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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된 한국물 발행환경, 다양해진 발행전략 색다른 만기·다른 통화 등 전략 세우기 분주

한희연 기자공개 2013-10-16 11:36:30

이 기사는 2013년 10월 14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한국물 시장은 발행을 준비하는 기관들로 그 어느 때보다 북적거리고 있다. 발행 수요는 차고 넘치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한 목소리로 '요즘 발행시장 참 어렵다'고 얘기한다. 상반기중 쏟아지는 악재에 미뤄 미뤄 하반기로 왔지만 하반기 또한 변동성이 큰 시장이 이어지긴 마찬가지다. 게다가 내년 상반기 만기도래 물량을 미리 조달하려는 곳이 많아 발행 수요가 몰리면서, 투자자들의 입김은 더욱 세졌다.

9월 말부터 한 주에 2~3개의 딜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1~2년 전처럼 최저금리 경신 등 한국물 기록 세우기 릴레이는 언감생심이다. 이제는 변동성이 크고 예상치 못한 악재가 많은 상황에서, 그나마 확보한 윈도우를 얼마나 잘 활용하고 전략을 잘 세우느냐가 성패를 좌우하는 시장이 됐다. 환경 변화에 맞춰 발행사들의 전략 고심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 최근 4주간 한국물 12건 발행…시장 변동성은 어느 때보다도 커진 상황

9월 말 한국물 발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많아야 주당 1~2건 정도 이뤄지던 한국계 공모 해외채권 발행이 9월 넷째 주(9월 23~9월 27일, 납입일 기준)에만 4건이 이뤄졌다. 지지난 주(9월 30일~10월 4일)에도 4건, 지난 주(10월 7일~10월 11일)와 다음 주(10월 14일~10월 18일)에는 각각 2건이 이뤄지는 등 최근 4주간 12건의 발행이 이뤄졌다.

하지만 달러를 중심으로 한 발행시장 상황은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다. 상반기 말부터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했던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이슈는 지금까지도 확실한 향방을 보이지 않으면서 계속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잠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미국 정부의 부채한도 타결과 관련, 정부폐쇄 등의 이슈로 이어지며 달러채권 발행시장에는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와중에 한국물 발행 대기물량은 산적해 있다. 상반기 북핵 등 여러 이슈로 발행을 미뤄왔던 곳고, 내년 초 만기도래 물량을 미리 차환하고자 하는 곳이 겹쳐 발행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투자 수요보다 발행 수요가 많아지면 발행 가격 산정 시 투자자들의 입김은 점차 세질 수 밖에 없다. 1bp라도 낮은 금리로 발행을 성사시켜야 하는 발행사들에겐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국제금융시장 한 관계자는 "오늘을 무난하더라고 내일 당장 프라이싱을 할 수 없을 만한 이슈가 터질 수 있을 정도로 예측 불가능한 시장이 지속되고 있다"며 "요즘 발행에 나서는 발행사들은 예년처럼 굉장한 기록 세우기를 기대하기보다는, 큰 이슈 없이 그럭저럭 적합한 수준으로 딜이 잘 관리(Managing)되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녹록치 않은 현실에 발행사들의 전략은 더욱 고도화되고 다양해지고 있다. 일단 채권 발행에 나서기만 하면 최저금리를 경신하며 성공적으로 발행했었던 지난해와는 상황이 180도 변했기 때문이다. 남과 다른 전략을 내세우거나 본인의 조달 수요에 딱 맞는 통화를 선택하는 등의 고민이 없으면, 괜히 해외채권을 발행한다고 나섰다가 망신만 당하고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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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달러채지만 색다른 만기전략 선택·다른 조달통화 물색 등 발행사 고심 깊어져

지난 8일 새벽 국민은행은 5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 프라이싱을 마쳤다. 최근 한국물 시장, 특히 달러시장에 한국계 발행사들이 대거 몰린 탓에 뭔가 다른 전략을 쓰지 않으면 흥행은 장담할 수 없었다. 국민은행은 한국물들이 5년 부근 달러채권에 주로 몰렸다는 점에 착안, 3년 만기의 변동금리부채권(FRN) 발행을 꾀하기로 했다. 3년 FRN과 5년 고정금리채는 투자수요처가 다르다.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주 투자처인 은행이 망가지면서, 3년 FRN은 거의 발행되지 않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투자 수요가 살아났다고 판단했다. 색다른 발행 형태는 최종 발행금액의 6배에 달하는 투자자 호응을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이 됐다.

같은 날 저녁 한국가스공사는 유럽 시장에서 5억 유로 상당의 유로화채권 프라이싱을 성사시켰다. 달러 시장이 흔들리고 있는 와중에 유럽 시장 또한 영향을 피할 수는 없지만, 일정 만기에서는 달러조달 대비 낮은 조달 금리를 달성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유로화 채권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행으로 달러대비 18~22bp낮은 조달금리를 달성했을 뿐 아니라, 국책은행을 제외한 한국계 공기업으로는 처음으로 5억 유로 이상 대규모 발행을 성사시켰다는 타이틀도 거머쥐게 됐다.

현대캐피탈은 달러시장이 흔들리는 틈을 타, 강점이 있는 일본 시장을 이용하기로 했다. 지난 10일 오전 250억 엔의 사무라이본드 가격 책정을 마쳤다. 이번 채권으로 10회차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달성하는 등 이미 일본시장에서는 나름 인지도가 있는 현대캐피탈이었다. 남들 다 시도하는 달러에서 불안해 하며 발행을 하는 것보다, 변동성이 큰 상황일수록 강점을 갖고 있는 시장을 활용하는 것이 낮다고 생각한 것이다. 가이던스 제시의 경우에도 북 빌딩 모멘텀을 살릴 수 있게 처음에는 관대하게 나갔다. 결국 주문이 많이 들어와 최종 발행가격이 상당히 타이트하게 결정된 것을 감안하면 가이던스 제시 전략도 잘 먹혔다는 평가다.

앞으로 시장 변동성은 더 커질 것이란 분석이 많은 만큼, 같은 달러라도 만기 등 발행 형태를 달리 가져가거나 아예 새로운 통화시장을 물색하는 등 발행사들의 전략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최근 해외채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진 IBK기업은행은 지난 9월 말 넌딜로드쇼(NDR)을 통해 투자자 동향을 파악하고 돌아왔다. 기업은행은 주관사 선정시부터 달러화와 유로화 모두를 태핑하며 혹시모를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포스코의 경우 일본 시장에서의 조달을 생각하고 있다. 지난 주 투자 은행(IB)들에게 사무라이본드 발행에 대한 제안서를 받고, 전략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달러를 준비하고 있는 곳들 중 은행권을 중심으로 5년 아닌 다른 만기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기관이 있기도 하고, 공기업을 위주로 스위스프랑이나 호주달러 시장 태핑 소식도 들리고 있다.

국제금융시장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달러를 준비하면서도 다른 조달 통화 시장을 같이 고민하는 기관이 많아졌다"며 "변동성이 큰 만큼 여러 경우의 수를 확보해 놓고 시장 상황에 맞게 대처하려는 수요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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