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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티넘 메가펀드 뉴리더십]'꼼꼼한 승부사' 곽상훈 전무, 바이오 베타계수 극복 노하우는⑥대기업 출신 약사, 바이오텍 '최고 조력자'…'신중한 투자·적극적 지원' 강점

최윤신 기자공개 2024-03-20 08:47:27

[편집자주]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국내 벤처 캐피탈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한다. 원펀드 전략을 바탕으로 VC펀드의 규모 대형화를 이끌었고, 지난해말 8600억원 규모의 펀드 결성으로 새 지평을 열기에 이르렀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8600억원에 이르는 초대형펀드를 운용하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리더십이 이전과 같을 수는 없다. 하우스는 지난해 말 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진용을 재정비했다. 더벨이 메가펀드 시대 ‘에이티넘 웨이’를 만들어 갈 뉴 리더십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8일 13: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빠르게 성장한 큰 축은 바이오였다. 황창석 사장의 주도 아래 바이오 불모지였던 국내 벤처시장에서 여러 건의 투자 성공을 통해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곽상훈 전무(사진)는 황 사장의 뒤를 이어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바이오·헬스케어 투자를 이끌어가는 인물이다.

약사인 그는 전공자로서의 전문성을 갖추고 국내 대기업의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서 오랜 기간 근무해왔다.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경력은 그리 길지 않지만 통찰력과 꼼꼼함을 바탕으로 수많은 투자 성공사례를 써왔다. 베타계수(시장민감도)가 높은 바이오·헬스케어분야에서 ‘안정적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사업개발 경험 기반으로 VC서 성과대표 포트폴리오 '고바이오랩'

곽상훈 전무는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에서 학사·석사 과정을 마친 뒤 커리어 대부분을 대기업에서 보냈다. LG생활건강과 CJ제일제당, LG생명과학 등에서 연구개발과 사업개발에 매진했다. 이 기업들은 불모지였던 국내 바이오 산업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해오며 현재 국내 바이오업계를 주름잡는 많은 인물들을 많이 배출했다.

곽 전무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하기 직전 근무했던 LG생명과학에서 주로 기술을 들여와 사업화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를 통해 국내 바이오 기술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기술의 성공가능성을 보는 시야가 자연스레 쌓였다.

벤처캐피탈 업계에 발을 들인 건 2016년이었다. 라이선스 인과 사업개발에 그치지 않고 좋은 기술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 신약개발에 기여하고 싶어졌다. 바이오가 우리나라 성장을 견인할 가장 큰 동력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으며 VC업계에서 바이오 전문 심사역에 대한 니즈가 컸던 시기이기도 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와 인연이 닿게 된 건 한국투자파트너스의 황만순 대표이사 덕이다. 서울대 약대 선후배 사이인 그는 황 대표에게 조언을 구했고,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를 추천받아 입사하게 됐다.

입사 후 얼마 되지 않아 황만순 대표가 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를 추천했는지 깨달았다. 바이오 1세대 스타 심사역인 황창석 사장과 함께 일할 수 있단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투자의 방법론과 철학 등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대기업에서 사업개발 등의 업무로 바이오 기술과 산업에 대해 높은 수준의 인사이트를 가진 만큼 합류 이후 금새 성과를 냈다. 고바이오랩, 스탠다임, 이노보테라퓨틱스 등 대표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쌓았다.

굴지의 대기업에서 근무한 만큼 투자기업을 물샐틈 없이 꼼꼼하게 검토한다는 게 그를 바라보는 VC업계의 평가다. 다만 한번 투자한 기업에는 물심양면으로 적극적인 지원을 한다.

실제 업계에 그의 이름을 가장 크게 알린 고바이오랩 투자는 그의 투자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곽 전무는 2016년 결성한 1000억원규모의 에이티넘뉴패러다임투자조합을 이용해 2017년 50억원의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VC 중 가장 적극적인 투자를 보였다. 이후 결성한 조합으로 프리IPO라운드에 팔로우온 투자하기도 했다.

투자금액보다 돋보인 건 적극적인 지원이었다. 바이오업계의 풍부한 인맥을 통해 인재들을 고바이오랩에 모았다. 모인 인재들의 헌신적인 활약으로 2020년 성공적으로 증시에 입성했고, 여전히 국내에서 가장 앞선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기업으로 지이를 공고히하고 있다.


◇2~3년 투자검토 부지기수…'의미있는 투자처' 찾는다

지난해 말 도입된 부문대표 체제를 통해 곽 전무는 공식적으로 바이오·헬스케어 부문을 대표하는 인물이 됐다. 다만 사실상의 역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투자부문을 나누기 이전부터 바이오딜팀은 명확하게 구분돼 있었다.

부문대표로서의 역할도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니다. 이전부터 서서히 투자 의사결정 리더로서의 역할을 늘려왔다. 부문대표를 맡은 이후에도 여전히 주요 의사결정에선 투자 구루인 황 사장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다.

인원 구성 측면에서 봐도 부문 체제 도입 이전과 비교했을 때 함께 일하는 인력에 큰 변화는 없다. 바이오·헬스케어부문은 황 사장과 곽 전무를 포함해 총 6명으로 구성된다. 장찬일 상무(유전자 의약품 등), 백성현 심사역(신약·진단), 김수원 심사역(신약·의료기기), 노애린 심사역(해외) 등이 각자 백그라운드를 고려해 역할을 나누고 있다. 부문 구성원들의 공통된 특징은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의 실무를 경험한 인물이란 점이다. 곽 전무는 “산업에서 실무를 경험하신 분들이 VC에서 전략적투자자(SI)처럼 투자한다”고 소개했다.

부문대표로서 가진 목표와 투자철학, 방법론은 명확하다. 포트폴리오에 투자를 결정하는 기준은 기술의 과학적 근거와 인력이다. 그는 “좋은 사람들이 좋은 기술을 만드는 곳에 투자하면 의미 있는 투자가 될 것"이란 게 그의 철학이다.

8600억원의 대형 펀드로 큰 실탄이 쌓였지만 그의 성향을 고려할 때 투자 포트폴리오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바이오부문의 투자 포트폴리오 수는 30개 남짓으로 다른 하우스에 비해 매우 적은 편이다. 그만큼 신중하게 투자를 검토한다는 이야기다.

부문 심사역이 만장일치로 의견이 모여야 투자를 단행한다. 실제 포트폴리오 기업 중엔 2~3년을 투자검토한 사례가 부지기수다. 이 때문에 바이오스타트업들에게 입성장벽이 높은 하우스로 꼽히기도 한다.

반면 투자 철학과 방법론에 매칭되는 기업에 대해선 전폭적인 지원을 한다. 곽 전무는 “초기기업에도 의미있는 금액을 투자하고, 이후 마일스톤을 달성하는 회사들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투자 방식이 바이오 산업에 투자하며 안정성을 추구하는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곽 전무는 “최근 바이오 시장이 많이 어려웠지만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리스크를 잘 헤쳐나간 편”이라며 “사이클에 따라 투자시기를 잘 조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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