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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프랍에서 롱온니, 변신의 귀재 트라움운용 김기훈 대표순풍 부는 곳에 투자, 적극적 관리로 시장에 대응

황원지 기자공개 2024-11-04 08:07:58

이 기사는 2024년 10월 30일 10: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기훈 트라움자산운용 대표는 운용해보지 않은 전략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매니저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공채로 시작해 '차화정' 시절 투자자문사로 넘어가 전성기를 보냈다. 이후 증권사 프랍트레이더를 거쳐 롱숏펀드 운용역으로 일하다 롱온니 성격인 국내 연기금 자금을 맡기도 했다. 최근 글로벌 투자가 주목받은 이후엔 매크로 기반 해외 투자로 실력을 입증하고 있다.

전천후 커리어만큼이나 운용 스타일도 적극적이다.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는 종목에는 과감하게 투자해 수익률을 극대화하고,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주식을 전부 팔고 전액 현금화한다. 매도매수가 잦아질수록 적중률이 올라가는 국내에 몇 안되는 매니저로 주도주가 금세 바뀌는 국내 증시에 최적화된 전략을 펼친다는 평가다.

◇성장 스토리: 한투 공채 출신, 증권사 프랍부터 연기금 펀드까지 섭렵

김기훈 트라움자산운용 대표는 2008년 한국투자신탁운용 공채 출신이다. 바이사이드 애널리스트로 첫 커리어를 시작했다. 당시 소속된 리서치 팀이 모델포트폴리오(MP)를 만들었는데, 성과가 우수해 팀에서 직접 펀드를 운용하게 됐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운용에 발을 담글 기회를 잡은 셈이다.

김기훈 트라움자산운용 대표

이때 경험을 발판삼아 2010년 케이원투자자문으로 자리를 옮긴다. 당시는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 테마가 증시를 주도하던 시기다. 케이원투자자문은 이때 흐름에 올라타면서 1년만에 AUM 6000억원에서 2조원까지 덩치를 키웠다. 김 대표도 초창기에 합류, 운용경력 3년차만에 책임운용역을 맡을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시장을 200% 넘게 아웃퍼폼 할 정도로 수익률이 좋았다”며 “케이원투자자문에서 큰 자금을 집중투자하는 절대수익형 운용전략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2012년 한화투자증권 프랍트레이딩 부서로 이동한 이후에는 정반대 스타일을 익혔다. 프랍트레이딩은 통상 한달 단위로 손실관리를 진행한다. 그만큼 주식을 팔고 현금을 보유하는 등 자산 비중을 조정하는 데에 굉장히 타이트한 편이다. 김 대표는 “차화정 장세가 꺾이면서 어려움을 겪는 하우스를 보면서 손실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며 “프랍트레이딩 부서에서 집중투자 전략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법을 배웠다면, 프랍에서 어려운 구간에서 손실관리 방법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을 나온 이후에는 롱숏펀드를 주력으로 운용했다. 2013년 다시 한국투자신탁운용으로 돌아가 한국과 일본에 투자하는 롱숏펀드를 운용했다. 당시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초기에 들어가 수익률이 좋았다고 전해진다. 이후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한중일 롱숏펀드를 운용하다가 LK자산운용으로 넘어갔다. LK자산운용에서도 일임계좌와 롱숏 사모펀드를 운용했다.

2016년 프렌드투자자문에서 일하면서 국민연금 매니저로 이름을 알렸다. 김 대표가 운용을 맡은 이후 수익률이 시장 대비 크게 웃돌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16년 말부터 한화생명의 변액보험을 비롯한 기관자금과 자문형 랩 운용을 책임졌다. 김 대표가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은 것도 프렌드투자자문 시절부터다.

더블유자산운용에서는 롱온니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더블유자산운용 CIO를 맡는 동안 롱바이어스드 헤지펀드에 대한 운용총괄을 맡았다. 김 대표는 “좋은 회사를 오래 보유하면 시장이 하락해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했다"며 "롱숏을 기술적으로 맞추는 플레이를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때도 시장이 하락했지만 절대수익을 유지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가 CIO를 맡은 기간동안 더블유운용의 AUM은 500억원 이상 증가했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흐름에 맞는 투자, 순풍이 부는 곳으로 방향전환

김기훈 대표의 투자 철학은 "순풍이 부는 곳에 있어라"다. 시장은 항상 변화한다. 미래의 성장 산업에 따라 주도주도 그때그때 바뀐다. 김 대표는 “세상이 도와주는 자산에 투자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부동산 자산은 금리가 낮아야 잘 되고, 금리 인상기에는 어렵다"며 "금리 인하기에 부동산에 투자하는 게 순풍이 부는 곳에 서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종목 선별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미국 시장같이 성장하는 시장이 순풍이 부는 곳”이라면서도 “단순히 미국에 인덱스처럼 투자하는 게 아니라, 성장이 예상되는 기업에 집중투자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신발 섹터에서도 온(ON)은 국내에서도 직구 열풍이 불 정도로 성장했지만, 같은 기간 나이키는 하락세였다. 이럴 땐 성장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골라 투자하라는 조언이다.

김 대표는 투자 철학은 최대한 구체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뇌동매매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만 가지고 있는 사람은 주가가 계속 빠질 때에도 중간에 판다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며 "원칙을 끝까지 지키다가 못 참고 마지막에 바꾸는 게 제일 최악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떤 경우에 내가 틀렸으니 행동에 나서겠다는 구체적인 철학이 있어야 원칙에 따라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지금 팀원들과 함께 칠판에 구체적인 지침을 완성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매니저로서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비히클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김 대표는 헤지펀드, 공모펀드, 기관일임, 랩, 증권사 프랍계정 등 다양한 비히클의 자금을 운용해본 경험이 있다. 김 대표는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자금을 운용할 때 최고의 성과가 나올 수 있는 것 같다”며 “예를 들어 베일리 기포드 같은 운용을 하는 사람에게 월간 손절을 하는 자금을 맡기면 성과가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금처럼 장기적으로 큰 규모를 운용하는 자금의 성격이 잘 맞는 편”이라고 말했다.


