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신지형도]체급 높인 '기업은행',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⑫외형 키우고 수익성 높아졌지만…'건전성 관리' 과제로
조은아 기자공개 2025-03-21 11:49:39
[편집자주]
영원한 1등은 없다. 국내 은행권만큼 이 말을 잘 대변하는 업권도 없다. 성숙기에 접어든 지 오래지만 매년 높은 성장세를 보여주며 순위 역시 요동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지속가능경영, 내부통제, 상생금융 등 시대의 흐름이 은행권을 관통하면서 은행권 지형도가 새롭게 짜이는 모양새다. 은행권 전반의 변화와 현황 그리고 각 은행의 대응 전략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9일 07시34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BK기업은행에게 코로나19는 기회로 작용했다. '중소기업의 버팀목'이라는 설립 취지대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자산을 늘리며 몸집을 불렸다. 마침 고금리 기조를 만나며 외형 성장이 손익 개선으로도 이어졌다.그러나 빠른 성장은 그림자를 남겼다. 급격하게 몸집이 커지면서 주요 건전성 지표가 큰 폭으로 악화했다.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거의 10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전망도 좋지 않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대출 점유율 23.6%…역대 최고
기업은행은 코로나19 특수를 제대로 누렸다. 기업들의 유동성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출 수요가 폭발했다. 저금리와 코로나19 지원정책 등에 힘입어 기업은행은 주력인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대상 기업금융에 대거 힘을 실었다.
지난해 기준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247조2000억원에 이른다. 중소기업대출 잔액이 240조원을 돌파한 은행은 기업은행이 처음이다. 증가세 역시 가파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62조7000억원이었는데 이후 매년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증가율은 52%에 이른다.
이 시기 기업은행뿐만 아니라 대형 시중은행들도 너나 할 것 없이 기업대출에 공을 들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수치다. 지난해 기준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시장 점유율은 23.6%에 이른다. 역대 가장 높다.

타이밍도 좋았다. 코로나19 종식과 맞물려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지면서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순이자마진(NIM)이 상승하면서 기업은행의 이자이익이 늘어났다. 2019년 5275억원이던 이자이익은 지난해 7276억원으로 40% 가까이 증가했다. 여기에 기업은행 특유의 낮은 영업이익경비율(CIR)도 한몫했다. 기업은행은 주요은행 중 CIR이 가장 낮다. 국책은행이라는 특성상 인건비가 낮기 때문이다.
늘어난 대출자산, 높아진 기준금리, 뛰어난 경영 효율성 등 삼박자를 갖추면서 순이익이 급증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매년 1조원대 초중반에 그쳤던 순이익은 2021년 2조원대로 급증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3년간 2조4000억원대에 머물고 있는데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체급 차이가 뚜렷하다. 말그대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기업은행의 또다른 경쟁력은 조달 능력이다. 정부가 보증하는 중소기업금융채권(중금채)을 발행해 자금을 모으기 때문이다. 조달 특수성에 힘입어 기업은행의 수입이자 대비 지급이자 비율은 10%대 초중반으로 주요은행 가운데 가장 낮다. 다른 은행의 경우 40~50%, 최대 70% 수준이다.

◇건전성 관리 '빨간불'…고속 성장 부작용
빠른 성장에 따른 그림자도 존재한다. 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지난해부터 극심한 노사 갈등을 겪고 있으며 최근 240억원 규모의 배임 사고도 발생했다. 기업은행에서 10여년 만에 발생한 수백억원대 금융사고다.
건전성 관리 부담도 커졌다. 기업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지난해 말 1.34%까지 높아졌다. 1년 전보다도 0.29%포인트 높다. 최근 10년 사이 가장 높았던 때가 2017년(1.36%)인데 이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갔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대출이 많은 탓에 원래도 NPL비율이 높은 편이었는데 한층 악화되고 있다.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의 NPL비율이 지난해 대부분 0.2%대를 기록한 점과 대조된다. 연체율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은행의 연체율은 2023년 말 0.60%에서 지난해 말 0.80%로 높아졌다. 절대적 수치가 가장 큰 걸 넘어 상승폭 역시 주요은행 가운데 가장 컸다.
비이자이익 역시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기업은행이 거둔 비이자이익은 254억원에 그쳤다. 늘어나기는커녕 되려 줄어들고 있다. 2019년까지만 해도 550억원에 이르렀으나 지난해엔 반토막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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