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2월 11일 07시0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호텔신라 CFO로 오른 조병준 상무는 홍익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즉 공학도로 1997년 삼성물산으로 입사했다. 삼성물산은 건설, 상사, 패션까지 사업 범위가 산업 전반에 폭넓게 닿아 있다. 그의 전공을 살릴 최적의 첫 직장을 택한 듯이 보인다.그런데 그는 2009년 갑자기 내부 방침에 따라 호텔신라로 차출됐다. 삼성 오너가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가 당시 경영전량담당 전무로 승진하며 내부 정비를 시작할 즈음이었다. 이후로 조 상무는 줄곧 호텔신라에 몸을 담고 있다. 조 상무의 전공이나 커리어를 고려하면 핏(fit)이 맞지 않아 보이지만 어느새 호텔신라에 근속한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조 상무는 2016년부터 작년까지 면세사업 부문에서 장기간 근무했다. 그를 설명할 때 더 어울리는 타이틀은 더이상 공학도라든지 삼성물산 출신이 아니다. 이제는 어엿한 면세업 전문가라고 봐도 무방하다.
당시만 해도 조 상무 입장에선 갑작스런 차출이 굉장한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조 상무가 삼성물산 시절부터 내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빠른 승진 코스를 밟아갔던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속된 말로 커리어가 단단히 꼬인 셈이다.
조 상무의 팔자에도 없던 호텔업계로의 전직을 두고 삼성물산 내부에서도 꽤 뒷말이 나왔다. 당시를 기억하는 삼성물산 고위 관계자는 "물산에 있을 때만 해도 내부 승진 코스인 재무 라인을 타기로 내정돼 있었는데, 갑자기 회사를 옮겨야 했기 때문에 본인도 당황스러웠을 것"이라고 회고한다.
조 상무는 이번 승진으로 이제 삼성 주요 계열사 CFO중 한 명이 됐다. 그 가운데서도 손에 꼽히는 '1970년대생 CFO'다. 전략적으로 CFO에 특색 있는 인물을 두는 걸 전통으로 삼는 삼성증권을 제외하면 2025년 현재 삼성 계열 상장사 가운데 유일한 1970대생으로 봐도 무방하다.
주목할 점은 학부 때까지 다양한 학문을 수학하던 CFO들은 대부분 최종학력을 MBA 즉 경영학으로 선택한다는 점이다. 전공이 반드시 개인의 능력이나 전문성을 설명해주진 않는다. 다만 재무를 넘어 기업 전반을 이해하기 위한 학문을 꼽으라면 단연 MBA가 최적의 선택지다.
학부시절 공학도였던 조 상무 역시 이 CFO의 길을 따랐다. 커리어가 쌓여가는 와중에 항공대학교 경영학과에서 MBA를 수학했다. 결과적으로 그 또한 C레벨에 어울리는 학력을 덧입으며 준비를 한 셈이다.
그렇게 공학도를 CFO로 맞은 호텔신라의 경영 상황은 녹록지 않다. 호텔·레저 부문은 나쁘지 않은 성과를 내는데 면세(TR)부문에서 꽤 어려움을 겪고 있다. TR 부문은 2024년 4분기에만 43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년 동기 297억원보다 수익성이 악화했다.
전임 CFO였던 김준환 상무는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부사장으로는 승진했다. 그러나 불황기에 접어든 업황을 이겨내고 TR부문 수익 제고와 턴어라운드의 해법을 찾기 위해 면세(TR)부문장으로 발령이 났다.
호텔신라는 김 부사장에 이어 다시 한 번 TR부문에 오래 재직한 인사를 CFO로 중용했다. 이 점을 봐도 호텔신라가 현재 얼마나 면세사업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공학도 출신이 눈물의 계열사 이동을 거쳐 CFO까지 오른 새옹지마의 끝이야기는 어떻게 마무리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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