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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주총 행동주의 리포트]라이프운용, 한국형 인게이지먼트 시초…'도우미 주주' 자처④단일 전략으로 AUM 폭발적 성장…공개 없이 기업 설계하는 저력

고은서 기자공개 2025-04-25 08:31:55

[편집자주]

2025년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행동주의 펀드들이 다시 시장의 전면에 나섰다. 하지만 지금의 행동주의는 더 이상 하나의 얼굴이 아니다. 지분이 작아도 전면에 나서는 펀드가 있고 말없이 장기 보유로 압박하는 펀드도 있다. 공개 압박과 비공식 대화, ESG와 지배구조 개선 등 전략도 제각각이다. 더벨은 국내 대표적 행동주의 운용사를 대상으로 한국형 액티비즘이 어떤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지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1일 14시1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분율도, 이름도 공개하지 않는다. 기업명을 거론하지 않고 주주제안도 내지 않는다. 라이프자산운용은 전통적인 행동주의 펀드와 달리,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기업을 움직인다. 대신 그들이 선택한 전략은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다. 주주로서의 영향력을 표결이나 공개 비판이 아닌 재무적 솔루션과 성장 설계로 행사한다.

공식 발표도 없고 기사 한 줄 나지 않지만 라이프가 개입한 기업의 전략은 바뀐다. 실제로 일부는 그들의 펀드에 유한책임투자자(LP)로 참여하기도 했다. 공격보다 조율, 지분보다 관계. 라이프는 말 없는 설계자로서 한국형 주주행동 전략의 새로운 길을 개척 중이다.

라이프는 2021년부터 인게이지먼트를 한국형 자본시장 전략의 해법으로 제시해왔다. 저평가 기업에 장기 투자한 뒤, 단순한 수익 추구가 아니라 기업가치의 재평가를 유도한다. 필요하다면 기업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는 재무 해법까지 함께 제공한다. 특히 문제가 있는 기업을 고치려는 시도보다 재평가 받을 기업을 찾아 돕는다는 전략 기조가 국내 행동주의 펀드 중 가장 뚜렷한 차별점으로 평가된다.

라이프의 전략은 세 개의 운용 본부로 분리된 팀 구조에서 출발한다. 먼저 운용1본부(기업리서치팀)가 저평가 종목을 선별하고 전략운용본부(인게이지먼트팀)가 재평가 아이디어를 개발해 기업과 비공식 소통을 시작한다. 이어 운용2본부(기업금융팀)는 해당 기업의 상황에 맞춘 재무적 솔루션을 제공해 실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조다. 펀드 운용과 IB 기능을 결합한 라이프만의 내부 설계다.

전략의 핵심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지분공시나 언론 활동은 철저히 배제한다. 라이프는 "공개 주주서한도, 기사도, 기업 이름도 외부에 절대 알리지 않는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들의 투자가 외부에서 포착되기는 어렵지만 기업 내부에서는 오히려 더 밀도 있는 대화와 구조적 조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행동주의와의 차별점은 명확하다. 라이프는 지배구조 개선보다 기업 성장 촉진을 우선순위에 둔다. 낮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보다 더 중요한 건 기업이 저성장의 굴레를 벗어나 시장에서 재평가받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는 것이다. 성장하지 않으면 분배도 없다는 판단에서다.

라이프자산운용은 행동주의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대신 자신들은 우호적 관여 활동, 다시 말해 인게이지먼트 전략을 고수해왔다고 말한다. 조용하게 기업과 소통하고 그에 필요한 재무 솔루션까지 제안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에는 라이프의 창립 철학이 반영돼 있다. 회사 이름인 LIFE(Long-term Investment For Everyone)는 모두를 위한 장기투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단기 성과보다 구조적 성장을 중시하고 소수 주주도 경영에 일정한 발언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라이프는측 "소액주주가 5%를 갖고 있다면 최소한 1%의 목소리는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라이프측은 "우리가 투자한 기업의 일부가 오히려 우리 펀드에 투자자로 참여했다"는 점을 전략의 실질성과 신뢰로 해석한다. 시장에 알려지지 않더라도 기업 내부에서 체감되는 변화가 있었다는 방증이다. 또한 지배주주가 10~50% 지분으로 100% 경영권을 행사하는 구조에서 소액주주가 5% 지분으로 1%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자본시장 현대화의 시작이라는 철학도 꾸준히 유지해왔다.

다른 운용사와의 차별점도 분명하다. 트러스톤이나 VIP자산운용 등도 최근 인게이지먼트 전략을 강화하고 있지만 해당 모델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실행한 곳은 라이프자산운용이다. 라이프는 지금까지도 단일 전략만으로 조직을 운영해왔다. 인게이지먼트 전략을 전담하는 기업금융팀을 따로 두고 있는 곳은 드물다. 기업의 니즈에 맞는 구체적 재무 솔루션을 제안하고 실행하는 점에서 실질 관여의 깊이가 다르다는 평가다.

현재 라이프는 업계에서 인게이지먼트 관련 운용규모(AUM)가 가장 크다. "경쟁사의 10배가 넘는다"는 자체 평가도 있다. ESG·기업지배구조 관련 펀드의 누적 수익률 또한 업계 최상위권에 속한다. 단 한 번의 공개도 없이 기업 변화를 이끈 동시에 시장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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