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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이사제 톺아보기]'무노조' 에코프로의 결단, 현장과의 소통로 구축①오너 공백 겪은 후 지배구조 개선 '열중'…내부 다독이기

원충희 기자공개 2025-01-13 08:12:58

[편집자주]

근로자이사제(또는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 멤버로서 발언권과 의결권을 갖고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개념이다. 해외에서는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많이 퍼져 있으며 국내에서도 몇 번 도입이 시도됐다. 현재는 공공기관 중심으로 시행 중이나 아직 민간기업들 사이에서는 거부감이 강하다. 이런 가운데 에코프로그룹이 근로자이사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theBoard는 근로제이사제의 현황과 문제점, 사례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0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코프로그룹이 근로자이사제를 추진한다. 이사회에서 노동자 대표나 이사로 참여하는 제도로 근로자를 기업 경영의 한 주체로 보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키는 개념이다. 노조가 없는 에코프로그룹은 사내 공모를 통해 후보를 모집하고 결격사유 검사와 추천 과정을 거쳐 선임한다.

국내에서 근로자이사제는 통상 정부 등 외부의 압력으로 도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에코프로그룹은 자발적으로 도입했는데 그 이면에는 고속 성장 후 오너십 공백을 겪으면서 지배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춘 경영진 최상단의 큰 그림이 있다.

◇사내 공모 통해 후보군 취합, 3월 주총서 최종 선임

에코프로는 최근 사내 게시판에 근로자 대표 후보를 모집하는 추천 공고를 게시하며 근로자이사제 도입을 알렸다. 임원을 제외한 직원들 대상으로 사내 공모를 통해 후보군이 취합되면 리스트를 만들어 이사 결격사유를 따져보고 이사회에서 후보 추천하는 과정을 거친다. 최종 후보는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된다.

에코프로뿐 아니라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에이치엔,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에도 근로자이사를 1명씩 선출할 계획이다. 이들의 임기는 1년이다. 선임을 위해 매년 주주총회에 상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여타 사례를 보면 근로자이사 임기는 통상 2~3년이지만 에코프로는 도입 초기란 점에서 1년 단위로 정했다.

*2016년 서울시 '근로자이사제' 도입 포스터

근로자이사제는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나 이사가 참여해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제도다. 국내에선 '노동이사제'로도 불리며 외국에서는 노동자대표제도(BLER, Board-Level Employee Representation)란 명칭을 통한다.

근로자를 기업 경영의 한 주체로 보고 노동자에게 결정권을 준다는 점에서 이사회 다양성을 확보하는 제도로 꼽히긴 하나 오너 및 경영진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런 제도다. 국내에선 서울시가 2016년 정원 100명 이상인 13개 산하 투자·출연기관에 근로자 이사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하는 조례를 제정하면서 처음으로 도입, 시행됐다.

통상 법규 개정 등 외부적인 요인으로 도입되는 경우가 많지만 에코프로그룹은 자발적인 의사란 점에서 남다른 행보다. 이에 에코프로 관계자는 "생산현장에서 일하는 운영직들을 되게 많이 챙기려는 게 경영진의 의지"라며 "사업장이 포항, 오창, 서울 사무소 이렇게 떨어져 있다보니 근로자들의 의견을 수렴을 하는 과정들을 만들고자 하는 회장(이동채 에코프로 창업주)의 의지"라고 말했다.

◇고속성장 후 캐즘 '침체'…오너 공백 사태 겪은 뒤 지배구조 개선 중

근로자이사제 도입을 추진하는 에코프로그룹에는 속사정이 있다. 이 회사는 2차전지 주요 소재인 양극재 생산을 주업으로 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붐을 맞아 고속 성장했는데 2018년 연결기준 총자산 2318억원에서 2023년 말 3조4861억원, 같은 기간 매출은 6694억원에서 7조2602억원으로 급증했다. 계열사도 7개에서 19개로 늘었다.

6년 만에 10배 이상의 고속 성장을 이룬 만큼 외형이 급격히 커진 탓에 내부통제 확립을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특히 오너가 불미스런 일에 휘말려 공백 사태도 겪었다. 경영진 최상단에서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 나선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에코프로그룹 계열사 사업장

아울러 에코프로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인해 작년 실적이 고꾸라졌다. 매출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2조4789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9854억원) 대비 반 토막 났으며 같은 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5363억원에서 -461억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올해는 이를 돌파하기 위해 경영 전 부문에서 환골탈태를 선언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양극재 통합법인 프로젝트와 에코프로이노베이션과 에코프로씨엔지 합병, R&D 아웃소싱 강화 등 3대 중점 추진과제를 선정했다.

직원 대표를 이사회 의결과정에 참여시켜 경영 현황에 대한 시야를 보여줄 수 있다면 훨씬 더 협조를 구하기가 수월해진다. 특히 에코프로는 모든 제조 사업장이 국가가 조성한 산업단지에 위치해 있어 쟁의 등의 이슈가 벌어지면 오너에게도 평판 위험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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