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밸류업은 지금]우리금융, 자본잉여금 활용 '비과세 배당' 꺼내든 배경은①'3조' 규모 이익잉여금 이입 예고…주주환원 여력 부족하지만 진정성 강조
최필우 기자공개 2025-02-14 12:45:16
[편집자주]
정부 주도 상장사 밸류업 프로그램을 본격화한 지 1년이 지났다. 금융지주는 기업가치 제고 공시와 주주환원 계획 발표를 충실하게 이행하며 상장사 중 가장 두드러진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 후에는 외국인 투자자 이탈로 부침을 겪기도 했다. 일각에서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금융지주는 올해도 밸류업 기세를 이어가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밸류업 프로그램 2년차를 맞아 진일보한 주주환원 정책과 보완이 필요한 영역을 금융지주별로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2일 07시06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이 자본잉여금을 활용한 비과세 배당 카드를 꺼내 들면서 호평받고 있다. 금융권 전반을 놓고 보면 메리츠금융지주가 같은 방식의 주주환원을 선보였으나 은행권으로 국한하면 우리금융이 최초다.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2025년 사업연도에 대한 결산배당부터 이입 이익잉여금을 배당 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우리금융은 주주환원 진정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자본잉여금 활용 방침을 정했다.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은행 계열사 이익 규모가 작고 비은행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약점을 갖고 있어 주주환원 여력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정부 주도 밸류업 프로그램에 최대한 발맞춘다는 취지다.
◇NIM 하락세 감안, 중장기 재원 마련
우리금융은 2024년 경영실적으로 발표하면서 자본잉여금을 활용한 주주환원 정책을 새로 선보였다. 자본잉여금 3조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이입하고 이를 재원으로 비과세 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https://image.thebell.co.kr/news/photo/2025/02/11/20250211165713184_n.png)
이번 환원 정책은 이익잉여금을 바탕으로 한 기존 주주환원 정책과 차별화된 방식으로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이입해 마련된 재원을 활용해 배당을 지급하면 개인 주주는 배당소득세 15.4% 원천 징수 없이 배당금 전액을 수령할 수 있다. 이 경우 배당수익이 18.2% 상승하는 효과가 있어 주주환원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가능하다.
우리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가 작다는 약점을 새로운 정책으로 보완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2023년 그룹 사상 최초로 1000억원 규모로 자사주를 소각했고 지난해에는 1367억원을 소각했다. 지난해 실적을 기반으로 올해는 1500억원의 매입·소각을 의결했으나 KB금융(5200억원), 신한금융(5000억원), 하나금융(4000억원)과 비교하면 규모 확대가 더디다.
우리금융이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추가적으로 늘리지 못하는 건 이익 규모와 구조가 다른 금융지주 대비 열위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순이익 4위권이고 비은행 부문의 그룹 기여도는 지난해 1%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보통주자본(CET1)비율의 경우 13%대를 웃도는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12%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금리 인하 기조에 접어들면서 순이자마진(NIM)이 하락 추세에 접어들고 있는 것도 신규 배당 정책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된다. 주주환원 규모를 키우려면 그룹 전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리은행의 성장에 기대를 걸어야 하지만 최근 위험가중자산(RWA) 성장률을 제한하고 안정적인 CET1비율 관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상태다. 이같은 환경에서 자본잉여금을 활용하면 향후 3~4년 간 배당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https://image.thebell.co.kr/news/photo/2025/02/11/20250211165835556_n.png)
◇예보 지분 매입·소각 이어 또 한번 묘수…메리츠 성공사례 뒤따를까
자본잉여금 활용은 지난해 예금보호공사 잔여 지분 매입·소각에 이은 묘수로 평가된다. 지난해 우리금융은 민영화 후에도 예보가 보유하고 있던 1300억원 규모의 잔여 지분을 매입해 소각했다. 예보 지분 인수는 우리금융 입장에서 매듭지어야 할 숙제였으나 재원 마련 명분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주주환원을 명목으로 결단을 내리면서 잔여 지분 처리와 자사주 매입·소각 확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이번에도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이입을 전격 결정하면서 신규 재원 마련 없이 주주환원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다른 은행금융지주가 시도하지 않은 방법을 제시하면서 주주환원에 진정성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같은 방안을 발표한 뒤 우리금융 주가는 하루 만에 6% 가량 상승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서 앞서 자본잉여금 활용 배당에 나선 메리츠금융은 주주환원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리츠금융은 자본준비금 감액으로 비과세 배당을 확대하겠다고 2023년 9월 21일 공시했고 당시 5만4000원이던 주가를 지난 11일 기준 11만1400원으로 2배 이상 끌어 올렸다. 다만 메리츠금융의 경우 주주친화적인 지배구조 개편과 호실적이 뒷받침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금융도 밸류업을 위해 추가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파이낸스
-
- [금융지주 밸류업은 지금]신한금융, 비은행 기여도에 '리딩금융 프리미엄' 달렸다
- [롯데캐피탈은 지금]롯데그룹 '알짜 계열사'의 매각설이 나오는 이유는
- [금융지주 배당수익 분석]은행 밀고 보험 끌고…신한금융 올해 배당수익 '역대급'
- [금융지주 배당수익 분석]KB금융, 낮아지는 은행 의존도
- [금융지주 해외은행 실적 점검]기업은행, 아시아 3대 법인 첫 연속 흑자…금융벨트 본격 가동
- KB금융 경영진 25명, 주가 부양 위해 자사주 매입
- [금융지주 밸류업은 지금]우리금융, 자본잉여금 활용 '비과세 배당' 꺼내든 배경은
- 보험사 자본확충 희비 엇갈려...옥석 가리기 시작됐나
- [우리금융 인사 풍향계]자회사 CEO 임기 '2→1년' 단축된 배경은
- [보험사 매물 분석]MG손보, 자금 유입 절실한데 매각 지연…무산 불안감 증폭
최필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금융지주 밸류업은 지금]신한금융, 비은행 기여도에 '리딩금융 프리미엄' 달렸다
- [금융지주 밸류업은 지금]우리금융, 자본잉여금 활용 '비과세 배당' 꺼내든 배경은
- [금융지주 밸류업은 지금]신한금융, 자사주 소각 통한 '오버행 불식' 진심 통했다
- [금융지주 밸류업은 지금]KB, 리딩금융 걸맞은 자사주 소각...CET1은 개선 여지
- [금융지주 밸류업은 지금]KB금융, ROE·비은행 강화로 '넘버원' 주가상승률 달성
- [컨콜 Q&A 리뷰]우리금융 "동양생명 인수, 포트폴리오에 최적의 방안"
- [thebell note]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25년 숙원
- 하나금융, 함영주 2기 '비은행 강화' 새판짜기 선봉은
- [은행경영분석]우리금융, 기업금융 대출 '급제동' 노력 통했다
- [컨콜 Q&A 리뷰]JB금융, '김기홍 체제 3기' 신사업 성공 자신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