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2월 13일 15: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축은행업계의 내부통제 체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계기는 바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이다. 이전에는 준법감시인이 소비자보호 업무를 겸직했으나 금소법이 본격 시행되자 별도 조직을 신설하고 최고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를 독립적으로 선임했다.

금소법 시행 4년 차. 저축은행업계는 매년 소비자보호 실태평가를 받는다. 금소법 시행 전에는 모범 규준에 따라 실태평가를 운영해왔다면, 현재 법제화를 거쳐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주도한다. 올해 소비자보호 실태평가 대상 저축은행은 OK·웰컴·페퍼저축은행 등 세 곳이 유력하다.

◇금소법 시행 '4년 차'…금융소비자보호 조직 완비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전면 시행된 건 올해로 4년째다. 과거 2019년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 사태 이후 금융권의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이 커지면서 여러 제도 보완책이 쏟아졌다. 그 결과 6개월 유예기간을 거쳐 2021년 9월 금소법이 본격 시행됐다.

금소법 시행은 저축은행업권에도 작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금소법에 따라 금융사는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법에서 정한 판매원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소비자는 금융사가 판매원칙을 위반했을 경우 계약해지 요청 등 강화된 권리를 행사하게 됐다.

저축은행 입장에서 가장 큰 변화는 CCO 독립 선임이다. 기존에 준법감시인이 겸직했던 소비자보호 업무를 조직을 따로 꾸려 CCO에게 맡겨야 한다.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관련 시스템 정비를 마치고 4년간 제도를 정착시켰다.

대형사 사이에서도 어떤 방식으로 금융소비자보호 조직을 꾸리느냐에 차이가 있었다. 자산 규모 1위 SBI저축은행은 CCO직을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설치했다. CCO는 금융소비자보호실을 이끄는 실장으로 그 아래 팀을 거느리고 있다. 이와 같은 체계를 따르는 건 △웰컴 △한국투자 △애큐온 △페퍼 등이 있다.

이와 달리 금융소비자보호 조직을 사업부문과 같은 선상에 배치한 곳도 있다. OK저축은행의 관련 조직은 '금융소비자보호부'다. 영업본부, IB금융본부 등 사업 조직과 나란히 설치돼 8본부 2부 체제를 이룬다. 반면 준법지원부는 정보보안부와 함께 대표이사 직속으로 설치돼 독립된 조직으로 기능한다.


◇금감원 소비자보호 실태평가, '보통'에 그친 성적

금소법 시행으로 생긴 또 다른 변화는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가 법제화됐다는 점이다. 금소법에 따라 실태평가는 금감원이 매년 주관해 결과를 발표한다. 금감원은 2021년부터 금융업권별로 평가대상 회사를 3개 그룹으로 나눠 평가한다.

실태평가 항목은 계량과 비계량으로 나뉜다. 계량 부문 비중은 30%로 민원이나 소송 관련 사항, 휴면재산 찾아주기 등 두 개 항목이다. 비계량 부문은 나머지 70%를 차지한다. △소비자보호 내부통제체계 구축 △금융상품 개발 및 판매 준수 절차 △임직원 교육 △성과보상체계 운영 △소비자 정보제공 △취약계층 보호 등 6개 항목이 포함된다.


지난 3년간 금감원 실태평가에서 저축은행업권은 줄곧 '보통' 등급에 머물렀다. 우수-양호-보통-미흡-취약 등 모두 5개 평가등급에서 중간 수준에 해당한다. 보통 등급은 '소비자보호 수준을 대체로 이행하고 있으나 부분적으로는 체계･조직･제도와 실제 운영 간 연계성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지난해 실태평가 대상은 애큐온·웰컴·KB저축은행 등 세 곳이었다. 3사 모두 종합등급 '보통'을 받았다. 애큐온저축은행은 3사 중 유일하게 두 개 계량 항목에서 '양호' 등급을 받았다. 다만 임직원에 대한 금융소비자 교육 및 보상체계 운영에서 '미흡'을 받았다. 웰컴저축은행도 같은 항목에서 '미흡'을 받았고, KB저축은행은 금융상품 판매 준수 절차 항목에서 '미흡'을 받았다.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올해 실태평가 대상은 OK·웰컴·페퍼저축은행이 유력하다고 전해진다. 앞서 OK저축은행은 2022년, 페퍼저축은행은 2021년 금감원 실태평가를 받은 바 있다. 양사 모두 '보통' 등급을 받았다. 특히 OK저축은행이 계량 지표 중 금융사고 및 휴면금융자산 찾아주기 항목에서 최고 등급인 '우수'를 받으며 눈길을 끌었다. 올해 금감원 실태평가는 내년 초 결과가 공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