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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신탁 불법운용, 듀레이션 가이드라인 생길까 금감원 “업계 자정 먼저, 금융위와 협의해 규정 신설”

황원지 기자공개 2023-12-20 07:52:49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8일 16: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논란이 됐던 채권형 랩, 신탁 운용에 대한 검사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관련 규제에 나설지 눈길이 쏠린다. 랩, 신탁은 펀드에 비해 규정이 느슨해 이미 여러 차례 문제가 발생한 바 있다. 이번 사태의 구조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만기 미스매칭 전략이나 장부가평가 관행 등이 규제 대상으로 지목된다.

다만 당국에서는 불법인 사안 외에 규정 신설에 대해서는 업계의 자정 노력을 먼저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각 증권사별로 내부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 자정작용이 되지 않을 경우 금융위와 합의해 가이드라인 등을 신설할 계획이다.

◇9곳 모두 적발, 구조적 문제…느슨한 운용 규제 강화 여부 주목

18일 금융감독원은 ‘채권형 랩어카운트, 신탁 잠정 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총 9개사(교보·미래에셋·유진·하나·한국투자·키움·NH투자·KB·SK)의 임직원 30여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통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9개 증권사에 대해 집중 검사를 진행, △제3자 이익도모 △사후 이익제공 △동일 투자자 계좌 간 자전거래 등 다수의 위법행위를 밝혀냈다.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사태는 정리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운용상 위법행위로 손실이 발생한 랩, 신탁 계좌에 대해서는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업계가 협의해 객관적인 가격을 산정하고, 적법한 손해배상 절차를 밟아 환매를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위법행위가 아닌 단순 손실에 대해서는 고객들이 손해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별 징계 수준 결정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당국에서는 위법행위 정도별로 증권사마다 추후 징계 수준을 결정한다. 다만 2019년 터진 라임사태에 대한 징계 수준도 최근에서야 결정된 만큼 이번 사태에 대한 징계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결과가 발표된 만큼 업계의 관심은 추후 당국이 규제 개선에 나설지에 쏠리고 있다. 이번 사태는 일부 운용역의 일탈이라기보단 업계 전반적으로 오랫동안 관행처럼 굳어져 온 구조적인 문제라는 해석이 많다. 영업을 위해 고객에게 실적배당형 상품을 팔면서 높은 확정수익을 약속했고, 이를 지키기 위해 만기 미스매칭 운용, 자전거래 등 여러 위법행위를 동원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위법행위가 가능했던 건 랩, 신탁이 펀드보다 운용 규정이 보다 느슨했기 때문이다. 2000년부터 채권시가평가제가 도입됐으나 이는 펀드에 한정됐다. 랩이나 신탁은 별도의 규정이 없어 시가평가가 원칙이지만 장부가평가가 가능했다. 증권사들은 이를 이용해 장부가평가를 진행, 손실을 숨기고 자전거래 등을 할 수 있었다. 랩, 신탁에도 시가평가 도입 방안이 거론되는 이유다.

또한 듀레이션 제한 방안도 논의된다.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는 6개월, 1년 만기 랩어카운트에 3년, 4년 만기 채권을 편입한 만기 미스매칭 운용이다. 비슷한 성격의 단기 기관자금이 주로 찾는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의 경우 2013년부터 잔존만기를 75일로 제한했다. 하지만 랩, 신탁의 경우 듀레이션 관련 명문 규제가 존재하지 않아 미스매칭 전략이 일반적으로 활용됐다.

◇당국 "업계 내부통제 시스템 마련 지켜보겠다"

당국은 규정 신설에 대해서는 업계의 자정 노력을 먼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 검사를 진행한 증권사 내부에서 내부 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업계 자체적으로 자정작업을 기다려보고, 금융위와 합의해 규정을 바꾸는 등 제한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 보고서에서 시스템 개선 방향성을 제시했다. 금융감독원은 “올바른 랩, 신탁 시장질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증권업계의 개선 노력과 투자자의 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증권업계에는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강화를 요청했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는 고객자금 운용에 있어서도 고유자산에 준하는 충실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증권사들은 수조원대에 달하는 자기자본을 직접 운용하는 PI(principle investment)부서를 둔다. PI부서는 자기자본 투자이기 때문에 내부 리스크관리실에서 직접 모니터링하며 철저하게 통제된다. 반면 랩 신탁과 같은 고객자산 운용은 해당 계약을 맺은 일선 영업부서에서 관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시장, 금리 등 여러 유형의 리스크 한도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당국에서는 자기자본만큼 고객자산에 대한 통제도 높여야 한다고 봤다.

또한 거래가격 등에 대한 내부통제 강화도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시장금리와 괴리되는 가격으로 이뤄지는 이상거래에 대한 모니터링, 내부통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증권사들이 손실을 만회하려 손실이 난 채권을 시가보다 높은 장부가로 거래하다가 불거졌다. 장부가로 거래되는 계약을 막기 위해 시가평가를 전면 도입하는 등 내부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투자자들에게는 과도한 투자수익률 제시나 손실보전 요구 등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운용보고서나 계좌조회를 통해 수시로 적절하게 운용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금감원 검사 후 자체적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랩, 신탁 운용에 있어 상품보다 만기가 6개월 이상 긴 채권을 담지 않는다는 듀레이션 규정을 신설했다.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과 교보증권은 장부가평가를 없애고 시가로 모든 채권을 평가하고 있다. 또한 교보증권, SK증권, NH투자증권은 모든 신규 상품을 만기매칭형으로 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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