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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 고속성장의 명암]'담보부 메자닌' 비제도권 비즈니스 넘나들었나③채권담보 발행사, 투자유치 '공시효과' 무게…부동산담보 건 한계기업 '조달 순기능'

양정우 기자공개 2023-11-22 13:54:31

[편집자주]

'메리츠'는 금융 혁신의 아이콘이다. 고도의 효율화에 사력을 다한 결과 메리츠증권은 당기순이익 1위 증권사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드라마틱한 성장엔 생채기가 있기 마련이다. 이런 명암을 뚜렷하게 드러낸 게 바로 사모 메자닌 투자 관련 의혹이다. 더벨은 메리츠증권의 메자닌 투자에서 읽을 수 있는 고속 성장의 단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6일 16: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리츠증권이 투자자 명부에 홀로 등장하는 담보부 사모 메자닌은 담보 종류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스타일로 나뉜다. 메자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실제 운영 재원으로 쓸 수 있는 유형과 사실상 담보에 돈이 묶여 활용하기 어려운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국내 증권업계와 운용업계에서는 이들 담보부 사모 메자닌 발행 기업 자체를 투자 후보로 삼지 않는다. 그럼에도 메리츠증권이 한계 기업의 숨통을 틔워준 메자닌은 용인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애당초 조달 자금을 채권 담보에 투입해 활용할 수 없던 유형은 제도권 금융사가 소화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투자 자금으로 쓸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담보부 메자닌을 찍는 이유는 무엇일까. 2021년 말 소위 '증발공' 규제로 콜옵션을 통해 지분을 확대하는 길은 막혀있는 상태다. 메자닌 전문가 사이에서는 번듯한 투자기관에서 자금을 유치했다는 공시 효과를 노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향후 호재 발표를 통한 주가 급등시 콜옵션 소유자와 메리츠증권이 잭팟을 터뜨릴 수 있는 건 물론이다.

◇부동산담보신탁·주식근질권 총동원, 투자금 보전 안전장치

올들어 메리츠증권은 A 기업이 발행한 4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했다. 이 업체가 찍은 CB엔 담보 3개가 붙어있다. △부동산담보신탁 1순위 우선수익권 부여 △보험금청구권 근질권 설정 △주식에 관한 근질권 설정 등이다.

이 가운데 부동산담보신탁의 우선수익권만으로도 설정금액(520억원)이 CB 발행 규모의 130%였다. 다른 근질권의 평가가액까지 고려하면 CB 상환 청구의 미이행시 담보권 행사로 투자금을 보전받는 게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담보제공기간은 CB의 전부 상환 내지 전환 청구시까지다.


A 기업은 연간 매출액이 800억원 수준인 가운데 매년 당기순손실이 누적돼왔다. 2021년 당기순손실이 13억원인데 지난해엔 272억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그야말로 생존의 기로에서 운영 자금와 차입 상환 재원을 마련하고자 보유 부동산을 담보로 맡기로 메자닌을 찍은 것으로 관측된다.

제도권에 위치한 금융사로서는 이런 기업에 자금을 투입하는 게 녹록지 않다. 증권사는 주주 권익을 보호해야 하고 운용사도 펀드 수익자(고객)를 감안해 리스크테이킹의 정도를 조절해야 한다. 이런 여건에서 A 업체로서는 최악의 시기 어떤 식으로든 유동성을 공급해준 메리츠증권을 오히려 반길 수 있다. 메리츠표 담보부 사모 메자닌의 순기능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금감원, CB 기획검사 발표…운용자금 용도, 담보 해제 '0건'

반면 메리츠증권이 발행한 담보부 사모 메자닌 중에서 채권을 담보로 제공하도록 구조를 짠 사례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근래 들어 메리츠증권이 300억원 어치를 모두 인수한 B 기업 CB의 경우 투자대금에 상당하는 권면액의 유가증권(국채 또는 A0 이상의 채권)과 부수하는 권리 일체를 신탁원본으로 삼고 투자자(메리츠증권)를 제1종 수익자로 지정하는 유가증권 신탁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채권 담보를 제공했다. 여기에 메리츠증권이 발행대금의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조건까지 덧붙였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증권사 사모 CB 기획검사 결과에 따르면 그간 메리츠증권은 채권을 담보로 잡은 사모 메자닌을 보유하면서 담보 채권을 해제해 발행사가 운영 자금으로 사용하도록 동의한 사례가 없었다. CB 투자금액 회수 차원에서만 담보 채권의 해제를 동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IB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의 조사 결과를 보면 사실상 채권 담보로 메자닌을 찍은 발행사는 조달 재원을 한푼도 사용하지 못했다"며 "이들 메자닌의 만기이자율이 4%여서 이자 차익을 얻는 것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 채권은 담보로 묶여있는 터라 레버리지 용도로도 쓰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담보부 사모 메자닌, 니즈 각양각색…공시 효과에 호재 발표시 '윈윈'

이렇게 조달 자금을 쓰지도 못하는 담보부 사모 메자닌을 찍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메자닌 시장을 이끌어온 베테랑 인사들은 다양한 진단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을 상대로 상위권 금융사로부터 자금을 유치했다는 긍정적 신호를 주는 게 가장 큰 니즈였을 것으로 본다.

메리츠증권이 인수하는 담보부 사모 메자닌은 부실 기업 내지 한계 기업이 주로 발행한다. 이들 업체 입장에서 주가 관리는 생존 여부를 결정짓는 사안이다. 액면가 하회에 따른 상장폐지 요건은 삭제됐으나 자본시장법상 액면가 이하로 신주를 발행하는 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시장 조달이 절실한 만큼 액면가 이상으로 주가를 유지하는 데 사활을 건다. 이 와중에 대형 금융 기관에서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은 개인 투자자를 상대로 단번에 분위기를 바꾸는 데 한몫을 할 수 있다.

이런 기업 중에서는 오너의 손바뀜이 잦거나 코스닥 M&A 타깃인 경우가 적지 않다. 주로 트렌드 흐름에 맞춘 호재 발표로 주가가 급격하게 치솟는 경향을 보인다. 이 때 주가 랠리의 타이밍을 맞추면 발행사는 조달 재원이 묶여있는 여건이지만 사채권자인 메리츠증권과 콜옵션 소유자(오너 등)는 대박을 거두는 기회를 누리는 게 가능하다.

다만 오너의 지분율을 초과하는 콜옵션을 걸더라도 기존 지분율까지만 가져가는 게 강제돼 있어 지분 확대의 수단으로는 쓰이기 어렵다. 금융 당국은 2021년 말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메자닌(CB, BW, EB)과 전환우선주(CPS),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에 상향 리픽싱을 도입하는 동시에 콜옵션 한도를 제한했다.

헤지펀드 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는 "채권 담보로 발행되는 사모 메자닌 구조는 과거 주가 조작 세력과 명동 사채권자가 주로 사용해온 방식"이라며 "법규상 불법이 아닐지라도 시장의 정상적 기능과는 거리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권 금융사라면 오직 수익 창출에 목매는 게 아니라 시장 참여자로서 건전성 사수에 대한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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