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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C 톺아보기]'성장통' 카벤 김기준 대표, '두마리 토끼' 잡을까⑦대펀, 성과급 수령 + CEO, 배분구조 결정…'성장통' 인센티브 논란 리더십 필요

이영아 기자공개 2024-05-20 08:45:28

[편집자주]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카카오는 플랫폼을 장악하며 대기업집단으로 이름을 올릴 정도로 몸집을 키웠다. 급속도로 커진 덩치만큼이나 카카오에 쏠리는 시선도 따갑다. 잇따른 계열사 기업공개(IPO) 추진은 ‘쪼개기’ 논란으로 이어졌고, 공격적인 내수 위주의 사업 확장은 ‘골목상권 침해’ 비판을 받았다. '카카오식 성장 방정식'이 도전에 직면한 지금 계열사 카카오벤처스의 존재감이 부상하고 있다. 카카오는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이 절실하다. 잠재력 있는 초기기업을 발굴하며 벤처투자 시장에서 활약해 온 카카오벤처스가 중요해졌다. 더벨은 CVC 가운데 중량감 있는 하우스로 자리매김한 카카오벤처스의 성장 히스토리를 살펴보고 미래 전략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4일 14: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기준호 카카오벤처스가 출항했다. 김 대표는 기존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가 모기업인 카카오 대표로 발탁되면서 승진했다. 그는 카카오벤처스 설립 초기부터 몸담았던 베테랑 심사역으로 내부에서 최장 근속연수를 자랑한다. 지난 12년의 세월 동안 하우스에 여러 차례 리더십 변화를 지켜보며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신임 대표의 당면 과제는 '투명한 성과체계 정립'이다. 임지훈 전 대표가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와 카카오벤처스를 상대로 성과급 지급 소송을 제기하면서 관련 이슈가 떠올랐다. 임 전 대표 측은 확실한 근거로 '성과보수 계약서'를 내세우지만 카카오벤처스 측은 '주주총회 미결의'를 명분으로 반박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사태를 카카오벤처스의 '성장통'으로 평가한다. 유일하게 청산 완료된 1호 펀드(케이큐브1호 벤처투자조합)에서 이슈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디테일한 성과보수 지급 체계가 부재하기 때문에 발생한 논란으로 분석한다. 향후 관련 잡음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계약서나 확약서, 주주총회 등 성과보수 지급에 대한 절차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카카오벤처스 대표

◇모호한 성과급 분배, '뜨거운 감자'로

김 대표가 사령탑에 오른 뒤 '성과급 소송'이 뜨거운 감자로 다시 떠올랐다. 임지훈 전 카카오 대표가 카카오벤처스를 상대로 성과급 약 600억원을 지급하라는 항소심에 돌입하면서다. 앞서 2022년 임지훈 전 대표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와 카카오벤처스를 상대로 성과급 지급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임 전 대표는 카카오벤처스 재직당시 '케이큐브1호 벤처투자조합'을 통해 두나무에 2억원을 투자했는데, 이 지분 가치가 2021년 펀드 청산 시점에 1조7000억원까지 불어났다. 투자 당시 7억원에 불과했던 두나무의 몸값이 20조원으로 폭등했기 때문이다. 임 전 대표는 펀드 청산 후 카카오벤처스에 "약속한 성과급 600억~800억원을 달라"고 했지만, 카카오벤처스는 "약정 당시 주총과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지급을 보류했다.

케이큐브 1호 벤처투자조합 청산하면서 조합 운용사인 카카오벤처스는 성과보수로 3399억원을 수령했다. 덕분에 카카오벤처스의 연간 영업수익(매출)은 2020년 70억원에서 2021년 4925억원으로 약 70배 급증했다. 카카오벤처스는 이 가운데 631억원을 임직원에게 지급했다. 임 전 대표 측에 따르면 당시 정신아 대표(현 카카오 대표)와 김기준 부대표(현 카카오벤처스 대표)는 각각 260억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성과급 분배 방식의 모호함이 갈등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업계에 따르면 각 운용사마다 성과보수 체계는 차이가 있지만 통상 VC와 심사역은 50대 50이나 60대 40 비율로 성과보수를 나눠 갖는다. 회사가 자기자본금으로 일부 유보하고, 나머지 성과에 대해서는 기여한 대표 펀드매니저를 비롯한 핵심운용인력, 관리팀(백오피스) 등이 나눈다.

성과보수 체계는 펀드 별로 설정된다. 통상 하우스 내부 공유하는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체적으로 딜 발굴, 심사, 투자, 사후관리 등을 담당한 심사역의 성과보수 비중이 가장 크다. 대표 펀드매니저의 경우에는 펀드 기대수익률(IRR)이 특정 수준을 넘기면 일정분을 성과급으로 받는 것으로 약정하기도 한다.

