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위기설 '해프닝' 롯데, 조달 전선 영향은주요 계열 펀더멘털 굳건, 유형자산 막강…"우려감 지속되면 IB들도 부담"
양정우 기자공개 2024-11-21 14:56:05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0일 07: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들어 국내 자본시장에서 전방위 조달에 나선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설에 휘말렸다. 그룹 계열이 풍부한 현금성자산과 유형자산을 보유한 터라 곧바로 진화되고 있으나 IB업계에서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단순한 해프닝에 불과해도 불안감이라는 공감대는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에 여진을 남길 수 있다. 롯데지주와 롯데캐미칼 등이 동원한 사모 신종자본증권(영구채)과 주가수익스왑(PRS) 등은 통상적으로 유동화 구조가 뒤따른다. 앞으로 롯데 계열의 신용도를 향한 시장의 의구심이 짙어지면 인수 파트너로 나선 증권사의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롯데 지라시 여파, 곧바로 진화…IB 긴장감, 카운터파티 리스크 관리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는 풍문(루머)이 담긴 지라시 여파로 지난 18일 롯데그룹 상장 계열사가 동반 급락한 지 하루 만에 안정을 찾았다.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 등이 19일 오전부터 반등에 성공했고 롯데쇼핑의 매매도 강보합에서 움직였다.
엄밀하게 진단하면 롯데그룹 전반이 부진을 겪고 있으나 계열사마다 캐시플로우의 기반이 워낙 탄탄하다. 지난해와 올해가 투자의 정점인 시기였기에 실적이 위축 추세였을지라도 롯데쇼핑의 3분기 기준 현금흐름이 1조원을 넘고 있고 롯데케미칼의 추정 부채비율은 78.6%에 불과하다. 여기에 도심지 보유 토지 등 막강한 유형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롯데그룹의 주요 상장사의 주가가 루머 하나에 출렁인 건 롯데 계열사를 향한 시장의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체 펀더멘털이 굳건하더라도 몇몇 계열에 대한 우려감이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IB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증권사 IB 파트가 롯데그룹의 신용도 변화를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는 건 올들어 주요 계열사의 자금 조달에서 파트너 역할을 자처했기 때문이다. 롯데지주는 지난 3월 2000억원 규모의 사모 영구채를 찍었고 9월에도 1500억원 규모로 추가 발행을 단행했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6600억원 규모로 PRS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올들어 사모 영구채의 주관사(인수단)가 유동화로 자금 회수에 나서는 경향이 뚜렷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공모채를 주관하는 증권사는 인수 즉시 셀다운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사모 영구채의 경우 올들어 발행사마다 주관사가 북(book)을 통해 한동안 보유할 것을 요청해왔다. 조달 니즈가 큰 이슈어가 대다수여서 다른 기관의 익스포저를 관리하려는 시도로 관측된다.
이 때문에 여전히 자체 북에 롯데지주의 크레딧 리스크가 노출돼있는 증권사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대부분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하는 방향으로 유동화에 나섰는데 증권사는 유동화시 인수 확약으로 신용도를 보강한 후 ABSTB를 찍는다. 결국 ABSTB 투자자는 증권사의 보호를 받지만 막상 증권사 입장에서는 롯데그룹에 대한 위기감이 중첩될수록 카운터파티 리스크(Counterparty Risk)가 점증할 수밖에 없다.
◇롯데그룹 전방위 조달, 증권사 익스포저…빅이슈어, 향후 실적 개선 필요
롯데케미칼이 활용한 PRS는 기업이 증권사와 일정 기간 계약을 맺은 뒤 정산 시기에 기초자산의 주식가치가 계약 당시보다 높으면 차액을 기업이 가져가고, 반대의 경우엔 손실금액을 증권사에 보전하는 파생상품이다. 역시 유동화를 통해 PRS 수수료와 만기가 짧은 유동화채권(기초자산 롯데케미칼 미국 자회사 LCLA 지분)의 금리 차이로 수익을 얻는 게 통상적이다.
마찬가지로 증권사 입장에서는 PRS의 계약 종료 시점까지 거래 상대방에 대한 카운터파티 리스크가 내재돼 있을 수밖에 없다. 조달 파트너로서 곧바로 셀다운에 나서는 방식이 아니라 만기 시점까지 스스로 익스포저를 떠안는 구조로 자금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롯데지주가 올해 첫 발행한 사모 영구채는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이 주관 업무를 맡았다. 후속 발행엔 기존 주관사단에서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키움증권 등이 추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케미칼의 PRS는 메리츠증권이 일단 총대를 멨다. 추가로 7000억원 가량을 발행할 예정인데 다수의 증권사와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채권 유통시장은 증시와 비교해 거래 빈도가 떨어진다"며 "전일 급락처럼 드라마틱한 변화는 포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롯데그룹 계열이 앞으로도 자본시장에서 계속 조달에 나설 예정인 만큼 실적의 가시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위기설은 루머가 분명하지만 향후 우호적 금리를 얻기 위한 사전 채비가 필수"라고 덧붙였다.
롯데그룹측은 지라시 내용에 놓고 발빠르게 대응해왔다. 회사측은 "지라시 내용이 사실무근이어서 계열사 주가가 시장에서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며 "증권가에서 '롯데 유동성 위기설'이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의 보고서가 여러 개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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