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1월 04일 0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올해 특별한 시무식을 마련했다. 그룹 전 계열사 임직원들을 데리고 지난해 말 문을 연 '호텔 탑스 텐(TOPS 10) 강릉'으로 향했다. SM그룹의 첫 자체 호텔 브랜드인 이 곳에서 새해 첫 날을 시작했다.이번 SM그룹의 시무식은 의미도 깊다. 수 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한 뒤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첫 행사다. SM그룹이 언제부터 '그룹'이란 타이틀을 달게 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지난해 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고 우 회장은 대통령 해외 순방의 단골 손님이 될 정도로 재계에서의 위상도 올랐다.
그러나 성장통도 만만치 않았다. 화려함의 이면에는 문제들도 쌓였다. 뒤돌아 볼 겨를 없이 인수합병을 통해 새 식구들을 맞아들이는 동안 끈끈하고 유기적으로 움직였던 조직은 조금씩 헐거워졌다. 계열사 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기도 하는 등 통일된 시스템을 갖추지도 못했다.
이런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듯 올해 SM그룹은 계열사 간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를 단순화 하고 전체 계열사 수를 줄일 계획이다. 그 동안 불어난 새 식구들의 호적을 정리하는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다만 자의적인 선택은 아니다. 공정위의 순환출자구조 해소 권고에 따른 행동이다.
이번 계열사 간의 합병은 SM그룹을 한 단계 더 도약 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쉼 없이 인수합병을 해오면서 뒤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SM그룹이 이제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이다. 그런 만큼 기존의 구성원들과 새로운 직원들이 서로 어우러지는 장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합병하는 법인 간 사업적 연관성 및 시너지도 간과할 수 없다. 모태인 건설과 제조업을 넘어 해운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한 만큼 각 계열사 간 합병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만 접근해 합병을 시도하면 사업 결합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지배구조 재편이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력 확장에 악용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계열사 간 합병 등이 오너 일가가 보유한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도 많았다. 건실한 계열사가 지배력 확장의 도구가 되는 순간 사업 경쟁력은 사라질 수 있다.
해돋이를 보기 위해 바다를 찾은 사람은 수평선 너머에서부터 너른 바다를 건너온 칼바람에 아랑곳 하지 않는다. 우 회장의 뚝심과 결단이 SM그룹 앞에 놓인 과제를 잘 풀어낼 것이라 확신한다. 그 동안 모인 다양한 법인들처럼 여러 구성원들이 서로 융합하고 협력해 열어가는 SM그룹의 미래가 지금보다 더 크고 빛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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