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8월 31일 08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수막걸리를 생산하는 서울탁주는 1962년 술도가 구조조정을 거쳐 탄생한 서울지역 막걸리 제조회사다. 군소업체들을 하나로 묶어 지역 단위 조합을 만들었다. 주주만 무려 51여명에 달한다. 주주들의 고액 연봉이 세간에 알려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비단 서울탁주 뿐만 아니라 부산을 연고로 한 부산합동양조도 상황이 비슷하다.서울탁주는 출범 당시 51개 제조장을 12개로 통합했다. 현재는 영등포·구로·강동·서부·도봉·성동·태능 등 7곳으로 통·폐합됐다. 그렇게 전국적으로 술도가들의 통·폐합이 이뤄졌다. 몇 개 안 남은 막걸리 제조장들은 규모의 경제를 이뤄 소주와 맥주로 재편된 주류 시장에서 명맥을 유지했다.
술도가를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기존 술도가 주인들에게는 새로 만들어진 조합의 지분을 나눠줬다. 현재 제조장 대표들은 대부분 초기 협동조합원들의 2, 3세들이다. 이들은 비상근으로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각자 속한 제조장으로부터 배당금만 받는다.
"달리기를 시작했지만 방향도, 방법도, 결승점을 통과하고 나서의 보상도 정하지 못했다. 그저 달리는 주자들이 낙오자 없이 한 방향으로 달리기를 바랄 뿐이다." 국적 선사들의 과당경쟁을 해소하기 위해 출범한 한국해운연합의 현 상황이다.
14개 컨테이너선사들이 치킨게임을 벌이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협의체를 꾸렸지만 아직 나아갈 방향도, 구조조정 방식도 합의된 게 없다. 그저 '더 이상의 출혈경쟁은 공멸의 길'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협상 테이블에 모였을 뿐이다. 당장 이들을 하나로 묶어 해법을 제시할 만한 묘수는 없다. 정부도 이들에게 일방적으로 통·폐합을 강요할 수 없다.
2M을 중심으로 해운동맹이 강화되며 시장의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해운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규모를 키우고 있다. 중국 최대 국적선사인 코스코는 홍콩의 OOCL을 인수했다. 일본도 NYK, MOL, K-Line 등 3곳의 컨테이너 선사를 하나로 통합했다. 국적 선사들 간의 출혈 경쟁을 예방하고 규모를 키워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다.
국내 해운사들은 이런 시장 질서 변화 앞에 맨 몸으로 서 있다. 당장 각자가 잘 알고, 인프라가 잘 구축된 시장에서는 수익이 날 수도 있다. 그러나 시장의 변화를 막을 수는 없다. 대형화된 글로벌 선사들이 아시아 시장에서 정기노선을 더욱 확대하고 이를 기반으로 가격 경쟁에 나선다면 우리 선사들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다.
역내에 몰려있는 선사들의 노선을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의 주도로 조금 더 큰 회사가 조금 더 작은 회사를 인수·합병하는 방식은 반발을 나을 수 있다. 통합에 참여한 누구나 회사의 주인이 되고, 후대까지 그 지위가 유지되는 막걸리 회사들의 통합에서 해운업 구조조정의 실마리를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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