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어 프로파일]개척자의 자격을 묻는다면, 반기일 지평 외국변호사동남아 IPO부터 우크라이나 M&A까지, 국내 로펌 최초 실적 다수
최재혁 기자공개 2025-04-14 08:04:24
[편집자주]
인수합병(M&A) 시장은 국내 로펌에게 신성장동력이 됐다.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송사 업무에 쏠렸던 무게중심 또한 자연스레 M&A 섹터로 이동했다. M&A 법률 자문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고 서비스의 질도 향상됐다. 그에 걸맞게 맨파워 또한 풍성해졌다. 더벨은 법률시장의 성장을 이끈 M&A 자문 핵심인력들을 조망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7일 14시0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낯선 땅에 길을 내는 사람들을 우리는 ‘개척자’라 부른다. 익숙함에 안주하기보다, 불확실성 속으로 먼저 걸어 들어가는 사람들. 법무법인 지평의 반기일 외국변호사(사진)는 그 단어가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법조인이다. 라오스·캄보디아 등 국내 로펌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시장에서 가장 먼저 발을 디딘 그는, 제도를 정비하고 투자 흐름을 설계하며 길을 냈다.지금은 크로스보더 자문을 이끄는 국제거래 전문가로 자리잡았지만, 반 변호사의 진짜 강점은 여전히 ‘현장에 먼저 가보는 자세’에 있다. 낯선 곳에서 먼저 길을 내는 개척자의 정신으로 반기일 변호사는 오늘도 지평과 함께 새로운 지도를 그리고 있다.
◇성장 스토리: 낯선 곳에 길을 내다
반기일 변호사의 첫 이주는 초등학교 시절, 교육을 목적으로 가족과 함께 떠난 뉴질랜드였다. 이후 웰링턴대학교 법학과에 진학해 법조인의 꿈을 키웠고, 2008년 학부 졸업 후 2010년 시드니 로스쿨을 마쳤다. 같은 해 3월,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법무법인 지평에 입사했다.

입사 당시 지평은 동남아시아 진출을 본격화하며 라오스 사무소를 출범시켰다. 반 변호사는 곧장 초대 사무소장으로 파견됐다. 국내 로펌 업계에선 생소한 시장이었지만, 이민 경험 덕분에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적었던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반 변호사의 ‘개척 정신’이 발휘된 순간이었다.
그는 라오스에서 단순한 법률자문을 넘어, 현지 자본시장의 체계를 마련하는 데 이바지했다. 한국거래소(KRX)와 함께 라오스증권거래소(LSX) 설립을 도왔고, 라오스 코라오그룹(현 LVMC)의 한국 IPO(기업 공개)도 수행했다. 현지 시장의 제도적 틀을 정립해나간 그의 활동은 단순한 로펌 업무를 넘어 ‘시장 개척’의 의미를 지녔다.
2년 후, 반 변호사는 캄보디아 사무소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 기업의 캄보디아 투자 열기가 뜨거운 시기였다. 그는 부동산 개발, 농업 및 조림업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자문을 제공했다.
2014년 서울 본사로 복귀한 이후에도 동남아 투자 자문을 전담하며 ‘동남아 스페셜리스트’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국내 금융기관의 캄보디아 투자 중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건을 찾기 힘들 정도다.
낯선 시장에서의 경험과 개척자 정신은 그에게 ‘최초’라는 수식어를 연이어 안겼다. 한국 기업의 첫 캄보디아 투자 자문, 최연소 해외 사무소장, 최연소 그룹장, 최연소 선임외국변호사 등이 그를 수식하는 타이틀이다.

◇자문 스타일 및 철학: '해외진출 동반자', 먼저 가보고 함께 걷는다
반 변호사의 동남아 자문 철학은 철저히 ‘현장 중심’이다. 동남아 지역의 투자 거래는 바이(Buy), 셀(Sell) 양쪽 모두에게 낯설고 어색한 경우가 많다. 투자자는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피투자 기업은 대규모 자금 유치 경험이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반 변호사는 양측을 오가며 이해를 조율하고, 거래가 성사될 수 있도록 전후방에서 부지런히 움직인다.
'현장에 있어야 할 타이밍은 고객이 정한다'는 그의 말처럼, 한 달에 최소 한두 번 이상은 해외 출장이 필수다. 직접 대상 기업의 사업장을 둘러보고 경영진을 만나며 고객의 의사결정을 돕는 것이 그의 기본적인 업무 방식이다.
