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21일 07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올해 3분기 실적 발표를 둘러싼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반도체 산업을 넘어 재계의 역사에 기록될 이벤트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아직 컨퍼런스콜이 남아있지만 삼성전자가 32년간 지켜온 메모리 1등 자리를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장면이 연출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SK하이닉스는 이미 글로벌 메모리 1위 기업으로 '전환'에 나섰다. 한때 새 주인을 찾지 못해 방황했던, 그리고 추격자에 불과했던 SK하이닉스는 찾아보기 어렵다. 스스로 1등 기업이라 부르는 것을 더 이상 주저하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메모리 왕좌가 바뀌는 순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입장은 역전된다. SK하이닉스는 1위에 올라서자마자 수세의 시간이 시작된다.
그렇다면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SK하이닉스가 정점의 자리를 '얼마나 오래' 지키느냐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HBM이 이미 내년 물량까지 솔드아웃(매진)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HBM에서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은 독보적이다.
다만 그 기간이 수십 년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예측이 어렵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분야에서 30년 넘게 정상을 지켰다. SK하이닉스는 과연 초장기 집권을 할 수 있을까.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른 글로벌 경쟁사들의 공세도 막아내야 한다. 특히 주목해야 할 곳은 마이크론이다. 최근 반도체업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미국 상무부 보고서 내에 마이크론이 2030년대에 HBM 분야 1위가 되는 내용이 있다는 얘기들이 떠돌고 있다.
마이크론은 이미 SK하이닉스와 더불어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서 상당한 인력이 마이크론으로 이직했다고 알려져 있다. 마이크론의 한 팀에서 한국말로 회의를 할 정도라는 소문까지 돌 정도다. SK하이닉스가 인재 유출을 방어하기 위해 높은 보상과 복지 등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고객사뿐 아니라 협력사를 비롯한 파트너 관리도 중요하다. SK하이닉스의 1위 수성을 지지해 줄 핵심 세력이 될 수 있는데 여기서 잡음이 생기면 상황이 어렵게 전개된다. '예전 스타일'이 아닌 선진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HBM 또는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소재·부품·장비사와 돈독한 네트워크를 유지해야 한다.
우리나라 특유의 1위 기업으로서 '책임'을 어떻게 풀어나갈 지도 피하기 어려운 과제다. 여기는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이 아니다. 자기 사업만 신경 쓸 겨를이 없다.
SK하이닉스는 자산총액이나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를 넘지는 못했지만 한 분야의 정상에 있는 기업으로서 국가·사회 곳곳의 요구에 직면하게 된다. 지금보다 더 많은 역할과 지원에 대한 요청들이 거세게 찾는다. '1등 기업의 체면에 안 맞는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다.
이런 와중에 주가가 부진하면 이전과는 강도(强度)가 다른 질타를 마주하는 것, 이제 정말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리스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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