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브랜드, 이마트 '효자' 넘어 오프라인 통합 '열쇠' 될까 ①매출 중 PB 비중 '12%', '가성비·트렌드' 중점 상품 지속 개발
서지민 기자공개 2024-03-12 07:12:27
[편집자주]
경기 침체와 고물가로 소비가 둔화된 가운데 유통업체의 자체 브랜드(PB)는 홀로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1년간 전체 소비재 시장이 1.9% 증가할 때 국내 PB 상품 시장 규모는 11.8% 성장했다. 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PB산업은 초기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이커머스, 식품에서 생활용품과 가전제품 등으로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더벨은 주요 유통사의 PB 탄생 배경과 성장 과정, 향후 전략 등을 면밀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5일 10: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마트는 1997년 국내 최초 PB 제품 '이플러스 우유'를 출시하며 국내 PB 시장의 개척기부터 최전선을 이끈 기업이다. 현재 주력 브랜드 노브랜드와 피코크는 이마트 전체 매출의 10% 이상을 책임지는 효자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올해 이마트가 오프라인 3사 통합 전략을 내건 가운데 PB 사업이 맡게 될 역할에 이목이 쏠린다. 적자를 내는 편의점 사업을 살리기 위해 이마트24와 노브랜드를 연계하는 방안이 제시되면서 PB 브랜드가 사업부 간 통합 시너지를 일으킬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출범 10년차 노브랜드 매출 '1조3000억원' 돌파
이마트 PB 사업의 핵심축인 노브랜드의 탄생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마트는 4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TF팀을 꾸리고 차별화된 자체 상품 개발에 나섰다. PB 브랜드 품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 끝에 브랜드 자체가 없는 PB 제품이라는 콘셉트를 고안해냈다.
노브랜드는 노란색 바탕에 검정 글씨로 통일된 패키지에 ‘샴푸’, ‘물티슈’ 등 품목을 그대로 사용한 제품명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브랜딩과 마케팅에 투입되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원가 절감과 품질 관리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15년 브랜드 론칭과 함께 변기시트, 건전지, 차량용 와이퍼 등 9개 상품을 출시했고 한달 간 1억9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가파른 실적 성장세에 힘입어 상품군을 넓히고 전문 매장을 내며 사업을 확장했다.
노브랜드의 매출은 론칭 첫 해 234억원으로 출발해 2020년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3800억원으로 2022년 대비 8.7% 증가했다. 별도기준 이마트의 총매출에서 노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8%, 2022년 8.2%, 2023년 9.1%로 꾸준히 커지는 추세다.
노브랜드는 빠르게 변하는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고 새로운 가성비 제품을 발굴하기 위해 매주 상품 컨벤션을 진행 중이다. 특히 올해에는 제로, 헬시플레져, 비건 등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을 개발하고 해외 유명 먹거리 직소싱, 브랜드 콜라보 상품 등을 통해 차별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노브랜드 다음으로 규모가 큰 PB 브랜드는 2013년 식품 전용 브랜드 '피코크'다. 피코크는 단순한 가성비 대신 맛과 품질을 추구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표방하고 나섰다. 미슐랭 레스토랑을 비롯한 유명 맛집과 콜라보 상품을 내놓으며 가정간편식(HMR)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HMR 시장 확대에 힘입어 급격한 실적 성장세를 기록했다. 피코크의 매출액은 2019년 2500억원에서 2020년 3000억원, 2021년 4000억원으로 매년 20% 넘게 증가했다. 다만 엔데믹 후 성장이 다소 정체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매출액은 4200억원으로 2022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마트 오프라인 유통 3사 통합…시너지 창출 카드로 'PB' 부상
최근 이마트가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통합 전략을 꺼내들면서 노브랜드를 비롯한 PB 사업이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2024년 정기인사에서 3사 통합 대표로 선임된 한채양 부사장은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편의점 채널을 함께 운영하며 본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이마트24에 노브랜드를 연계한 신규 가맹모델을 론칭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전문점과 대형마트를 통해서만 판매되는 노브랜드 상품을 이마트24에 입점시켜 편의점 사업 수익성과 경쟁력 제고를 모색하는 전략이다.
이마트의 지난해 4분기 IR 자료에 따르면 오프라인 3사 통합 PB 브랜드 론칭도 검토하고 있다. 실제 창고형 매장 트레이더스나 기업형 슈퍼마켓 이마트에브리데이에는 현재 노브랜드와 피코크 상품이 입점되어 있지 않다. 대신 자체 PB 브랜드 'T스탠다드'와 '생활의 딜'을 각각 운영 중이지만 매출 규모는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통합 운영을 통한 원가경쟁력 확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채널별로 운영되는 PB 브랜드를 일원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현재 주력 브랜드인 노브랜드를 활용할 경우 노브랜드는 이마트 내부 '효자 사업'에서 오프라인 통합의 열쇠로 역할이 확대되는 셈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현재 편의점과 슈퍼마켓, 대형마트 등에서 각각 운영되는 PB 브랜드를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신규 브랜드를 선보일지 현재 운영 중인 브랜드를 확대해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계획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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