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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자본확충 부담에 결국 KDB생명 인수 포기 ABL·동양생명 등 우량 잠재 매물 있어…생보사 인수 재추진 가능성은 높아

김형석 기자공개 2023-10-19 08:18:34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8일 1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금융지주가 결국 KDB생명 인수를 포기했다. 이는 인수 이후 KDB생명의 재무구조 정상화를 위해 1조원가량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자금 부담 때문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ABL생명과 동양생명 등 KDB생명보다 건전성이 확보된 잠재 매물이 있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최근 KDB산업은행 측에 KDB생명의 인수를 포기하겠다는 통보를 했다.

하나금융은 지난 주 KDB생명에 대한 인수 작업을 중단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KDB생명 딜을 주관했던 IB업계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KDB생명 실사를 마무리한 뒤 이미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과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주 모로코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 총회에 같이 참여하는 만큼 인수 포기 통보를 이번주로 미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이 인수를 포기한 이유는 KDB생명의 정상화 자금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말 기준 KDB생명의 신 지급여력비율(K-ICS)은 67.5%(경과조치 적용 전)다. 지급여력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 산출한다. 보험업법상 지급여력비율 최소기준은 100%다.

지난 6월 말 기준 KDB생명의 가용자본과 요구자본이 각각 1조774억원, 1조5955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1조3000억원가량이 추가로 필요하다. 지난 8월과 9월 산은의 자금지원을 제외하더라도 하나금융은 1조100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반면 하나금융이 현재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은 제한적이다. 하나금융의 지난 6월 말 기준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3.72%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지주사가 자회사에 출자한 납입자본금과 자회사 이익잉여금 합계치를 지주사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을 뜻한다. 현재 금융당국은 이중레버리지비율을 130% 이하로 권고하고 있다.

KDB생명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막판 하나금융의 자본확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금 지원을 약속했지만 결국 하나금융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말 KDB생명에 최대 3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안을 하나금융에 제시했다. 이는 KDB생명이 3000억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하면 산은이 주식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KDB생명 입장에서는 산은의 자금지원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 결국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 후 정상화에 투입해야 하는 자금도 감소한다.

산은은 이에 앞서 지난 5월 KDB생명이 216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을 때 전량을 인수했다. 이어 6월 후순위채 900억원과 8월 유상증자 1425억원, 9월 후순위채 1200억원 발행에서도 모두 참여했다.

ABL생명과 동양생명 등 잠재매물이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ABL생명 대주주인 다자보험은 현재 노틱인베스트먼트와 파운틴헤드프라이빗에쿼티(PE) 등 입찰자와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ABL생명의 100% 지분 예상 매각가격은 1500억~4000억원 수준이다. 다자보험이 현재 입찰대상자와의 협상이 실패하면 하나금융도 ABL생명 인수를 노릴 수 있다.

ABL생명은 상대적으로 KDB생명보다 재무건전성이 양호하다. 지난 6월 말 기준 ABL생명의 킥스비율은 113.2%(경과조치 적용 전)이다. 경과조치를 적용하면 172.2%까지 상승한다. 저축성 및 변액보험 중심의 상품 포트폴리오로 보험계약마진(CSM) 등 수익성은 낮지만 KDB생명보자 추가 자금 투자 부담은 적다.

동양생명 역시 잠재매물 중 하나다. 동양생명의 오해 6월 말 기준 자산규모는 31조6580억원으로KDB생명(16조9726억원)보다 몸집이 훨씬 크다. 동양생명은 생보업계 상위권 매물인 데다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7% 급증한 2002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도 2조5055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최고 수준이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동양생명 적정 매각가는 1조2000억~1조6000억원 수준이다.

IB업계 다른 관계자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생보사 인수가 필요한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를 포기한 것은 정상화를 위한 자금확충 부담때문"이라며 "하나금융은 KDB생명 외에 다른 생보사 인수를 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잠재 매물로 평가받는 동양생명의 경우 KDB생명보다 자산 규모가 두 배 크고 순이익은 3~4배 많다"면서 "KDB생명 정상화에 1조원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예상 매각가격이 1조원 대인 동양생명을 인수하는 것이 더 효율적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나금융 측은 "KDB생명 인수는 당 지주의 보험업 강화 전략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인수를 중단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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