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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유동성 점검]한화솔루션, 수익 줄고 재고자산 늘어…계엄까지 '삼중고'③3분기 누적 잉여현금 -3.5조 돌파…유동비율 4년 만에 90%대 '최저'

박완준 기자공개 2024-12-12 14:02:16

[편집자주]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이 재계에 퍼지면서 재무 위험성의 경종을 울렸다. 특히 중국발 저가 제품의 공급과잉으로 큰 타격을 입은 석유화학 기업들의 유동성에 관심이 쏠린다. 부진한 실적에 현금흐름이 악화되면서 재무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석유화학 업계가 연일 자산 매각설에 휩싸이며 재무 부담이 어느 때보다 커진 지금,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유동성을 점검하는 이유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9일 15: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후폭풍이 재계를 강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외 신뢰도 하락으로 전 세계에 발을 넓힌 기업들의 경영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정국이 혼돈에 처하면서 콘트롤 타워인 정부의 행정 절차도 모두 멈춰버렸다.

LG화학과 홋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국내 석유화학 업계도 갑작스런 비상계엄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에 대규모 손실이 누적되면서 정부가 이달 '석유화학 업계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비상계엄 이후 국무위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행정 절차 추진에 어려운 상황에 놓인 탓이다.

◇늘어난 재고에 순이익 급감…순차입금 10조 돌파

한화솔루션은 올해 영업손실을 지속하며 재무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다. 차입금 등 부채가 조 단위로 늘어나면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탓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 확장을 위해 차입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 비상계엄까지 터지며 단기간 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솔루션은 올 3분기 누적 매출액 7조8310억원, 영업손실 4054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0% 하락했으며, 영업이익은 9000억원가량 줄어들며 적자 전환했다. 기초소재 부문에서 에틸렌의 가격이 전년 대비 10% 상승했으나, 폴리염화비닐(PVC)과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가격이 각각 33%, 10% 하락해 수익성이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솔루션은 재고자산이 급격히 늘어나며 현금흐름도 악화됐다. 올 3분기 말 기준 재고자산과 매입채무 등 운전자본투자를 제외한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마이너스(-) 9412억원으로, 전년 동기(158억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같은기간 재고자산이 1713억원에서 8624억원으로 급격하게 늘어난 탓이다.

한화솔루션은 자본적지출(CAPEX)도 늘리면서 2021년부터 잉여현금흐름(FCF)이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FCF는 기업이 매년 창출하는 여윳돈을 뜻하며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에서 세금과 영업비용, CAPEX 등을 차감해 계산한다. 올 3분기 말 한화솔루션의 FCF는 마이너스(-) 3조5739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3조원을 넘겼다. NCF 적자에도 CAPEX를 2조5050억원 집행한 탓이다.

현금 유입이 막히면서 한화솔루션의 재무제표도 손상됐다. 올 3분기 말 부채총계는 19조3838억원으로, 지난해 말(15조4823억원) 대비 3조9015억원 급증했다. 같은기간 총차입금은 3조1878억원 늘어난 12조7432억원으로 집계됐다. 부채총계와 총차입금 모두 올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순차입금도 올해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올 3분기 말 기준 한화솔루션의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대비 535억원 늘어난 2조1354억원을 기록했지만, 차입금이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지며 순차입금은 10조6078억을 기록했다. 이자비용도 3분기 4480억원을 지급해 전년 대비 2000억원가량 늘어났다.

현금 유동성을 나타내는 유동비율도 100%를 하회했다. 올 3분기 말 기준 한화솔루션의 유동비율은 90.5%로 집계됐다. 2020년 말 94.4%를 기록한 이후 최저점이다. 유동비율이 100%를 밑돈다는 것은 유동자산을 모두 팔아도 유동부채를 갚기 힘들다는 뜻으로 단기적 유동성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4분기 실적부터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며, 개선된 현금흐름은 재무건전성 제고에 사용될 계획"이라며 "연내 계획했던 투자 계획은 내년 상반기 정도까지로 속도를 늦추는 등 차입금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남았는데…비상계엄에 외부 차입 '흔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사업의 발을 넓히기 위해 공격적으로 외부 자본을 끌어오며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현금창출력이 저하되면서 재무 구조가 악화됐다. 특히 악화된 재무상황으로 인해 신용등급 하락이 전망되는 가운데 비상계엄까지 터지며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한화솔루션은 미국 내 태양광 생산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에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 '솔라허브'를 구축하는 내용이 골자다.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밸류체인을 만들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약 2조원 이상의 투자가 남아있다.

하지만 한화솔루션은 악화된 재무건전성에 신용등급 하락 위험에 노출됐다. 올 6월 NICE신용평가에서 평가한 신용등급 전망이 기존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로 하향됐다. 부정적 전망은 6개월 이내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용등급이 하향될 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더 높은 금리가 책정돼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외화채 시장에서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비상계엄이 터지며 국가 신용등급이 흔들리고 있는 탓이다.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국내 기업이 외국에서 돈을 빌릴 때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실제로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와 무디스는 비상계엄이 신용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불황에 국내 기업들의 현금 유동성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며 "정부가 이달 중으로 발표를 계획한 '석유화학 업계 경쟁력 강화 방안'도 비상계엄으로 무기한 연기되면서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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