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12월 07일 07시2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년 전 대한전선은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12월 3일 대한전선에게 회계처리 기준 위반에 따른 매매거래 정지를 통보했다.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올해 3월 심의를 거쳐 대한전선에게 2016년 3월 25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같은 달 자본잠식률 50% 이상 사유로 인해 관리종목에 지정되는 아픔도 겪었다.그 후 임직원과 채권단의 노력, IMM PE의 인수가 있었고 대한전선은 빠른 속도로 정상화의 길을 걸었다. 이에 대한전선 자금팀은 지난 달 19일 한국거래소에 개선계획 이행여부에 대한 심의요청서를 전격적으로 제출했다. 부여된 개선기간보다 4개월 가량 앞서 요청서를 제출한 셈이다.
거래소 공시부 기업심사팀 관계자는 "심의요청서 접수 후 기업심사위원회는 아직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면서 "이번 주에 개최될 예정이고 10일까지 상장적격성 유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대한전선의 요청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문제가 됐던 회계처리 기준 위반 사항은 이미 전액 재무제표에 반영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손실 발생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또 한국거래소 상장 규정에 따르면 기업심사위원회는 기업의 계속성, 경영의 투명성, 기타 공익과 투자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을 내린다. 특히 기업의 계속성을 볼 때 재무상태가 건전한지 살펴보며 세부심사항목에 자본잠식의 정도 등이 포함돼 있다.
대한전선은 지난 3월 심의 당시 비지배지분을 제외한 자본잠식률이 97.4%에 달해 불리하게 작용했지만 올해 3분기 말에는 7%에 불과하다. 2분기부터 흑자를 내고 있는 만큼 올해 사업연도가 끝나면 자본잠식상태가 완전히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기업심사위원회의 판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대한전선은 매매거래정지와 관리종목 지정이라는 암흑 같은 터널의 끝에 서있다. 하지만 이는 하나의 과제를 해결한 것에 불과하고, 지금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며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우선 원자재 가격 변동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전기동이 원재료비의 약 65%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전선업체들은 민감한 영향을 받는다. 국내 한 사모펀드(PEF)는 확률적으로 구리(동)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해 전선업체에 투자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기업 운영에 있어 행운을 바라는 것과 같다. 실제로 런던 금속선물거래소(LME: London Metal Exchange)에 따르면 구리가격은 글로벌 광업회사들이 감산계획을 밝혔지만 5000달러가 깨졌고 지난 4일 기준 4637달러다. 최대소비국인 중국의 성장둔화, 투기세력 진입 등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상품 등 여러 방안을 비교해 급등과 급락을 대비할 수 있는 정교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 대한전선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도 시급하다. 국내는 유지보수 시장으로 규모가 갈수록 작아지고 있어 해외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 상황인데 만만치 않다. 국내에서 초고압케이블을 생산하는 업체는 대한전선, LS전선, 일진전기, 가온전선 4개사다. 하지만 중국만 따져도 초고압케이블 제조가 가능한 업체가 30개가 넘어 출혈 경쟁이 벌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내달리고 있다.
이 같은 시장위험을 파악한 최진용 대한전선 사장(대표집행임원)은 역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분기 연속 흑자를 축하하는 인사를 건네자 그는 기자에게 "감사하다"면서도 "안정적 성장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부침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대한전선 계열 전선업체 티이씨앤코의 대표집행임원도 겸직하게 된 그는 어떤 돌파구를 생각하고 있을까. 대한전선이 올 한해를 성공적으로 보낸 것처럼 내년에도 성과를 얻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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