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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파트너, PEF의 진화]"모든 직원 만나봐요", PEF 전략 핵심은 '성장'④신규 투자로 성장 지향, 기업 밸류업 없이 엑시트 장담 못해

최재혁 기자공개 2025-04-24 07:55:48

[편집자주]

시장 내 사모투자펀드(PEF)의 입지가 확대되면서 '재무적 투자자'를 넘어 '운영자(Operator)'로서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다수의 거래를 통해 체질을 바꾸고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장기적인 가치 창출과 책임 있는 경영 관여로 투자 생태계의 신뢰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더벨은 PEF의 긍정적 변화와 그들이 만들어낸 실질적 성과를 집중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8일 14시0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PEF 운용사를 둘러싼 '먹튀'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인수 뒤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단기 수익을 챙긴 뒤 빠져나간다는 인식이다. 애초부터 PEF에 대한 대중적 신뢰가 높았던 건 아니지만 최근 일부 사례를 계기로 부정적 시선이 더욱 짙어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는 사모펀드의 구조와 운용 현실을 오해한 시선이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단기 차익보다 장기적인 가치 제고를 전제로 움직이는 것이 PEF의 기본 구조라는 주장이다. 성과 없는 엑시트는 불가능하고, 이는 통계와 실무 사례에서도 확인된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팔기 위해선 키워야 한다' 현실 직시

먹튀 논란은 본질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PEF 업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된다. 사모펀드의 수익 실현 구조상 엑시트(투자금 회수)는 필수지만 그 전제가 바로 기업가치 제고다. 기업가치가 올라야 매각이 가능하고, 매각이 가능해야 펀드 수익도 발생한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결국 팔기 위해선 키울 수밖에 없다"며 "성과를 내야 기관투자자(LP)들에게 설명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망가뜨리고 돈 벌 수 있다는 건 현실과 거리가 먼 이야기"라며 "오히려 '잘 키워야 팔 수 있다'는 절박함 속에서 움직인다"고 덧붙였다.

PEF는 LP 자금을 기반으로 하는 위탁운용사다. 고의적 구조조정이나 자산 헐값 매각이 단기적으로는 실현 가능해 보여도 다음 LP 펀드레이징에서 '낙제점'을 받으면 하우스의 생명도 끝이다. 하우스 전체의 명운이 달린 문제인 셈이다.

실제로도 사모펀드는 투자 이후 철저한 PMI(Post Merger Integration, 인수 후 통합) 작업을 통해 기업 체질 개선과 외형 확장을 병행하며 가치 제고를 도모한다. PMI 과정을 거쳐 성공적인 엑시트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기본 공식이다.

최근 잇따라 성공적인 엑시트를 기록한 중견 PEF 운용사 관계자는 "인수 후 먼저 하는 일 중 하나가 해당 기업의 직원들과 미팅을 갖는 것"이라며 "바이아웃 투자의 경우 직원 수가 많지 않은 중소·중견기업이 많은데, 가능하면 전 직원을 한 명씩 만나 면담하면서 기업을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고 말했다.

엑시트 이후에도 피투자기업 경영진이나 직원들과 연락이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라 기업 운영 과정에서 실질적인 조력자로 역할하면서 쌓은 신뢰가 유지되는 셈이다.

◇통계로 확인된 PEF의 기업가치 제고 '성장 공식'

피인수기업에 대한 PEF 운용사의 진심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PEF 운용사가 포트폴리오 기업을 보유한 평균 기간은 3.8년이며, 이 기간 동안 기업가치는 평균적으로 3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지점은 기업가치가 어떻게 높아졌느냐다. 전체 가치 변화 가운데 73%는 매출액 증가에서 비롯됐고 가치평가배수 변화가 36.2%를 차지했다. 반면 이익률은 오히려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PEF 운용사가 '기업 내실을 갉아먹는 식'의 단기 수익 위주 투자를 추구했다면 이익률 중심의 실적 개선이 뚜렷하게 나타났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오히려 이익률은 소폭 감소했고 외형은 성장했다. 단기 성과보다는 매출 확대를 통한 기업가치 상승에 초점을 맞췄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PEF 운용사가 기업의 성장을 유도한 사례는 적지 않다. VIG파트너스의 경우 바디프랜드, 써머스플랫폼, 윈체 등에 투자했는데, 해당 기업들의 매출이 평균 250% 증가했고 고용 역시 140% 늘어난 바 있다. 한앤컴퍼니도 쌍용C&E, 케이카 등에 투자해 고용과 투자를 함께 끌어올렸다.

설령 시장 환경이나 내부 변수 등으로 인해 실적이 악화하더라도 운용사가 이를 외면하기는 어렵다. LP들의 감시 아래 운용책임을 지는 위탁운용사(GP) 입장에서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기업가치를 회복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실제로 일부 운용사는 보다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며 책임을 다하고 있다. E&F프라이빗에쿼티의 임태호 대표는 실적 부진에 빠진 포트폴리오 기업의 대표이사를 직접 맡아 재건을 주도하고 있다.

결국 PEF의 투자 전략은 '되팔기 위한 성장'이라는 현실 위에 놓여 있다. 일부 사례가 논란을 키웠지만 모든 투자를 같은 잣대로 판단하긴 어렵다. 자본의 특성이 그렇듯 사모펀드의 행동도 상황에 따라 다양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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