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리타스반도체, 메자닌 대신 '유증' 택한 이유는 600억 규모 주주배정 진행…반도체 업황과 주가 하락 가능성 고려
안준호 기자공개 2024-05-14 07:59:59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0일 13시5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퀄리타스반도체가 대규모 조달을 위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택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3자 배정이나 전환사채(CB) 발행 등이 가능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기존 주주의 반감이 큰 방식을 골랐기 때문이다.금융투자업계에선 업종 특성에서 비롯된 선택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형 수주보다는 안정적 수익을 노리는 롱테일(long tail) 비즈니스이기에 외부 투자 유치에 다소 불리한 입지를 갖고 있다. 주가 하락 시 재무안정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염두에 뒀을 것으로 보인다.
◇앞당겨진 칩렛 IP 상용화 시점, 잇딴 대규모 조달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퀄리타스반도체는 신사업 추진 등을 위한 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지난 7일 공시했다. 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NH투자증권이 주관을 맡았다. 잔액인수 수수료는 80bp, 실권수수료는 1000bp로 설정했다.
증시 입성 7개월 만에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은 이례적인 사례다. 공모 과정에서 300억원 가량이 유입된 점을 고려하면 기관 투자가와 소액 주주들의 반감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회사 측이 보유한 현금도 부족한 편은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퀄리타스반도체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보유 규모는 약 255억원이다. 전년도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지만 당장 운영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보긴 어렵다. 회사 측에선 상장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 신사업 성장세가 빨라지며 적극적인 투자를 모색했다는 입장이다.
이번 유증으로 조달한 자금 대부분은 UCIe(Universal Chiplet Interconnect express) 표준 칩렛 인터페이스 설계 인력 채용에 쓰인다. 공모 당시에도 상장 후 성장동력으로 지목한 분야이긴 하지만, 당시에는 시장이 열릴 때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다만 상장 이후 상용화 시기가 당겨질 수 있다는 내부 분석이 나왔다. 기존 고객사는 물론 거래가 없던 회사들에서도 문의가 왔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퀄리타스반도체 관계자는 "실제로 UCIe PHY IP를 판매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었는데, 개발에 착수하자 굉장히 많은 문의가 왔다"고 밝혔다.
이어 "IPO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 상용화 시점이 빠르게 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것이 이번 유상증자의 배경"이라며 “현재 보유 자금으로도 개발이 가능하지만, 중장기적 재무 안정성을 위해선 지금 시점에 조달을 해야 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CB 혹은 유상증자 선택지…“중장기 재무 안정성 고려”
시장 반감이 클 수 있는 방식을 택한 만큼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없지 않았다. 제CB 등 메자닌 방식의 조달도 선택지 중 하나로 검토했다. 다만 연구개발 중심 회사인 만큼 제3자 배정 등 외부 투자자 유치가 쉽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주 대응을 위한 생산능력(Capa) 확대 목적 등이 아니기 때문에 외부 조달이 쉽진 않았던 걸로 보인다”며 “전략적 투자자(SI)를 찾는 방법도 있지만 국내 팹리스 산업 생태계가 크지 않기 때문에 투자에 나설 만한 곳이 많진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CB 발행의 경우 주가 하락 시 청구권 행사 등으로 재무안정성이 훼손될 여지도 크다. 연초 이후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주가 역시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CB 상환을 위해 다시 조달에 나서는 방식보다는 처음부터 필요한 수준에서 유상증자를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공시에 따르면 차세대 제품 개발 일정은 오는 2027년까지 이어진다. 장기간 계획이 이어지는 만큼 최근 열린 기관 대상 설명회에서도 추가 유증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측에선 현재 다른 조달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 앞선 관계자는 “2027년까지 계획을 짜고 추가 조달을 하지 않기 위해 다소 큰 유증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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