은 중단됐어도 YMTC은 중국 반도체 장비업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다행스런 점은 아직 기술력에서 삼성전자가 앞서있다는 평가다. 핵심인 적층(회로를 3D로 쌓음) 역량은 비교우위에 있다. 삼성전자는 236단 추정 8세대 V낸드를 양산한데 반해 키옥시아와 WDC는 지난 3월에야 218단 낸드를 공동 개발했고 연내 양산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로선 선단공정과 차세대 제품을 선점하는 게 더 중요해졌다. 반도체 시장은 기술력 격차가 점유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2012년 D램 점유율 4위였던 마이크론이 3위 엘피다메모리를 인수해 SK하이닉스를 제치고 2위에 올랐으나 2년여 만에 추월당했다. 기술 격차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연구개발(R&D)에 거액을 쏟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21년 12월 말 기준 41개 글로벌 한국기업의 R&D 투자액 가운데 삼성전자 비중이 49.1%로 압도적이다. 지난해 말 R&D비용은 24조9292억원(매출의 8.2%), 올 1분기에는 6조5790억원(10%)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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