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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보드]빙그레 지주사 전환 백지화, 김호연 회장 지배력 '물씬'사외이사 이견 반영 어려운 구조, 이사회 구성 현행법상 최소요건 수준

이돈섭 기자공개 2025-02-10 08:17:27

[편집자주]

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4일 15시39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빙그레가 지난해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계획을 세우고 2개월 만에 이 계획을 백지화할 수 있었던 것은 김호연 회장(사진) 중심의 이사회 구성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빙그레는 현행법이 요구하는 최소 요건에 맞춰 사외이사를 기용하고 있는데 김 회장이 주도하는 이사회 안에서 사외이사가 오너가와 경영진을 견제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다.

◇ 이사회 결의 과정 사외이사 이견 반영 어려운 구조

지난해 9월 말 현재 빙그레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2명 등 총 6명의 이사진으로 구성돼 있다. 같은 시기 별도 기준 자산총계 8218억원 규모의 빙그레는 이사회 총수의 4분의 1을 사외이사로 채워야 한다는 상법상 요건을 최소 수준에서 지키고 있다. 빙그레는 최근 10여년 대부분 기간 동안 이사회 규모를 유지해 왔다.

빙그레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이사 과반수가 채워져야 가능하다. 사내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이 저조하지 않는 이상 사외이사 힘만으로 이사회 테이블 상의 안건을 부결시키기 어려운 구조다. 오너인 김호연 회장이 등기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외이사가 이견을 내 이를 반영하기는 어렵다.

한화그룹 창업주 김종희 전 회장의 차남인 김 회장은 빙그레 지분 36.75%를 가진 최대주주임과 동시에 '제때'와 '현담문고' 등 계열사 지배력을 통해 빙그레 지분 2% 이상도 간접 보유하고 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설치 의무에서 자유로운 빙그레는 이사회가 이사 후보를 추리는데,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이 관여할 수 있는 구조다.

지난해 11월 빙그레 지주 체계 전환 안건은 이사진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고 전해진다. 다만 현재 이사회 구성상 사외이사 독립성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부 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형태다. 거버넌스 평가기관 관계자는 "이사회를 지배하는 김 회장이 지주사 전환 결정도 주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사 체제 전환은 통상 오너가 지배력 강화로 이어진다. 빙그레만 놓고 봤을 때 김 회장 장남 김동환 사장 지분 승계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 빙그레가 지주사로 전환한 뒤 애시당초 계획한 대로 현물출자 유상증자 과정을 거쳐 김 사장이 주주에 이름을 올리게 되면 김 회장 주도의 지주사 전환 결정이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 지주사 계획 발표 후 주가 요동…일반주주 영향 가능성

빙그레가 밝힌 지주회사 체계 전환 계획은 빙그레를 인적분할해 사업회사(빙그레)를 만들고 빙그레는 투자회사(빙그레홀딩스)로 존속시킨 뒤 해당 투자회사에 대해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추진,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이 과정에서 자사주 전량을 소각해 지주사 전환 관련 잡음을 없애려고도 했다.

하지만 빙그레는 지난달 말 돌연 지주사 전환 계획을 철회했다. 계획 발표 후 기업가치 중복 이슈와 오너가 지배력 확대 이슈 등이 불거지자 이에 부담을 느낀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주사 전환 계획 철회 역시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해 이사진 전원 만장일치 동의를 받아 결의했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11월 지주사 전환 발표 이후 지난달 계획을 철회하기 전까지 주가는 요동쳤다. 지주사 전환 직전 7만1000원 수준 주가는 지난달 중순 8만5000원 이상으로 치솟았지만 계획 철회 이후 다시 7만원대로 주저앉았다. 회사 입장에선 계획을 세웠다가 취소한 것에 지나지 않으나 일반주주 입장에선 대형 이벤트가 두 번 지나간 셈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주요 지배구조 전환 이슈 등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에 이사회 논의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한데, 관건은 이사회가 논의가 이뤄질 정도의 구성을 갖췄는지 여부"라면서 "정식 이사회 논의를 거쳤다는 것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 외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결론을 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23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현대그린푸드(현 현대지에프홀딩스)의 경우 지주사 전환계획을 발표하기 직전 2022년 6월 말 당시 사내이사 6명과 사외이사 3명 등으로 이사회를 구축하고 있었다. 당시 현대그린푸드 별도기준 자산총계는 1조8107억원, 현행법이 요구하는 최소 구성요건을 소폭 웃도는 수준에서 사외이사를 기용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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