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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고민 없는 PEF, 지속 가능할까 [thebell note]

최재혁 기자공개 2025-03-05 08:15:40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4일 08시2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시장이 도래한 지 20년이 흘렀다. 1세대 운용역들은 어느덧 환갑을 뛰어넘었고 자연스럽게 '승계'라는 화두가 등장할 시점이 됐다. 그러나 업계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하다.

취재 과정에서 LP와 GP, 자문사를 막론하고 승계에 대한 업계 분위기를 물어봤지만, 대부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승계보다 시급한 이슈들이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 심지어 '못하면 못하는 대로'라는 반응도 종종 나와 놀라기도 했다. 조직의 연속성을 크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말처럼 들렸다.

이는 PEF의 본질적 특성과 맞닿아 있다. 장기적인 성장보다는 개별 파트너의 역량을 바탕으로 한 단기적 성과 창출이 더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성과보수 배분이 불공평해지면 바로 독립하는 것이 PEF 업계의 현실이다. 일반 기업과는 다른 점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과연 바람직한 걸까? 해외 사례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블랙스톤, KKR, 칼라일 등 글로벌 대형 PEF들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창립자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전문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단순한 세대교체를 넘어 지속 가능한 조직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간 셈이다. 이는 시장 성숙도와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승계 논의가 지배구조 개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 문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인적 역량이 중요한 산업에서 지배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자.

로펌과 회계법인 역시 구성원의 전문성이 핵심 자산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조직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등한시하지 않는다. 체계적인 파트너십 구조와 승계 계획을 통해 법인으로서의 가치를 유지해 나간다. PEF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승계를 고민하는 것은 단순한 세대교체가 아닌, 산업의 성숙과 발전을 위한 필수 과정이다.

국내 PEF 업계는 이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과거처럼 개별 파트너의 역량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것인가, 아니면 보다 체계적인 승계 시스템을 도입해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발전할 것인가.

단순히 'PEF 운용사 특성상 승계가 어렵다'는 이유로 논의를 미룰 수는 없다. 한국 자본시장에서 PEF가 보다 긍정적인 역할을 하려면 이제는 업계 내부에서도 이 문제를 직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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