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8월 17일 07시3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자의 출입처가 '중후장대' 분야에서 다른 쪽으로 바뀌기 직전인 지난해 초였던 듯하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그야말로 내우외환에 휩싸여 있었다. 수천억 원대 손실이 한꺼번에 터지자 대주주 산업은행에 대한 비판이 정치권 이슈로까지 번졌다. 그 해 3월경 임기가 마무리될 예정이었던 고재호 전 사장의 후임 사장 인선까지 시끌시끌했다.당시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신임 사장으로 간택했던 이가 정성립 현 사장이다. 사장추천위원회가 정 사장을 추천하자 이사회에서 일사천리로 이를 통과시켰다. 노조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셌다. 2001년~2006년까지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를 이미 역임한 바 있던 '정통 대우맨'이었지만, 직원들 눈에는 '산업은행이 보낸 낙하산'으로 비쳐졌나 보다. 노조는 금속노조를 등에 업고 낙하산 저지를 위한 총파업을 벌이겠다며 이곳 저곳을 들쑤셨다.
그런 노조의 반발 여론을 잠재웠던 것은 바로 정 사장 본인이다. 정 사장은 이사회에서 선임 안건이 통과된 동시에 거제도 조선소 현장을 가장 먼저 찾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험한 일을 당하실 지도 모른다"는 아래 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조를 직접 만나 자신에 대한 불신을 본인 스스로 깨겠다고 나섰다. 노조는 정 사장과 대면 뒤 강경한 자세를 수그러뜨렸다. 정 사장 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직원들과 화합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서는 노조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의중을 진심으로 전한 것이 마음대 마음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년여 뒤. 기자가 활동 영역을 옮겨 출입하고 있던 대우건설에서 동일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사추위 단계부터 위원들간 갑론을박이 벌어졌을 정도로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거셌다. 박창민 현대산업개발 고문을 두고 낙하산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진 계기가 됐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끝까지 박 고문을 밀어 붙여 최종 후보로 그를 선택했다. 노조를 중심으로 한 반발 여론은 여전히 거세고, 또 이들은 낙하산 저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과거 대우조선해양에서 벌어졌던 사태와 닮아도 너무 닮았다.
다른 점은 뭘까. 바로 사장 내정자의 태도다. 박창민 사장 내정자는 사추위 후보자 추천과 이사회가 마무리 된 지 일주일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공식적으로 어떤 의사도 밝히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 내정자를 두고 오는 9월 국정감사에서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나선 상황이고, 또 노조도 합세해 청문회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서명 절차에 돌입했다. 박 내정자는 그러나 대우건설 직원들에게 무언가 뜻을 전달하기는 커녕, 어디서 뭘 하는 지 아무도 모를 정도로 두문불출이다.
이제 박 내정자에 대한 의혹을 꺼내고 꼬집을 시기는 지났다고 본다. 밖에서 뭐라고 떠들든, 박 내정자가 사임 의사를 밝히거나 산업은행이 이제 와서 뜻을 꺾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여론의 숱한 뭇매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했던 산업은행이, 이번 인선 절차로 인해 현 대우조선해양처럼 다음 정권에서 어떤 상황을 맞이할 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제 박 내정자의 사장으로서 적절성 여부를 따질 만한 시점은 지났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박 내정자의 현재 태도가 국내 최대 건설사인 대우건설을 이끌 준비가 과연 돼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는 점은 여전히 지적할 만한 일이다. 준비된 후보라면 이 같은 논란들을 지금처럼 '모르쇠'로만 대응할지 의문이다. '정통 대우맨'만 앉았던 대우건설 사장 공모에 지원한 그 순간부터 이 같은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했을까. 불과 1년여 전 거의 동일했던 일이 대우조선해양에서 있었다. 침묵이 능사가 아니란 것을 정 사장이 이미 보여줬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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