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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들러의 현대엘리 지분율, 어느새 한 자릿수 목전 현정은 회장 측과 지분율 격차 13%포인트 이상

조은아 기자공개 2024-01-29 10:54:16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6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세계 2위 엘리베이터 회사 쉰들러홀딩스(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조금씩 매각하면서 어느덧 지분율이 한 자릿수를 목전에 뒀다. 말그대로 '찔끔찔끔' 팔아치운 결과다. 지분 매각의 목적이 사실상 현대그룹 흔들기에 있다는 게 안팎의 시각이었으나 주가 흐름 등을 볼 때 사실상 별다른 성과는 거두지 못한 모양새다.

26일 현대엘리베이터에 따르면 현재 쉰들러의 지분율은 11.44%다. 이달 들어서만 10차례 넘게, 하루에 적게는 266주에서 많게는 4445주를 매각했다.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처음 매각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6월 말이다. 당시 10년 만에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처분하며 주목을 받았는데 이후로도 지분 매각이 이어졌다. 거의 매월, 시장이 열리는 거의 모든 날에 매각에 나서면서 지분율도 기존 16.2%에서 11.44%로 낮아졌다. 그간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은 700억~800억원으로 추정된다.

처음 쉰들러가 지분을 매각한 사실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다양한 관측이 나왔다. 특히 쉰들러가 지분에 직접 손을 댄 건 10년 만이라는 점에서 엑시트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당시 쉰들러는 동력을 잃은 상황이기도 했다. 현정은 회장의 경영권을 흔들려던 시나리오가 물건너 갔기 때문이다. 현 회장은 지난해 4월 대법원으로부터 1700억원을 현대엘리베이터에 지급하라는 최종 판결을 받았다. 쉰들러는 배상금 확정 후 현 회장 지분을 상대로 강제집행에 나서 추가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가져올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 회장이 배상금을 모두 갚으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그러나 이후로도 지분을 조금씩 처분하는 행보가 반 년 이상 이어지면서 사실상 지분 매각 자체보다는 현대그룹 흔들기에 그 목적이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쉰들러의 전략은 먹히지 않았다.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지난해 6월 말 이후 한때 3만9000원대까지 떨어졌으나 같은해 8월 4만9000원대까지 올랐다. 현재는 다시 4만원 안팎을 오가고 있지만 쉰들러의 지분 매각과는 무관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쉰들러의 계속되는 지분 매각 공시에 내성이라도 생긴 듯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현정은 회장 측과의 지분율 격차도 어느덧 13%포인트 이상까지 벌어졌다. 현 회장은 지난해 12월 말 어머니 김문희씨로부터 증여받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5.74%를 모두 현대네트워크에 장외 매도했다. 현대네트워크는 사실상 현 회장 소유의 회사다. '현정은 회장-현대홀딩스컴퍼니·현대네트워크-현대엘리베이터'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했다.

현대홀딩스컴퍼니와 현대네트워크가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율 합계는 24.99%에 이른다. 쉰들러와 지분 격차가 13%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지면서 한층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다.


업계는 쉰들러의 다음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쉰들러는 2006년 주요 주주로 등장한 뒤 무려 18년이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초반 지분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까지만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어느덧 11%대까지 내려오면서 이제 진짜 '엑시트' 중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여전히 현대그룹의 행보에 '딴지'를 걸며 희미한 존재감은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2월 열린 현대엘리베이터 임시 주주총회에서 당시 2명의 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들을 향해 여러 질문을 던지며 이사 독립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두 명 모두 무리없이 이사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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