실사보고서 역시 단순히 법률적 분석에 그치지 않는다. 투자 대상국의 시장 환경, 국가 리스크, 실무 관행에 이르기까지 입체적인 정보를 담는다. 이는 지평이 다년간 축적한 동남아 시장 데이터 베이스와, 반 변호사의 현장 경험이 결합된 산물이다.
그는 특히 동남아에서 ‘법과 실무의 괴리’를 자주 목격해왔다. 법에 명시된 내용과 실제 관행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단순한 법률자문을 넘어선 종합적 컨설팅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예를 들어 사소한 정관에도 모든 주주의 서명을 요구하는 관행, 폐쇄적인 지배구조로 인한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 등은 외부 투자자에게는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된다.
이런 차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반 변호사는 계약서를 쉽고 명확하게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현지 기업들이 이해할 수 있게 법률 용어 하나하나 풀어 설명하는 것이 협상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오해를 줄이고 협상력을 높이는 반 변호사만의 비결이다.
◇트랙 레코드 1: 캄보디아 첫 IPO, ‘프놈펜수도청’ CSX 상장
‘최초’라는 수식어는 영광이지만, 동시에 무거운 책임이기도 하다. 앞서 걸은 이가 없는 길에서는 매뉴얼도 지도도 없기에, 일의 방향부터 방법까지 직접 그려야 한다. 이렇게 처음 그린 노선은 훗날 같은 길을 가는 이들에게 기준이자 이정표가 된다. 반 변호사에게 캄보디아 공기업 프놈펜수도청(PPWSA)의 캄보디아증권거래소(CSX) 상장 자문은 그런 작업이었다.
당시 그는 회계, 법률, 지배구조, 사업계획, 주석 등 모든 항목을 아우르는 증권신고서 작성을 주도했다.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 주재원들과 함께 며칠 밤을 새워가며 인수계약(Underwriting Agreement)의 초안을 완성했다.
반 변호사는 “당시에는 증권신고서 형식조차 정해지지 않아, 모든 항목을 처음부터 정립해야 했다"며 "단어 하나하나의 해석과 문맥을 현지 언어로 옮기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만든 기준이 훗날 하나의 공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어느 하나 허투루 넘길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보다 체계적인 작성을 위해 지평 IPO팀의 DB를 적극 활용했고, 현지 로펌과 협업하며 절차의 정합성을 점검했다. 그렇게 완성된 신고서는 캄보디아 기업공개 시장의 ‘표준’이 됐다. 단순한 자문을 넘어 상장 제도의 출발선을 만든 셈이다.
◇트랙 레코드 2: 계엄령 속 딜, 포스코의 우크라이나 곡물수출터미널 인수
해외를 무대로 한 크로스보더 M&A에서 정치적 리스크는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된다. 특히 정세가 불안정한 국가일수록 예상치 못한 이슈에 대비해야 한다.
2018년 11월 28일, 반 변호사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우크라이나 곡물수출터미널 인수 자문을 위해 현지 출장길에 올랐다. 그런데 그날,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와의 국경 충돌로 인해 일부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거래가 무산될 수도 있는 위기 상황. 반 변호사는 신속하게 현지 상황을 파악했고, 실사만 네 차례 진행하며 현지 기업 사정과 경제 환경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포스코 측 의사결정을 도왔다. 이후 현지 주주와의 협상에서 딜 성사 가능성을 전달했고, 결국 거래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는 인수 대상 기업의 법률 실사를 꼼꼼히 수행하는 한편, SPA·SHA 작성, 자금조달 구조 설계 등 종합적인 자문을 제공했다. 반 변호사는 그날을 '쉽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내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려준 소중한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계획: ‘처음’을 넘어 ‘다음’을 준비한다
반 변호사는 “지평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로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경쟁 로펌이 진출하지 않은 지역에 대한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개척·확장해나갈 계획이다.
그는 한국과 동남아 간의 상호 투자 흐름에도 주목하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 기업의 동남아 진출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동남아 기업의 한국 진출·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지금이야 말로 그가 쌓아온 아웃바운드 자문 경험과 네트워크를 역으로 활용할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묵묵히 개척자의 길을 걸어온 반기일 변호사. 그 길은 오늘도 지평과 함께 한 걸음씩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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