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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vs 인스파이어]'일본 vs 미국' 인천에서 복합리조트 한판 승부①한일 합작운영 파라다이스시티, 인스파이어는 외자 100% 조달

변세영 기자공개 2024-05-29 08:57:32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4일 15: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판 라스베이거스로 불리는 인천 영종도에서 복합리조트 양대산맥 간 총성 없는 전쟁이 이뤄지고 있다. 인천 터줏대감인 파라다이스시티(법인명 파라다이스세가사미)가 엔데믹과 맞물려 사상 최대 실적을 구가하는 가운데 인스파이어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면서 공격적인 영업을 벌이고 있어서다.

두 복합리조트의 공통점이자 특이점 중 하나로 '글로벌 자본력'을 빼놓을 수 없다. 파라다이스시티의 경우 일본 합작법인, 인스파이어는 미국 자본 100%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양사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한·일 양사 협력 관계 굳건, 결손금 쌓여 배당은 어려워

인천에 위치한 파라다이스시티는 파라다이스와 일본 세가사미홀딩스와 합작으로 만들어졌다. 양사는 2012년 한국에 ㈜파라다이스세가사미 법인을 설립하고 복합리조트 건립 프로젝트를 전개했다. 각각 55%, 45%를 출자했다. 세가사미홀딩스는 일본 최대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이다. 파칭코 등 게임 제작사인 사미와 비디오 게임 제작사인 세가 두 기업이 속한 지주회사이기도 하다.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파라다이스시티 전경

파라다이스 입장에서 세가사미와의 협력은 ‘단비’와도 같았다. 2012년 기준 파라다이스의 연결기준 자산총계는 1조363억원에 그쳤다. 파라다이스시티 조성 사업에 1조5000억원이 소요되는 만큼 외부 투자 유치가 절대적이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세가사미홀딩스가 파라다이스 손을 잡은 배경에는 풍부한 카지노 업력이 주효했다. 그 당시 파라다이스가 워커힐, 부산, 제주롯데 등 5곳에서 카지노를 운영하는 국내 1위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파칭코를 넘어 카지노 사업 운영 경험을 얻기 위한 기회를 엿본 것이다.


눈여겨 볼 점은 합작사임에도 배당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외국계나 JV의 경우 배당 등으로 일부 투자금을 회수하는 케이스가 많다. 반면 파라다이스시티는 경우 장기간 영업적자로 결손금이 누적되면서 배당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 파라다이스세가사미는 2017년부터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2023년 말 기준 결손금은 2911억원 규모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파라다이스가 세가사미 보유 지분을 전부 매입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이는 지금 당장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파라다이스는 양사의 협력관계가 굳건해 지분매입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자금 측면에서도 서울 장충동 호텔 착공을 앞두고 있어 당장 세가사미 지분을 사 올 여력도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파라다이스는 오는 2027년까지 장충동 호텔 조성에 55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KCC와 결별 후 모히건이 100% 소유, ㈜한화 CB 전환권 보유

인스파이어는 미국 굴지의 복합리조트 개발·운영사인 모히건게이밍엔터테인먼트(MGE, 이하 모히건)가 주도해 외국인 직접 투자로 이뤄졌다. 모히건이 한국에 유한회사 엠지이코리아(MGE Korea)를 세우고 리조트 개발 시행사 겸 운영법인인 인스파이어(법인명 인스파이어인티그레이티드리조트)를 지배하는 방식으로 계열화했다. 엠지이코리아가 인스파이어 지분 100%를 보유한다.


모히건은 2016년 문체부의 '복합리조트 개발 사업계획 공모(RFP)'에 선정된 후 2019년 착공에 들어갔다. 물론 모히건도 본래는 한미 합작형태 비즈니스를 원했다. 카지노 공기업 그랜드코리아레저(GKL)과 KCC와 직접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특히 KCC의 경우 사업 초기 모히건과 공동 개발을 추진하기도 했다. KCC는 2016년 인스파이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지분 40.7%를 확보했다. 2018년 5월 인스파이어 한국법인이 유상감자를 단행하면서 KCC가 보유한 지분을 전액 처분했다. 인스파이어가 실내를 넘어 실외에도 테마파크를 짓겠다며 계획을 수정하면서 총사업비를 규모를 대폭 상향했고 완공 시점을 연장했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금 문제로 양사가 갈라선 것이다.

인스파이어 전환사채(CB) 시공사 확약 내용

인스파이어는 2023년 11월 30일 일부 시설을 오픈한 후 지난 3월에 그랜드 오픈했다. 공사기간 투자비만 16억 달러(한화 약 2조원)가 소요된 대규모 프로젝트다. 파라다이스보다 5000억원 이상 더 들었다. 모히건 직접 출자 외에도 1조원 이상을 PF로 조달했다.

이 과정에서 ㈜한화라는 새로운 파트너십도 생겼다. 시공사인 ㈜한화 건설부문이 인스파이어가 발행한 1000억원 규모 전환사채 후순위 조건 인수 확약서에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표면이율은 5.5%로 만기일은 2032년이다. ㈜한화는 2027년 12월부터 풋옵션 혹은 전환권을 행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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