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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에게 ‘진정한 자문’ 제공하는 하우스될 것” [thebell interview]이재현 삼성증권 IB1부문장 “충분한 인재, 독보적 WM 경쟁력 갖춰… 포텐셜 충분”

최윤신 기자공개 2023-04-13 07:59:15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1일 16: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증권이 올해 들어 자본시장의 ‘핫 딜’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시장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새로 부임한 IB1부문장 이재현 부사장(사진)에게 쏠린다. 장기공석이던 삼성증권의 IB1부문장으로 부임해 불과 6개월 만에 자본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IB하우스로 만들었다.

이재현 호는 경쾌한 뱃고동을 울리며 출항했지만 아직 순항을 확신하긴 어렵다. 은행계 대형 하우스들과 다른 삼성증권의 포지션을 고려할 때 그간 다른 증권사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하기 때문이다. 키를 잡은 그의 어깨가 더 무거운 이유다. 이 부사장을 만나 그가 그리는 항로에 대해 들어봤다.

◇ 국내 대형 하우스와는 ‘다른 길’ 불가피

최근 집계된 2023년 1분기 더벨 리그테이블에서 삼성증권은 주식자본시장(ECM) 주관 순위 2위를 차지했다. 인수규모로는 1위다. 1개 분기의 실적이지만 그간 삼성증권이 대부분의 분기에 중위권에 머물렀던 걸 고려할 때 의미가 크다.

신규 수임한 딜들의 면모를 보면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하우스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말 라인게임즈 IPO 대표주관 업무를 수임한 걸 시작으로 자본시장의 뜨거운 감자였던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서 하이브의 지분 공개매수 주관 업무를 맡기도 했다. 이어 최근엔 HMM 매각 주관까지 수임하며 시장의 관심이 큰 빅딜에 주관사로서 이름을 수놓고 있다.


이런 성과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 부사장은 망설임 없이 "삼성증권에 내재돼 있던 역량"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3개월은 조직을 개편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준비하는 시간이었고, 새로운 조직으로 업무를 한 건 이제 3개월이 돼간다”며 “1분기의 좋은 모멘텀은 그간 구성원들이 쌓아온 역량이 빛을 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이 지난해 삼성증권에 합류해 가장 놀란 건 IB 인력들의 우수함이었다. 어떤 글로벌 IB와 비교해도 부럽지 않을 만큼 다양한 전문성으로 무장한 인재들이 가득했다. 새로 무언가를 창조하기보다는 조직의 가려져있던 능력을 부각시키고 광을 내는 게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라고 느꼈다.

IB는 맨파워 비즈니스이지만 포지셔닝 비즈니스이기도하다. 국내 다른 대형 IB하우스와는 다른 삼성증권의 포지셔닝을 고려할 때 새로운 청사진이 필요했다. 부채자본시장(DCM) 딜을 기반으로 촘촘한 커버리지를 가져가는 국내 대형하우스들의 IB 전략은 삼성증권에게 적합하지 않았다. 삼성증권의 IB가 무엇인지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게 그에게 주어진 첫 과제였다.

장석훈 사장의 주문이 힌트가 됐다. 장 사장은 그에게 “고객의 관점에서 톱티어의 하우스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IB 서비스의 사용자 입장이었던 골드만삭스 PIA 대표로 근무한 경험에서 생각한 결과 “딜의 실행(excution)만 잘 하는 IB가 아니라 고민을 터놓고 자문을 얻을 수 있는 IB가 사용자에게 최고의 하우스”라는 확신을 가졌다.

이에 따라 볼륨에 대한 욕심을 부리기보단 고객에게 진짜 경쟁력을 보여주는 걸 목표로 삼았다. 지난해 말 단행한 조직개편엔 이런 의중이 반영됐다. 5개 본부 체제로 개편된 새로운 IB1부문의 조직 구성에는 다양한 앵글에서 기업에 IB 솔루션을 자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생각이 녹아있다.

