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헬로 송구영 성과평가]증발한 영업권 가치, 웃돈 매입 SO 비용 '전액 손상'③5892억→0원 급감, 손상차손 리스크 끝…고수익 사업 '선택과 집중' 예고
최현서 기자공개 2025-02-13 08:06:52
[편집자주]
LG헬로비전은 2019년 CJ에서 LG유플러스 자회사로 옮겨간 이후 지금까지 송구영 대표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헬로비전 인수를 주도했던 송 대표가 경영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후 장기 경영이 이어진 건 그가 신사업을 통해 실적 변화를 주고 체질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들어 송구영표 신사업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가들도 차츰 나오는 중이다. 그만큼 다양한 면에서 새 경영과제들이 부각되고 있다. 송 대표의 지난 성과와 앞으로 개척해 나가야 할 과제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1일 09시3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헬로비전은 여러 유료방송(SO) 사업자들이 합쳐져 지금에 이르고 있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인수와 합병을 멈추지 않았다. 2000년 126억원이었던 자산 규모는 현재 1조2000억원대까지 불어났다.당시 '웃돈'인 영업권 지불은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많았다. 새로운 SO 사업자를 세우기 위해서는 정부의 수많은 규제들을 해결해야 했다. 고정 이용자가 이탈할 수 있는 리스크를 해결하는 효과도 있었다.
송구영 LG헬로비전 대표가 부임 이후 영업권은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인터넷프로토콜TV(IPTV)에 이은 OTT의 방송시장 장악 영향이 본격화된 시점과 맞물렸다. 송 대표 부임 직후 5000억원 수준었던 영업권 가치는 전액 손상차손 처리됐다. 과거 웃돈을 주고 샀던 기업들의 미래 가치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의미다. 다만 이에 따라 향후 발생한 회계상 손실 리스크가 전면 해소됐다는 이야기여서 긍정적 면도 보인다.
◇17개 SO 결합, 서울에서 전국으로 영역 확장
LG헬로비전은 LG유플러스의 자회사로 편입하기 전 공격적인 인수와 합병을 반복해오던 곳이다. 2000년 양천방송 인수부터 2020년 하나방송 흡수합병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유료방송 법인 17개를 합쳐 왔다.
공격적인 사세 확장 전략은 생존과 직결돼 있다. LG헬로비전의 모태는 1995년 세워진 '한국통신케이블TV'였다. 당시 한국통신케이블TV는 국내 최초 SO로 최대주주는 한국전기통신공사(KT, 지분율 100%)였다. 서울 양천구 한정으로 유료방송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지역구 단위 방송으로 살아남기는 어려웠다.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수 기업은 피인수기업의 평가 금액보다 비싼 값을 지불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시장은 인수 기업이 무형 가치인 '영업권'까지 얹어서 피인수기업을 샀다고 평가한다. LG헬로비전도 지역별 SO 방송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영업권을 포함했다.
당시 LG헬로비전의 영업권 지불은 합리적인 선택으로 평가됐다. 유료방송 시장은 '방송법'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인허가가 필요하다. 새 SO를 세우려면 법인 설립 신청부터 정부의 검토 등 긴 규제를 거쳐야 한다. 기존 SO를 인수함으로써 이러한 과정을 생략할 수 있었다.
특히 지역별 SO는 서비스 지역 내 고정 이용자를 갖고 있었다. 채널을 시청하는 지역민을 비롯해 지역 SO를 창구로 삼는 광고주 등이 이에 해당했다. LG헬로비전은 SO 인수를 통해 고정 이용자의 이탈을 막을 수 있었다. 현재 송 대표가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지역 기반 3대 신사업(문화·관광, 교육, 지역채널 커머스)의 근간이 됐다.
영업권의 가치는 꾸준히 불어났다. 2007년 말 924억원 규모였던 영업권은 2018년 5892억원까지 늘었다. 인터넷프로토콜TV(IPTV)에 이어 OTT의 공세가 시작됐던 시기였지만 높은 영업권을 갖고 있었다. SO의 존재감이 아직 탄탄했던 시절이었다.
송 대표 부임 이후 공격적인 SO 인수 행렬은 사실상 멈춘 상황이다. 지배회사인 LG유플러스와의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LG헬로비전만의 '단독 행동'은 어렵다. 송 대표 역시 SO 플레이어의 추가 인수는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료방송 전액 손상차손, 고강도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까
하지만 송 대표가 2019년 12월 부임하며 영업권 손상이 발생하기 사라졌다. 유료 방송의 업황이 어두워진 점을 반영한 것이다. 정기 보고서 구성의 핵심인 감사인들도 2019년 회계연도부터 영업권 손상평가를 핵심 감사사항으로 꼽을 정도였다.
![](https://image.thebell.co.kr/news/photo/2025/02/11/20250211081315816_n.png)
유료 방송 시장이 부진한 점을 반영하더라도 손상차손의 반영 속도는 매우 빠르게 진행됐다. 감사인이 영업권을 핵심 감사사항으로 꼽은 2019년부터 손상차손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 해 말 LG헬로비전의 연결 기준 영업권은 4903억원이었는데 이듬해 말 1690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2023년 말 LG헬로비전의 연결 기준 영업권 규모는 245억원으로 줄어든 이후 지난해 3분기까지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2018년말과 비교하면 95.84% 감소했다.
결국 빠른 속도로 줄던 영업권은 지난해 말 전액 손상차손 처리됐다. 과거 LG헬로비전이 인수한 SO의 가치가 회계적으로 모두 사라졌다는 의미다. LG헬로비전이 기대했던 SO 부문의 미래 수익이 더 이상 보장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송 대표는 LG헬로비전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처음으로 '경영 효율화'를 직접 언급했다. 성과가 낮은 기존 사업은 정리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업권 가치가 회계상으로 사라졌기 때문에 경영 효율화의 첫 대상은 SO 부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송 대표는 지난달 진행한 신년 타운홀 미팅을 통해 "새해에는 질적 개선과 경영 효율화에 집중하는 한편, 홈과 미래 사업에서 추가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어려운 상황일수록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가장 중요한 목표에 집중하고 체계적인 과정 관리로 성과를 창출하는 강한 실행력을 발휘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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