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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미래에셋벤처투자 주가 조정의 '허와 실'국책은행 펀드 참여 제한 제재에 단기 급락…"해외 투자 포트, 실제 실적 반영 '차별화'"

구혜린 기자공개 2023-09-25 08:18:31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2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

지난 7월26일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장중 주가가 43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올해 2월부터 상승 흐름을 타고 상장 벤처캐피탈(VC) 중에선 최고 수준의 주가를 이어온 모습과 비교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1주당 5000원대에 거래되던 주가가 4000원대로 떨어진 것인데요.


'K-바이오·백신 펀드' 반향으로 풀이됩니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지난 6월 말 정부가 출자하는 K-바이오·백신 펀드의 위탁운용사 자격을 반납했는데요. 당시엔 주가 변동이 미미했으나, 약 한 달 뒤 운용사 자격 반납에 대한 정부 제재가 확정됐단 소식이 알려지면서 조정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제재 내용은 정부와 국책은행이 조성하는 펀드 출자 사업에 1년 동안 참여할 수 없단 것인데요. 이 소식이 최초로 알려진 7월23일(일요일) 다음날인 24일은 주가가 전일대비 6% 빠졌죠. 25일과 26일도 전일대비 3%씩 하락한 가격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정부 불이익에 투자 심리가 위축된 모습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드라마틱한 감소 폭은 아니지만, 상장 VC 종목 중에선 눈에 띄는 낙폭이었습니다. 통상적으로 VC 주가는 악재나 호재에 의해 급등락을 반복하는 일이 적습니다. 올초부터 9월20일까지 무려 9개월간의 주가 변동 폭을 살펴봐도 거의 절반의 VC가 한 자릿수에서 10%대 초반의 변동률을 보이는 것처럼요.


◇Industry & Event

시장의 반응이 GP 자격 반납보다 '제재'에 맞춰진 건 의미심장합니다. 미래에셋벤처투자가 K-바이오·백신 펀드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지난해 9월 말에도 주가 변동은 없었습니다. 아마도 그를 호재로 인식하진 않은 모양인데요. 자격 반납에 따른 불이익이 구체화된 것만 악재로 인식된 셈입니다.

정부와 국책은행 펀딩이 막히는 건 분명 아쉬운 일입니다. VC 업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에 따른 경제 불황과 회수 시장에 대한 전망이 악화되면서 펀드레이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인데요. 이 가운데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을 출자자(LP)로 둘 수 없단 점은 충분한 페널티입니다.

하지만 경영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왜냐하면 제재 기간이 1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5년간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연간 평균 투자금 규모는 1760억원 수준인데요. 올해 6월 말 기준 미래에셋벤처투자의 벤처투자 드라이파우더(펀드 미소진금액)는 무려 3694억원에 달해 이를 커버하고도 남는 상황입니다.

시장도 이를 인지한 것일까요?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주가는 금세 회복세를 보였는데요. 7월26일 4600원선에 마감한 주가는 8월1일 5000원선으로 올라서 최근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물론 52주 최고가(6850원)를 기록한 지난 2월에는 미치지 못한 수준이지만, 빠른 회복세라고 볼 수 있지요.

주가가 반등한 8월1일은 미래에셋벤처투자가 해외 투자 기록을 공개한 날이었습니다. 독일 소재의 중고 시계 플랫폼 '크로노24'에 2017년 투자했다가 일부 지분을 엑시트해 150억원가량의 수익을 얻었단 내용이었지요. 운용사 자격 반납과 같은 단기 이벤트뿐만 아니라 포트폴리오 회수 기록을 시장이 면밀히 관찰하고 있단 증거입니다.


◇Market View

투자은행(IB) 업계에서도 미래에셋벤처투자가 베팅한 포트폴리오의 성장세에 주목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실 미래에셋벤처투자를 평가한 최신 종목 리포트는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요. 지난해 SK증권에서 발간한 리포트를 살펴보면 나승두 연구원은 '16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운용사의 실적은 펀드운용에 따른 수익뿐만 아니라 평가이익에 달렸습니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올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수익 931억원, 영업이익 273억원, 순이익 218억원을 기록했는데요. 2분기 들어 지분 평가이익 196억원을 기록, 1분기(14억원) 대비 1300%가량 증가한 영향이 컸습니다.

이 지분 평가이익 성장세엔 앞서 언급한 크로노24뿐만 아니라 몰로코와 에이피알이 녹여져 있습니다. 미래에셋벤처투자가 2017년 투자할 당시 몰로코의 밸류에이션은 45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 6월에는 2조7000억원으로 불어났지요. 내년 '코스피 1호'를 예약하고 있는 에이피알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시장에선 올 하반기 주요 회수 건에도 눈길을 주고 있습니다. 국내 포트폴리오의 상장이 예상되는데요. △ADC(항체약물접합체) 기업 피노바이오 △전기차 및 ESS(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 검사·진단 기술 전문기업 민테크가 연내 코스닥 시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피노바이오와 민테크의 2대 주주입니다.

기관투자가도 미래에셋벤처투자의 하반기 수익성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주가가 하락한 7월26일 기관은 3만5006주를 순매수했는데요. 3만주 이상의 순매수량은 최근 미래에셋벤처투자의 거래량 기록 중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상당한 매수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Keyman & Comments

VC업 특성상 펀드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들은 단연 심사역이겠죠. 크로노24와 몰로코, 에이피알에 투자한 주역은 김민겸 심사역입니다. 또한 민테크를 발굴한 채정훈 부사장도 될 성 부른 소부장 기업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투자를 밑받침하며 하우스 운영 전략을 짜는 인물은 박준엽 본부장입니다. 경영관리본부장(사내이사)로 사실상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도 맡고 있는데요. 2007년부터 2019년까지 12년간 미래에셋증권에서 전략기획본부, 경영혁신본부 등 핵심 부서에 몸담은 인물이기도 합니다.

박 본부장은 미래에셋벤처투자의 '투자능력'을 강조했는데요. 특히 해외 스타트업 투자로 성과를 내고 있는 점이 핵심적이란 입장입니다. 그는 "운용사는 투자능력으로 판단 받는 것"이라며 "해외 투자 포트폴리오가 실제 실적에 반영되는 건 여타 운용사와 비교하면 차별적인 부분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당장 기업공개(IPO)로 회수에 착수할 건들이 여럿 존재한다는 점도 하반기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예정입니다. 그는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상장을 앞둔 민테크, 피노바이오의 2대 주주로 기관 중 가장 많은 투자를 단행했다"며 "하반기 주식가치를 가늠할 주요 지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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