◇트랙레코드1: 꼴찌에서 1등으로, 프렌드투자자문 국내연기금 일임

자신의 트랙레코드로 국내 연기금 일임자금 운용을 꼽았다. 김 대표는 프렌드투자자문 시절인 2016년 국내 연기금의 사회적투자책임(SRI) 부문 자금을 운용했다. 그는 “처음 맡았을 때 수익률 순위가 거의 꼴찌였는데, 연말에는 1등으로 끝을 냈다”고 말했다.

운용을 맡았던 2016년 초는 바이오, 화장품 주도장이 끝나고 중국 경착륙 우려가 일 때다. 김 대표는 중국의 완화 정책이 시작되면서 경기 민감주가 잘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민감주 장이 올 것이라고 보고 포트폴리오를 완전히 재정비하면서 매수를 했다”며 “하지만 그때가 단기 고점이었다”고 말했다. 높은 가격에 산 직후 시장이 빠지면서 수익률이 크게 언더퍼폼했다. 같은 섹터 내에서 거의 꼴찌 수준까지 떨어졌다.

김 대표는 “당시 고점매수였음에도 방향성은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있었다”며 “그래서 포트폴리오를 다시 바꾸지 않고 그대로 유지했다”고 말했다.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있던 가운데 브렉시트가 터졌다. 브렉시트 여파로 시장이 전체적으로 크게 빠졌다. 김 대표는 이때를 기회라고 보고 경기 민감주 중 하나인 반도체 OLED 종목을 크게 늘렸다. 김 대표는 “바닥을 잡은 이후 경기민감주 장이 오면서 2016년 6월부터 2017년 말까지 1년 반 동안 계속 수익을 냈다”고 말했다. 수익률로는 섹터에서 1위로 올라섰다. 김 대표가 운용했던 기간동안 수익률은 43.4%로 시장대비 14.3%포인트 오버퍼폼했다.

김 대표는 “나쁜 주식을 싸게 사는 것보다, 좋은 주식을 비싸게 사는 게 낫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회고했다. 방향성이 맞다면 시점이 조금 틀리더라도 결국에는 수익이 난다는 것이다. 그는 “장기적으로 순풍이 부는 곳에 서있는 좋은 기업을 찾았다면 브렉시트나 코로나19, 미중분쟁과 같은 매크로 이벤트들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트랙레코드2: ‘톱다운 리서치 적용’ 오메가 1호, 2020년 리그테이블 1위

김기훈 대표가 꼽은 트랙레코드는 트라움자산운용에 와서 운용을 시작한 ‘라움 오메가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1호’다. 오메가 1호는 2018년 12월 설정한 글로벌 매크로 전략의 주식형 펀드다. 김기훈 대표가 트라움자산운용에 매크로운용본부장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로 합류한 직후 출시했다.

김 대표는 트라움자산운용에서 톱다운 리서치를 통한 매크로 전략 투자를 시작했다. 오메가 1호가 대표작이다. 이 펀드는 정책, 금리, 환율, 유가 등 글로벌 매크로 환경 변화에 기반한 톱다운 리서치를 통해 투자종목을 선정하고 자산비중을 조절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김기훈 대표는 2020년 3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증시 충격 때 주식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했다. 이때 낙폭이 컸던 미국 나스닥 성장주를 대거 편입했다. 하반기에는 달러 약세 기조에서 경기민감주 관련 대형주를 늘리는 행보를 보였다. 2021년 상반기에는 백신 접종에 따른 경제 반등을 전망하면서 여행, 유통, 항공 등 코로나 피해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했다.

경기 변화에 따른 빠른 포트폴리오 조정 판단으로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2021년 6월 말 기준 오메가 1호의 설정후 수익률은 428%를 기록했다. 더벨 리그테이블에서도 준수한 성과를 거뒀다. 2020년 1년 수익률이 105.8%로 더벨 헤지펀드 리그테이블 멀티전략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2021년 상반기에도 연초후 수익률 125.21%로 멀티전략 헤지펀드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업계 평가 및 향후 계획: “지속가능한 투자로 대형 멀티전략 헤지펀드 목표”

김기훈 대표는 앞으로 지속가능한 투자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이클을 한번 잘 맞춰서 단기적으로 수익을 내는 게 아니라, 바뀌는 주도주를 계속 선점해 10년 후에도 꾸준히 수익을 내는 펀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객들이 주도주를 찾아오는 게 아니라, 트라움운용이 주도주를 찾아 이끌어가는 펀드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운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자금을 모아 멀티전략 헤지펀드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해외 대형 멀티전략 헤지펀드들은 자금 규모도 천문학적이고 운용역만 1000명이 넘을 정도로 크다. 이런 대형 펀드의 경우 내부에서 퀀트, 아비트라지, 채권, 롱온니 등 전문 분야를 나누어 자금을 운영한다.

김기훈 대표는 “해마다 잘 되는 자산이 다른 만큼 멀티전략 펀드는 서로 보완이 가능하다"며 "예를 들어 올해 주식에서 깨지면 채권에서 만회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펀드의 최종 성과가 굉장히 안정적으로 올라간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전략을 성공시키려면 결국 자금 사이즈가 커야 한다”며 “회사가 성장해서 좋은 인력을 많이 뽑아 궁극적으로는 대형 멀티펀드를 운용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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