IPO를 담당하는 본부의 이름은 캐피탈마켓본부로 바뀌었고, 팀명도 ECM팀으로 정했다. 이 부사장은 “IPO 맨데이트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 올해 IPO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며 “투자유치를 포함해 다른 방향들을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캐피털마켓본부장으로 이기덕 이사를 선임한 것도 이런 목적과 연결돼 있다. 공인회계사로 회계법인에서 7년을 근무하고 삼성증권에 합류해 지난 16년간 삼성증권에서 IPO와 커버리지를 두루 섭렵한 인물이다. 이 부사장은 “경험해 본 업무의 스팩트럼이 넓어 현재 시장 상황에서 캐피탈마켓의 업무에 최적화된 인물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캐피탈마켓 본부에 주문하는 건 수행하는 딜의 양보다 리더십이다. 이 부사장은 “ECM 딜에서 주관사단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대표주관’을 맡고, 공동대표주관을 맡더라도 그 안에서 리더십을 가질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딜의 리더십을 가져야 총체적 관점에서 자문의 역량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달 마무리한 금양그린파워 IPO는 작지 않은 성과다. 새로운 본부 체제에서 처음 수행한 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현재 증권신고서를 내고 공모 절차를 기다리고 있는 기가비스의 딜도 기념비적인 이정표를 찍을 것으로 기대한다. 공모규모 1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딜인데, 밴드 내에서 모집을 성공하면 올해 상반기 최대규모 딜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 커버리지를 담당하던 기업금융2본부를 중심으로 새로 만든 어드바이저리 본부 역시 그가 지향하는 바를 잘 보여준다. ‘커버리지’가 아니라 ‘자문’에 방점이 찍힌 네이밍이다. M&A를 중심으로 다양한 구조조정과 경영권 자문 등을 총망라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메자닌과 신디케이션팀도 신설해 더욱 다양한 앵글을 모두 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부사장은 “현재의 어드바이저리 본부는 엔드픽처는 아니다”라며 “전문화에 대한 고민을 더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M&A 자문 업무와 관련해서는 그간 다수의 성과를 냈던 바이사이드(인수측)보다 셀사이드(매각측)의 자문 수임에 주력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핵심성과지표도 매각자문으로 잡았다. HMM매각 자문을 맡은 건 이후 나온 큰 성과다. 당연히 외국계 증권사로 향할 것이라고 여겨졌던 기회를 삼성증권이 거머쥐었다.

이 부사장은 “일각에선 HMM 매각자문 수임에 대해 기적이라는 평가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그간 많은 국가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삼성증권의 내재된 역량이 빛을 발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이 가진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 것도 그의 전략이다. 이 부사장은 “삼성증권의 자산관리(WM)부문의 경쟁력이 최고라는 명제를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며 “매각주관은 물론 IB 전반의 비즈니스에 엄청난 포텐셜을 가진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부임하기 전엔 기존 기업금융1본부의 코퍼레이트솔루션팀이 통해 WM과 연계한 딜을 수행해왔는데, IB솔루션본부를 출범시켜 협업의 깊이와 볼륨을 늘려나가고 있다. 본부 내 IB솔루션팀은 딜을 수행하지 않고 리테일 네트워크에서 나오는 딜의 기회들을 M&A, IPO, PI 등 IB에연결하는 업무만을 담당한다. WM에서 나오는 기회들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이런 조직 구성이 가능했다.

이 부사장은 “수많은 딜을 놓고 필터링하고, 각 부서의 니즈를 파악해 딜을 전달하는 게 IB솔루션팀의 주요 업무”라며 “그간 개인 네트워크에 의존하던 WM과의 연계를 실체적인 조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PI 품은 IB “더 의미있는 투자 가능”

이 부사장의 ‘개인기’를 살릴 수 있는 변화도 있다. 삼성증권에 오기 직전 골드만삭스 PIA 한국 담당 대표를 지낸 그는 투자영역에서 굵직한 트랙레코드를 쌓은 인물이다. 이 때문에 이 부사장이 부임한 이후 IB에 배정되는 북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많았는데, 변화는 훨씬 더 극적이었다.

이 부사장은 세일즈앤트레이딩 부문에 있던 PI본부 자체를 IB1부문으로 가져왔다. PI 투자에 대한 그의 자신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새로운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도 즉시 이뤄졌다. 삼성증권은 최근 ‘삼성콜렉션프리미엄신기술사업투자조합제1호’를 통해 크림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250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삼성증권의 단일기업에 대한 투자 중 역대 가장 큰 규모다.

그간 IB1부문에서 쓰던 별도의 북은 사라졌다. 이 부사장은 “PI가 가까이 있기 때문에 IB에게 별도의 북은 필요 없다”며 “투자가 필요하면 PI를 설득하면 되는 구조로 이전보다 훨씬 더 의미 있는 투자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가 삼성증권의 IB 조직에 녹아들 수 있을 것이라고 굳건히 믿고 있다. 그는 “PI투자를 통한 사모비즈니스를 할 때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눴던 하우스가 삼성증권이었고, 이게 삼성증권에 오게 된 가장 큰 계기였다”며 “삼성증권이 고객에게 진정한 자문을 제공할 수 있는 하우스로 가장 큰 잠재력을 가졌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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