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2월 12일 07시0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 실적발표회는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높았다. 시장이 예상한 수준에서 영업손실과 순손실이 발생했지만 오히려 이 부분에서 시장의 궁금증과 의문은 커졌다. 애널리스트들은 연달아 질문을 쏟아냈다. 성낙선 재무혁신본부장(CFO)을 비롯해 주요 임원들은 시장의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부실이 얼만큼 더 진행될지와 반등은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될지가 이날 IR의 주요 관심사였다. 경영진과 애널리스트들의 질문과 답변은 마치 힘을 겨루듯 쉴새 없이 이어졌다. 현실과 미래 사이에서 영점을 맞추듯 같은 주제의 질문과 답변이 단어와 어순을 바꿔 되풀이됐다. 서로 진의를 살피고 진실을 파악하기 위한 고도의 공방전 같았다.
불과 3년 전 롯데케미칼은 시장의 기대를 받는 기업이었다. 2022년 5월 진행된 롯데케미칼의 미래 성장 비전 ‘Every Step for GREEN’ 발표는 시장에 기대감을 심었다. 당시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재무적 목표 ‘매출 50조원’ 달성, 비재무적 목표 ‘탄소감축성장’을 내용으로 하는 ‘2030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불운이 겹쳤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화학산업 시황 저하, 글로벌 공급과잉 등 악재가 연거푸 터졌다. 대규모 투자에 나선 롯데케미칼의 재무부담은 날로 커졌다. 판로를 찾지 못한 제품은 창고에 쌓여갔고 실적은 나날이 저하됐다. 끝을 알 수 없는 부진이 지속됐다. 202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롯데케미칼은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롯데케미칼은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까. 올해도 시황은 여전히 비관적이다. 다만 롯데케미칼은 조심스럽게 분위기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이번 IR에서 롯데케미칼 임원들이 제시한 시장 전망은 이전과 의미가 다른 것 같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정교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미국과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등 생산 시설을 일부 매각해 몸집을 가볍게 가져간다는 전략이다. 반면 증설도 제한적으로 추진한다. 무한 확장보단 수익이 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해 생존력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희망도 보인다. 중국에서의 제한적인 수요 회복과 인도네시아 등 시장 상황도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롯데케미칼은 에틸렌과 폴리머 제품에 대한 증설과 알루미늄박 등 전기차소재 등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 플라스틱 리사이클링 등 미래 친환경 신기술 신규 투자도 지속한다.
시장에선 여전히 롯데케미칼에 대한 의문을 거두지 않고 있다. 롯데케미칼에서 제시한 바닥론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바닥을 찍었고 일회성 부실 등 리스크 요인을 모두 털어냈다고 자신한다. 그 토대 위에 새로운 기회를 찾아 미래를 도모하겠다는 각오다. 시장과 투자자들의 예상이 빗나가기를 바란다. 롯데케미칼이 조심스럽게 제시한 사업전략이 장밋빛 전망으로 바뀌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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