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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달나라에서 온 숫자 같습니까"

김보겸 기자공개 2025-03-21 12:02:31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9일 07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표가 목표치를 제시하는 순간 실무진은 진땀을 뺀다. 한국 상장사 대표들이 주주들에게 숫자를 제시하는 건 흔치 않다. 행여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밀려드는 투자자들의 질의는 물론 언론의 추궁까지. 목표치 제시를 "말실수"로 여기는 분위기도 허다하다. 물론 내부적으로는 목표를 세우더라도 이를 주주들에게도 공개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미국의 CEO처럼 목표치를 구체적으로 밝히라"는 요구가 나오기도 하지만 현실화되는 건 쉽지 않다.

'한국'캐피탈의 정상철 대표는 달랐다. 취임 첫 날인 2023년 4월 2일, 직원들과의 첫 상견례 자리에서 순익 1000억원 달성 목표치를 제시했다. 그가 오기 직전 순이익은 600억원대였다. 캐피탈업계가 호황이었다고는 하지만 직원들조차 믿지 못하는 수치였다. 정 대표는 반문했다. "달나라에서 온 숫자 같습니까?"

순익 1000억원에 꽤나 진심이었던 모습이다. 정 대표가 제시한 목표는 '복무계획서(군인공제회가 최대주주인 만큼 한국캐피탈 대표의 출사표는 복무계획서 형태를 띤다)'에 그대로 담겼다. 캐피탈업계 사실상 유일한 상장사인 한국캐피탈의 순익 목표치는 주주들과 언론에도 공유됐다. 말 그대로 아메리칸 스타일인 셈이다.

확신을 갖고 제시한 목표치는 철저한 계산에 근거한다. 금융업 인생 대부분을 은행에 몸담아온 정 대표의 캐피탈행에 여전업계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은 의구심 섞인 눈초리를 보냈을 터다. 하지만 바로 그 은행 시절 정 대표는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대출목표 1000억원'을 세운 이후 대구은행을 제치고 국민은행 지점으로 1등 성적을 냈다. KPI와는 별개로 본점 지침을 따르기보다는 지점 현실을 분석해 목표를 설정한 결과다.

정 대표 체제에서 3년차를 맞은 한국캐피탈의 순이익은 우상향을 그리며 성장 중이다. 작년 말 기준 벌어들인 순이익은 811억원이다. 취임 2년 만에 순익 증가율 25%를 기록한 것이다. 1000억원 목표 역시 그의 말마따나 '달나라에서 온' 수치가 아니다. 실제 딛고 서 있는 영업기반에 대한 철저한 계산을 통해 나온 숫자다.

정 대표는 목표를 수치로 제시하고 계획을 실현해 간다. 한국 금융업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이 접근법이 한국 상장사들도 충분히 따라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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