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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 "'신뢰 끈' 잡고 벼랑서 돌아왔다" [부동산 디벨로퍼 열전]④"디벨로퍼는 공익영역 '성공' 화답해야...도심활력 '자투리' 개발 관심"

김경태 기자공개 2017-07-19 08:02:52

[편집자주]

우리나라는 부동산 투자가 활발하지만 정작 명함을 내밀만한 시행사는 손에 꼽힌다. 땅만 있으면 작은 자본으로도 얼마든지 부동산 개발이 가능한 현실 탓이다. 대부분 생명이 짧은 '반짝 시행사'가 주를 이뤘다. 최근에는 부동산 훈풍을 타고 규모와 실력을 갖춘 시행사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재조명을 받고 있다. 더벨이 디벨로퍼(developer)라 불리는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봤다.

이 기사는 2017년 07월 17일 11: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사진)의 얘기를 듣는 동안 문득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포수로 꼽히는 요기 베라(Yogi Berra)의 명언이 떠올랐다. 피데스개발은 국내 주택개발 사업 강자지만 한 때 역사 속으로 사라질뻔 한 위기를 겪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
김 대표는 약 10년간 망가진 프로젝트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직접 만난 그는 위기 속에서 더 단단해진 고수처럼 보였다. 인터뷰 내내 단어와 발음 하나까지 신경 쓰면서 차분하게 얘기를 풀어나갔다.

고난의 시기가 약이 됐을까. 피데스개발은 올해 역대 최대 매출을 노릴 정도로 성장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포인트를 정확히 짚어내고 트렌드를 이끄는 부동산 디벨로퍼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장의 화두인 '도시 재생'에 대해서도 나름의 전략을 세우고 두각을 드러낼 준비를 마쳤다.

◇"평택 용죽지구 기사회생, '시장 신뢰' 가장 큰 수확"

김 대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업으로 평택 용죽지구 도시개발사업을 꼽는다. 피데스개발은 2006년부터 사업비가 7000억 원을 웃도는 평택사업을 추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 닥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당시 주변에서 '엎고 새로 시작하라'고 했다"며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었고 매일 밤 기도하며 지냈다"고 말했다. 이어 "300명이 넘는 조합원들의 압박과 미군기지 이전 지연 등으로 사업성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평택 부동산 시장이 궁극적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안 죽고 버티면 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회상했다.

그 후 생존을 위해 발버둥 쳤다. 프로젝트 매니지먼트(PM) 업무로 수수료를 챙겨 이자 비용을 갚아나갔다. 다른 사업장에서 벌어들인 돈을 대부분 평택 현장 이자비용 충당에 투입됐다.

김 대표의 간절함이 통했기 때문일까. 마침내 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피데스개발은 지긋지긋한 적자 고리를 끊고 2015년 흑자로 돌아섰다. 새로운 사업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올해 매출이 사상 최대인 6000억 원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그는 "사업을 마무리 지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무엇보다 시공사와 금융권 등 시장 신뢰를 얻은 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데스개발은 '도망가지 않고 끝까지 책임지는 회사'라는 평판을 얻게 됐다"고 덧붙였다.

◇국내 디벨로퍼 '프로리그' 진입, 소비자 트렌드 읽어야

김 대표는 이제 국내 부동산개발 업계가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설 시기라고 예상했다. 그는 "과거가 '실업리그'였다면 이제 '프로리그'가 출범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주현 엠디엠(MDM)그룹 회장과 정춘보 신영그룹 회장처럼 자본과 실력을 갖춘 디벨로퍼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디벨로퍼들이 공공성에 대한 고민을 더 한다면 시장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그는 "디벨로퍼는 자신이 하고 있는 개발 행위를 사업현장 주변 사람들이 납득하고 수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끊임없는 설득과 협의를 통해 주변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디벨로퍼는 사업을 성공시키는 게 최대 목적이며, 그 자체가 공공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부동산 개발 사업이 실패하면 수많은 피해자가 생긴다. 또 현장이 흉물로 방치되면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된다.

사업 성공을 위한 디벨로퍼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소비자 수요 파악과 트렌드를 읽는 안목'을 꼽았다. 아무리 좋은 프로젝트라도 소비자에게 선택받지 못하면 사업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고객의 수요에 맞게 상품이 공급되고 있는지 디벨로퍼와 시공사 등 관련 업계 모두가 고민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피데스개발은 정확한 소비자 분석을 위해 2009년부터 주거 공간 트렌트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며 "처음에는 연구 자료를 주변과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격년으로 공식적인 발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의 다양한 공간 수요는 생물과 같이 살아 움직이며 진화하고 발전한다"며 "'끊임없이 공간을 혁신하여 공간가치를 창조'하는 디벨로퍼로 기억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도시재생, 활력에 초첨 맞춰야...'인필 개발' 주목

김 대표는 부동산 시장의 화두인 '도시재생'에 대해 물리적 보존과 복고가 아닌 도시의 '활력(Activity)'을 살리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도시재생은 활용도와 기능이 떨어진 것을 지금 시대에 맞게 바꾸는 작업"이라며 "보존해야 할 가치와 추억은 남길 수 있지만 물리적으로 모든 부분을 그대로 유지시키는 것은 도시재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도 옛날 느낌을 주도록 하면서 건물을 새로 짓는다"며 "사람들이 모이고, 가고 싶어 하는 공간을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일본의 사례를 들며 도시재생을 민간이 주도해야 성공할 것이라 전망했다. 도시재생 역시 '사업'이기 때문에 공공과 주민이 이끄는 도시재생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도시재생으로 인해 생길 새로운 트렌드로 자투리 땅을 특성에 맞춰 개발하는 '인필(infill) 개발'을 꼽았다. 도시재생 과정에서 수도권의 주택 수요가 높아지다 보면 공급이 되고 남은 땅을 개발하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그는 "인필개발을 통해 수요가 많은 공간을 창출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며 "올해 초 매입한 안양 백화점 부지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백화점용도를 주거와 상업 용도로 바꿔 주변 수요를 충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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