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주조는 지금]규제의 틈에서 갖춘 자생력, 준비된 플레이어 부각②전통주 온라인 판매 제외 '한계' 여전, 정부 수출 전략과 접점 형성 기대
정유현 기자공개 2025-04-21 07:59:54
[편집자주]
지난해 최대 실적을 달성한 지평주조가 글로벌 영토 확장에 본격적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K-푸드의 위상이 높아지며 전통주에 대한 해외 수요가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글로벌 프리미엄 주류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전략을 가동하는 모습이다. 더벨은 지평주조의 재무 상태, 지배구조, 미래 사업 방향성을 중심으로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7일 09시4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류는 정부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산업 중 하나다. 산업 진흥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자니 국민 건강과 사회적 부작용 우려가 뒤따르고, 반대로 규제를 강화하면 '무한경쟁'의 자유시장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 막걸리 산업 역시 이 같은 정책 딜레마 속에서 규제 방향에 따라 등락을 반복해왔다.2000년대 초반 일부 규제가 풀리고 한류 열풍에 따라 기회를 맞았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구조적 경쟁력 부족으로 뚜렷한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지평주조는 정부 정책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체력을 갖추기 위해 품질 고도화와 브랜딩 전략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왔다.
최근 들어 전통주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다시 강화되면서 이제는 정책과 시장 경쟁력이 처음으로 맞물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지평주조가 이를 성장 모멘텀으로 삼아 새로운 도약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 정책따라 등락 반복한 막걸리 산업, 규제 완화 불구 실효성 제한적
1960년대 들어 쌀 부족 현상이 심화되자 정부는 양곡 소비 절감을 위해 막걸리 제조에 백미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 조치를 시행했다. 전통적으로 쌀로만 막걸리를 빚어오던 지역 양조장들은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에 큰 혼란에 빠졌다.
정부는 대체 원료로 밀가루를 활용한 양조법을 표준화하고 기술 강습을 실시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밀가루와 전분당 기반으로 제조된 막걸리는 맛과 품질이 급격히 저하됐고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전국적으로 양조장이 대거 폐업하며 전통주 산업은 본격적인 쇠퇴기에 접어들게 된 것이다.
이후 2000년 전통주 제조 면허 제도 완화, 2008년 전통주 산업 육성법 제정, 2009년 일부 전통주 온라인 판매 허용 등 규제는 점진적으로 완화됐지만 막걸리 산업 전반이 실질적 수혜를 체감하긴 어려웠다. 특히 지평주조는 제조 방식은 전통적이지만, 정부가 규정한 전통주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온라인 판매 혜택조차 받지 못했다.
지평주조는 제조 방식은 전통적이지만 농업회사법인 혹은 영농조합법인 형태가 아니다. 무형문화재나 식품명인이 제조하지 않는 등 정부가 정한 전통주로 분류가 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온라인에서는 아직까지 지평주조의 막걸리를 구매하지 못한다. 전통주 산업 지원 정책은 제도적으로 확장하고 있지만 막걸리 사업이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은 제한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지평주조는 생산 설비를 확대하고 '전통'과 '깔끔함'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했으며, SNS를 중심으로 한 타깃 마케팅 전략을 통해 젊은 소비자층과의 접점을 넓혔다. 즉 제도적 혜택보다는 브랜드의 독자적인 방향성과 전략적 마케팅 역량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도 지평주조는 외부 변수에 기대지 않고 자체 브랜드 전략과 유통 확장을 통해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공고히 하고 있다. 지방 로컬 마켓부터 글로벌 시장까지 새로운 접점을 주도적으로 개척하며 단순한 전통주가 아닌 '일상에서 즐기는 대중주'로서 막걸리의 이미지를 재정의하고 있다.
지평주조 측은 "주류법상 지평주조는 온라인 판매가 불가한 상황"이라며 "고객의 편의성과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온라인 판매 채널을 강화하고자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고 설명했다.
◇쌀 공급과잉 사태 해결 위한 전통주 지원, 해외 수출 지원 수혜 기대
최근 정부 정책 흐름은 지평주조도 기대를 걸만한 부분은 있다. 정부도 최근 쌀 공급 과잉 사태 해결을 위한 '쌀 산업 구조개혁(2025~2029년)' 정책을 발표하며 전통주 산업 육성에 다시 고삐를 죄고 있다. 주세 감면 구간 확대, 주원료 기준 완화 등 제조업체 부담을 낮추는 규제 완화책이 포함됐다.
해외 수출 지원도 추진할 예정이다. 전통주 수출 확대를 위해 정부는 해외 특화 유통 채널을 지원하고 국제 식품 박람회와 현지 판촉 행사 등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지평주조도 막걸리를 'K-라이프스타일 음료'로 재포지셔닝하며 한류 트렌드를 중심으로 한 젊은 해외 소비자층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평주조는 이미 2020년부터 미국, 캐나다 등 한인 마켓을 중심으로 수출을 이어왔다. 지난해에는 △저온 살균 △병입 기술 △효모 안정화 등 제조 공정 고도화를 통해 유통기한을 늘린 '살균막걸리'를 개발, 수출 전용 제품도 출시했다.
올해 안에는 수출국을 20개국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향후 정부의 전통주 수출 지원 정책과 맞물릴 경우 시너지는 더욱 클 것으로 기대된다.
지평주조 관계자는 "현재는 정부 정책의 직접적인 수혜를 체감하고 있다기보다 관련 제도 개선과 지원 방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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