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신용도 '기로', 재무기조 고수냐 변화냐 [Rating Watch]코로나19 속 커버리지지표 훼손…'현대HNC 매각' 그룹 M&A 신호탄
양정우 기자공개 2020-07-31 14:35:40
이 기사는 2020년 07월 30일 16: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받은 현대백화점(AA+)이 신용도 향방을 좌우할 기로에 서있다. 현대HCN 매각을 눈앞에 둔 후 그룹이 전사적으로 인수합병(M&A)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그간 고수한 보수적 재무 기조가 뒤바뀔 수 있는 변곡점에 다가서고 있다.일단 M&A의 구심점은 현대HCN의 매각 대금을 거머쥐는 현대퓨처넷이다. 하지만 그룹은 매각 이벤트를 토대로 신사업과 대형 M&A에 공격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맏형 현대백화점의 역할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펀더멘털의 위축에도 역발상 투자를 감행한다면 신용도의 훼손은 감수해야 한다.
◇현대HCN 매각, KT스카이라이브 우협 선정…현대백화점그룹, 대형 M&A 시동
현대백화점그룹이 현대HCN 매각의 9부 능선을 넘었다. 최근 현대HCN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KT스카이라이프를 선정했다고 공시했다. KT스카이라이프에서 제시한 매각 가격은 5000억원 대 중반으로 전해진다.
현대HCN 딜은 계열사 매각인 동시에 거꾸로 대형 M&A를 시도하는 신호탄이다. 그룹은 지난 3월 현대HCN 매각을 발표하면서 보유 현금과 매각 대금을 활용해 신사업과 대규모 M&A에 적극 나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국내 유통 공룡은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온라인 유통 채널의 득세에 부진을 겪어왔다. 이 와중에 오히려 투자 공세로 위기를 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일단 M&A 전선에 먼저 투입되는 건 현대퓨처넷이다. 연초 옛 현대HCN은 현 현대퓨처넷(존속법인)과 현대HCN(신설법인)으로 분할됐다. 현대퓨처넷이 현대HCN 지분을 100% 보유하는 물적분할 구조였다. 현대HCN 매각 대금(추정가 5000억원 대)은 모두 현대퓨처넷이 거머쥔다. 분할 당시 배분받은 유동자산(현금성자산 56억원, 기타금융자산 3275억원)까지 감안하면 8000억원이 넘는 실탄을 확보할 전망이다.
주축인 현대백화점도 그룹이 시도할 대형 M&A에서 빠질 수 없는 계열사다. 캐시카우로서 그룹의 자금줄이자 실질적 지원 주체다. 시장에선 그룹 계열의 보유 현금을 토대로 다수의 M&A를 동시다발적으로 수행하거나 조 단위 M&A에 나설 의지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한섬과 리바트, SK네트웍스 패션사업 등을 인수했을 때처럼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줄 만한 대형 이벤트를 모색하고 있다. 첫 포석으로 SKC의 자회사 SK바이오랜드가 거론되고 있다.
◇백화점 여건 악화, 등급하향 트리거 충족…그룹 M&A 야심 VS 보수적 재무 기조
문제는 현대백화점의 사업 여건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오프라인 채널인 터라 코로나19 사태로 실적이 크게 줄었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총매출액(1조3837억원)과 영업이익(149억원)은 전년보다 각각 12.6%, 80.2% 감소했다. 국내외 확진자 발생이 지속되는 탓에 실적이 빠르게 회복할 가능성은 낮다.
여기에 점포 확장과 면세점 진출이 겹치면서 커버리지지표(순차입금/EBITDA)가 악화됐다. 오랜 기간 1배를 밑돌던 지표가 올해 1분기 말 2.5배(연환산)로 껑충 뛰었다. 국내 신용평가사가 제시한 등급하향 트리거(2배 초과)에 충족하는 수준이다. 현금 창출력(EBITDA)이 줄어드는 가운데 운전자본 부담으로 대규모 현금이 유출된 결과다.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4147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7283억원으로 급증했다.
그간 현대백화점은 보수적 재무 전략을 완고하게 지켜왔다. 투자 규모를 엄격하게 관리하면서 드라마틱한 성장 대신 최고 수준의 부채상환능력을 확보했다. 이런 재무 기조를 고수한다면 단연 투자 속도를 늦춰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이번엔 그룹의 전사적 M&A라는 큰 흐름 위에 놓여있다.
그룹의 대형 M&A 야심이 현대백화점의 재무 기조 변화로 이어진다면 신용도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 적어도 M&A 결실을 얻을 때까지 단기적 훼손 상태가 불가피하다. 펀더멘털이 이미 등급하향 검토 수준으로 위축된 가운데 추가적 재무 부담을 감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보수적 재무 관리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는 것도 부담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는 신용도 평정시 미래 실적과 재무지표를 전망하면서 과거 기조와 경향을 감안한다. 현대백화점을 진단할 때도 보수적 투자 패턴을 고려한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해 왔다. 현대백화점이 역발상 투자의 총대를 멘다면 크레딧업계의 기존 시각이 뒤바뀔 여지가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사업 구도는 크게 백화점, 면세점, TV홈쇼핑, 유선방송(SO), 기타사업(식품, 의류 등)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현대HCN를 매각한다면 포트폴리오를 메울 대체 영역이 필요하다. 국내 유통 그룹으로서 입지를 방어하고자 점포 확대와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양정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제닉스 IPO 그 후]공모자금 신공장 투입, 매출 볼륨 2배 노린다
- [Capital Markets Outlook]국내외 정치 불안, 을사년 자본시장 향방은
- [2024 이사회 평가]지역난방공사, 준수한 성적표…경영성과 개선 '숙제'
- [IB 풍향계]대형사 IPO 본부장, '대우 IB' 3인방 시대 열렸다
- [IB 풍향계]아이에스티이 상장 철회에도…KB증권 IPO 1위 '성큼'
- [IPO 모니터]데이원컴퍼니, '연초 효과' 노린다
- [2024 이사회 평가]NICE, 이사진 구성 '미흡' 정보접근성 '굿'
- [Market Watch]'쏟아지는' IPO 철회…연기가 최선일까
- [1203 비상계엄 후폭풍]'엎친데 덮친' IPO 예비기업…내년 빅딜도 떨고 있다
- [IB 풍향계]KB증권, ABS 주관 막바지 '광폭 행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