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3월 16일 08: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잔 칼망. 1997년 122세로 세상을 떠난 프랑스의 세계 최고령자 할머니다. 이 할머니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1960년대 중반 90세였던 칼망 할머니는 부양해줄 가족이 없어 전재산인 집 한 채를 47세의 젊은 변호사에게 팔기로 했다. 계약조건은 할머니가 사망할 때까지 그 집에 거주하면서 매달 2500프랑(약 50만원)을 받는 것이었다.
젊은 변호사는 할머니가 100살까지 산다고 해도 시세보다 싼 가격에 집을 살 수 있다고 판단해 얼른 계약을 맺었다. 그보다 더 일찍 죽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절대 손해 보지 않는 계약이라 여겼다.
그런데 할머니는 100세를 훌쩍 넘어 122세까지 살았다. 변호사는 할머니에게 집값의 두 배가 넘는 90만 프랑(=2500프랑*12개월*30년)을 지급해야 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변호사가 할머니보다 2년 먼저 사망했다는 점이다.
결국 변호사는 생전 그 집을 소유해보지도 못하고 가족을 대신해 할머니를 부양한 셈이다. 그렇다면 변호사의 계약은 처음부터 잘못된 계약이었을까?
아마도 변호사 입장에서는 나름 괜찮은 계약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변호사가 계약과정에서 간과한 사실이 있다. 할머니가 생각보다 오래살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수명과 관련해서 어느 연령에 도달한 사람이 그 이후 몇 년 동안이나 생존할 수 있는가를 계산할 때 '기대여명'이라고 표현한다.
가령 아래 표처럼 2015년 생명표에 0세 기대여명 79.0세(남), 50세 30.8세(남)라고 한다면 50세 시점의 기대여명은 상식적으로 79.0세-50세= 29세이어야 하지만 실제 50세 기대여명은 30.8세로 약 1.8세(30.8세-29세)편차가 발생하고 있다. 반대로 여성의 경우는 85.2세에서 50세를 뺀 35.2세지만 실제로 50세 여성의 기대여명은 36.4세로 1.4세정도 편차가 난다.
이 말은 각 연령별로 기대여명의 편차 즉 '서바이벌 바이어스(survival bias)'가 발생하고 특히 남성이 여성보다 편차가 커 평균수명 증가속도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사망확률도 과거와 달리 남녀 모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보다 오래살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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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우리나라는 세계 최장수국으로 등극할 전망이다. 마지드 에자티 박사 팀이 OECD 35개국의 남녀 평균수명을 예측해 세계적 의학전문지 랜싯(The Lancet)에 기고한 논문에 따르면, 2030년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수명은 약 91세로 세계 최초로 90세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성의 평균수명은 약 84세로 헝가리에 이어 2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잔 칼망의 이야기가 남의 나라 일로만 여겨지지 않는 이유다. 만약 잔 칼망 할머니가 변호사와 종신계약을 하지 않고 90세에 집을 팔고 그 목돈으로 생활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100세 이후에는 극심한 빈곤에 허덕였을 것이며 세계 최고령자 타이틀도 얻지 못하지 않았을까.
고령화시대엔 죽기 전에 자산이 고갈되면 큰일이다. 특히 연금제도와 복지제도가 풍요롭지 못한 우리나라는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죽기 전에 고갈되면 생활의 급추락은 불 보듯 뻔하다.
그러나 잔 칼망 할머니처럼 죽을 때까지 자산에서 소득흐름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해놓으면 걱정은 끝이다. 칼망 할머니는 부양가족이 없어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따지지 말자. 이것저것 따지다간 누가 오래 남느냐는 자산과 수명의 경쟁에서 내가 이기고 마는 불행에 직면할 수 있다.
보유한 자산과 일반적인 기대여명을 기준으로 은퇴설계와 길어진 노후를 대비하면 오히려 자산의 수명보다 더 오래 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보유자산을 길어진 수명에 매칭(matching) 시키는 '자산의 연금화'가 생각보다 오래사는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태우 한화생명 연구위원
국제공인 재무설계사(CFP)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연구위원
경희대학교 (Pension & Finance) 박사과정 수료
보험연수원 연금(은퇴설계) 전문가 양성과정 교수
생명보험협회 사회공헌위원회 위촉 노후설계 전문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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