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8월 30일 07시4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양종희 회장님은 어떤 분이세요?"4년 만에 다시 금융부 소속이 된 뒤 여러 사람에게 물었다. 인상 깊었던 대답 하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한 수가 아닌 두 수, 세 수를 앞서보시기 때문에 따라가기가 매우 힘듭니다". 깜짝 놀랐던 이유는 몇 년 전 윤종규 전 회장이 KB금융을 이끌던 시절 똑같은 대답이 돌아왔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가까이에서 일하는 임원들에겐 매우 무섭고 어려운 것과 달리 직원들에겐 항상 따뜻하다는 점 역시 두 사람의 공통점이라고 했다. 나에게도 직접 만났던 윤 전 회장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남아있기에 어떤 말인지 충분히 이해가 갔다. 차분함과 온화함. 최근 양 회장에게서도 비슷한 감상을 받았기 때문에 더더욱 공감도 갔다.
내부에서 느끼는 두 사람의 차이점은 뭘까. 양 회장은 은행에 입행해 차근차근 올라가는 과정을 겪었다. 회사의 모든 걸 '너무' 잘 알아 부하 직원으로서 불편한 점도 있다고 했다. 다만 처음부터 '회장님'이었던 윤 전 회장과 달리 원래는 선배였다는 점에서 편한 구석 역시 있다고 덧붙였다. 점심 때 근처 아무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어도 될 것 같다는 얘기였다.
양 회장은 일찌감치 '포스트 윤종규'로 꼽혔다. 두 사람은 젊었을 때 한 팀에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훗날 지주에서 회장과 상무로 재회해 한참을 동행했다. 양 회장은 갓 인수한 계열사 대표로, 10년 만에 부활한 부회장으로, 보험부문장에서 시작해 SME부문장으로. 그야말로 거칠 수 있는 모든 자리를 거치며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지근거리에서 업무 방식은 물론 사람을 대하는 방식까지 많은 것을 배웠을 것으로 보인다.
윤 전 회장은 임기 막바지 좋은 후계자를 남기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 힘들게 정상화한 KB금융을 믿을 만한 후배에게 넘기는 일이 자신의 마지막 소임이라고 봤다. 그 결과가 지금의 경영진이다. 윤 전 회장의 고문 사무실은 KB금융이 있는 여의도가 아닌 광화문 인근에 있다. KB금융에서 마음껏 뜻을 펼치라는 선배의 배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보고 배울 만한 선배, 존경할 수 있는 상사를 만난다는 건 월급과 휴가만이 낙인 직장인에게 매우 흔치 않게 주어지는 행운임에는 틀림없다. 믿을 만한 후배 역시 귀하기는 마찬가지다. KB금융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인 두 사람을 보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나는 믿을 만한 후배일까. 훗날 어떤 선배로 기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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