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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반도체 빅픽쳐]SK하이닉스, 고부가 D램 앞서나간 비결②HBM·DDR5 등서 먼저 치고 나가, 시장 성장성 의문에도 뚝심

원충희 기자공개 2023-07-31 15:01:36

[편집자주]

SK의 반도체 행보가 심상치 않다. SK하이닉스가 다운턴을 맞아 수조원 적자를 냈음에도 일부 분야는 삼성을 앞질렀다. 그룹 차원에서도 메모리와 파운드리, 웨이퍼, 전력반도체, 칩 설계, 소재, 기판 등을 망라하는 반도체 밸류체인을 구축해 차세대 기술 준비에 한창이다. 시장 트렌드 변화와 함께 SK그룹이 그리는 반도체 빅피쳐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7일 15: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가려져 2인자 이미지가 강하지만 현재 D램 반도체의 총아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는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발 초기에는 내부에서도 성장성에 의구심이 있었으나 경영진의 뚝심 덕에 4세대 제품에서 선수를 잡았다.

덕분에 D램은 거의 손익분기점에 이른 만큼 역량강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경쟁우위를 유지할 계획이다. 이제 낸드플래시가 제 몫을 해줘야 하는데 업황이 D램보다 더 안 좋은 만큼 추가 감산을 예고했다.

◇경쟁사들이 등한시해도 꾸준한 R&D·투자

챗GPT 등 초거대 생성형 인공지능(AI) 부상은 반도체 시장의 흐름도 바꿨다. 시스템 반도체에서는 AI의 두뇌 역할을 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신경망처리장치(NPU)들이 주목 받았고 메모리에서는 이를 보조하는 HBM 등 고성능 칩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삼성보다 빠른 지난해 6월 HBM3(4세대) 양산에 성공하면서 치고 나갔다. AI 시대 도래로 관련 수요가 급증하면서 올 2분기 D램은 전분기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특히 HBM을 포함한 그래픽 D램 매출이 지난해 4분기 대비 빠르게 올라서면서 전체 매출의 20%를 상회한 수준으로 높아졌다.

*SK하이닉스 제품별 매출
HBM은 SK하이닉스가 2013년 최초 개발한 제품이다. AI가 고도화할수록 빠른 속도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이동시킬 수 있는 메모리 칩이 필요함에 따라 기존 그래픽 DDR(GDDR)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SK하이닉스는 2015년부터 HBM 양산에 들어갔는데 이때만 해도 내부에서조차 시장 성장성에 의구심이 있었다. 높은 구현 난이도로 인해 가격이 비싼데다 열에 배출하는데 불리한 구조 등의 단점이 있어서다.

2015년 이후 세대가 업데이트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에 선수를 뺏기기도 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 고위 경영진은 기술에 대한 안목과 리더십으로 HBM을 밀었다. 고객사인 AMD 등과 공동연구를 꾸준히 진행했다. 그 당시 경쟁사들이 HBM 시장의 잠재력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던 시기였다.

결국 작년에 HBM3 양산으로 리더십을 되찾아오면서 지난해 말 기준 50%에 이르는 세계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었다. 이 같은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역량강화 TF를 신설, HBM의 선두자리를 지킬 계획이다. HBM은 D램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생산단가와 완제품을 만들지 못하고 절반만 패키징한 상태로 대만 TSMC에 납품하는 단점이 있어 기술적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DDR5서도 초반기세 잡아, 낸드 최대 10% 감산 예고

또 다른 승부수는 DDR5다. 현재 D램 시장에서는 세대 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데 기존 제품인 DDR4에서 DDR5로 넘어가는 중이다. 그간 여기에 호환될 중앙처리장치(CPU) 출시가 예정보다 늦어 지연됐지만 이제는 전자제품 등에서 채택률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D램 시장의 1인자는 삼성전자이나 DDR5 만큼은 SK하이닉스가 한발 앞섰다. 2020년 10월 경쟁사보다 먼저 DDR5를 최초 개발했으며 글로벌 서버용 CPU 시장의 70%를 점유한 인텔과의 호환성 검증도 먼저 시작했다. 인텔 CPU와 같이 공급할 수 있다면 시장 장악이 그만큼 유리해진다.

SK하이닉스가 올해 설비투자를 대폭 줄였음에도 HBM과 DDR5 등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서버용 128기가바이트(GB) DDR5 등 고용량 제품에선 SK하이닉스가 독주하는 상태다. 경쟁사보다 일찌감치 높은 수율을 조기 달성해 판세를 유리하게 가져왔다.

*SK하이닉스 응용처별 매출

이제 남은 관건은 메모리의 또 다른 축인 낸드플래시다. AI 열풍으로 GPU와 D램이 수혜를 받은 것과 달리 낸드는 상대적으로 상승여력이 제한적이다. 삼성, SK 등 반도체 기업 적자의 70%가량이 낸드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D램은 거의 손익분기점에 다다른 만큼 낸드 적자를 최소화하는 게 턴어라운드의 핵심 요건이다.

SK하이닉스는 5~10% 정도 낸드 추가 감산과 함께 자회사 솔리다임의 조직 간소화를 예고했다. 낸드 재고수준이 D램보다 높고 수익성이 나쁜 상황인 탓이다. 또 SK하이닉스의 낸드부문과 인텔로부터 인수한 솔리다임 간의 역량을 통합, 비용구조 개선을 위한 조직 간소화 등으로 중복비용을 줄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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