임 전 대표는 펀드 청산 전 퇴사한 사례다. 당시 국내 VC에선 퇴사한 심사역에게 펀드 성과보수를 인정해 주는 문화가 드물었다고 전해진다. 때문에 임 전 대표와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는 별도의 성과보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카카오벤처스는 김 창업주가 지분 100%를 보유한 오너 개인회사였다.

2015년 초 임 전 대표와 김 창업주는 성과급의 70%를 받는다는 내용의 성과보수 계약을 맺었다. 2015년 3월 김 창업주가 카카오벤처스 지분 100%를 카카오에 매각하기 이전에 체결한 계약이다. 같은해 8월 임 전 대표가 본사 대표로 발탁되면서 '보상 비율을 44%로 낮추되 근무 기간과 상관없이 성과급을 전액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계약을 변경했다.

훗날 카카오벤처스는 절차상의 문제(주총 및 이사회)를 근거로 들며 성과급 지급을 보류한다. 임 전 대표와 김 창업주가 성과급 계약서 체결 할 당시 제기되지 않았던 문제다. 펀드 청산 전 퇴사한 심사역에 관한 성과보수 지급 내부 규정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빚어진 마찰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벤처스 성과급 소송은 VC 업계 성과급 체계 발전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라며 “사측에 계약서나 확약서, 주주총회 등 성과보수 지급에 대한 절차를 확실히 지켜달라는 심사역들의 요구가 강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투명한 체계 확립하에 '적극 딜소싱'

김기준 대표와 임 전 대표는 한때 돈독한 동료에서 법정 다툼을 벌이는 관계가 됐다. 국내 최초 '수익률 100배' 펀드의 결과물이 '과실 배분'보단 '진흙탕 싸움'에 가까운 양상을 보이자 업계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를 계기로 투명한 보상 체계 및 규정을 명확히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도 VC 업계에서는 모호한 책정 기준 등의 이유로 (성과급) 지급이 지연되거나 지급 규정을 임의로 바꾸는 사례가 여전히 많은 상황"이라며 "회사에서 성과급 규정을 지키지 않는 까닭에 큰 성과를 낸 펀드가 나올 때마다 퇴사자가 속출하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12년간 심사역으로 활약해온 김 대표가 수장을 맡는다는 점에서 향후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 관심이 모인다. 김 대표는 올해 3월 카카오벤처스 대표로 선임됐다. 최장 근속 끝에 얻은 승진 과실이다. 2012년 수석팀장으로 합류해 상무로 승진했고 2018년 부사장직에 오르며 하우스 굴곡을 함께했다. 지난 12년동안 수많은 파트너 심사역이 카카오벤처스를 거쳐 갔지만 유일하게 자리를 지킨 건 김 대표뿐이다.


김 대표는 '실무형 대표'다. 그는 현재 하우스가 운용하는 9개 펀드 중 5개의 대표 펀드매니저를 맡고 있다. △케이큐브 NEO 펀드 △카카오 청년창업펀드 △KIF-카카오 우리은행 기술금융투자펀드 △카카오 디지털콘텐츠 펀드 △카카오 그로스해킹 펀드 등이다. 김 대표 본인이 성과급 수령 대상이 되는 대표편드매니저이면서 동시에 CEO로서 성과급 분배 결정 체계를 고민하고 결정해야 하는 당사자이다.

통상 VC 심사역에게 배분되는 성과보수에는 경영진의 몫이 포함돼있다. 예를 들어 심사역에게 성과보수의 60%가 배분될 경우에는, 해당 60%에 경영진 몫이 포함돼 있다는 의미다. 심사역 성과급에서 경영진 성과급을 제외하는 국내 VC는 KB인베스트먼트 외 알려진 곳이 없다.

최근엔 심사역 개인기를 인정하면서 명확한 보상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카카오벤처스의 경우에는 앵커 출자자(LP) 카카오와 발맞춰 균형을 맞춘 규정을 확립해야 한다는 게 업계 평가다. 통상 펀드 운용구조는 앵커 LP 입김이 거세다. 근래 카카오가 카카오벤처스 신규 펀드 결성에 외부 자금을 받지 않도록 방침을 정하면서, 향후 앵커 LP로 꾸준히 등판할 예정이다.

확실한 보상 체계를 확립했다면 다음 과제는 적극적인 딜소싱이다. 지난해 카카오벤처스는 15개 기업에 97억원을 투자하는 것에 그쳤다. 지난 2022년 45개 기업에 522억원을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81.42% 감소한 것이다. 벤처투자 시장 위축으로 창업 시도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초기 투자사인 카카오벤처스 역할이 감소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게 하우스 측 설명이다.

카카오벤처스 관계자는 "올해 시장 상황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혁신 스타트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 나갈 계획"이라며 "스타트업 발굴을 위한 정량적 시스템을 갖추면서 투자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패밀리(포트폴리오)들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밸류업 프로그램도 다각화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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