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부 차원 '가상화폐 규제 합의도출' 속도낼까 법무부·금융위 등 부처간 의견 좁히기 힘들 듯
안경주 기자공개 2018-01-18 11:31:45
이 기사는 2018년 01월 17일 13: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에 칼을 빼들었지만 정부부처 간 합의된 규제 방안을 내놓는 데 시일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상화폐 대책 등과 관련해 긴밀한 협조와 정책결정 과정의 면밀한 관리를 당부하면서 규제 혼선 논란은 일단락 되는 분위기지만 규제 방안에 대한 정부부처 간 의견 차가 크기 때문이다.업계 안팎에선 당분간 가상화폐 실명제 도입 등 현행법 테두리에서 가상화폐 거래를 규제하면서 정부부처 간 합의 도출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날(16일)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혼선' 양상과 관련해 "부처 간 협의와 입장조율에 들어가기 전에 각 부처의 입장이 먼저 공개돼 정부부처 간 엇박자나 혼선으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으로 '가상화폐 폐쇄' 발언으로 시작된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혼선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가상화폐 규제와 관련한 정부부처 간 혼선을 질타한 만큼 합의되지 않은 규제안이 발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강력한 규제에 나설지, 아니면 가상화폐를 거래 수단으로 인정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범정부 차원의 합의된 규제안을 만드는 데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를 강화할 수도 혹은 완화할 수도 있지만 정부부처 간 의견 차가 크기 때문이다.
우선 금융당국은 비정상적인 가상화폐 거래 안정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위원회는 현행법인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유사수신행위법)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 행위를 제안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 자체는 합법적으로 보지만 시세조정 등 비정상적인 거래를 부추기는 불법행위에 대해선 엄단하겠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세금 부과를 통한 가상화폐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상화폐 시세차익을 노린 거래로 인해 과열 양상을 띄면서 과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기재부는 현행법상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 과세가 가능하다고 보고 부가가치세·거래세·양도소득세 부과 등을 검토 중이다. 기재부의 규제안 역시 가상화폐 거래가 합법이라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반면 금융위나 기재부의 방안은 법무부가 검토하는 방안과 차이를 보인다. 법무부는 투기 목적의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국회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특별법 제정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까지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가상화폐 거래 자체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가상화폐 규제 중 가장 강력한 방안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법무부는 가상화폐 거래를 불법으로 보고 규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금융위나 기재부는 비정상적 거래를 안정화 시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며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달라 의견을 조율해 합의된 목소리를 내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동안 범정부 차원에서 가상화폐와 관련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왔지만 의견을 조율에 번번이 실패했다. 금융위와 기재부 등 경제분야 관계부처들은 지난 2016년 11월부터 '가상화폐 제도화 TF'를 운영하고 가상화폐에 대한 정의, 가상화폐 거래소 등록제, 자금세탁방지, 외환 규제 등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후 가상화폐 투기 과열 양상이 보이자 지난해 7월 법무부와 검찰, 경찰 등을 포함한 범정부 차원의 TF로 확대·개편했지만 합의된 규제안을 아직까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범정부 차원의 가상화폐 규제안이 당장 나오기 어려워지면서 당분간 금융위가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 실명제 도입 등 은행과 연계해 간접 규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통상 비트코인·리플 등 가상화폐 거래를 위해선 은행의 가상계좌가 필요하다. 가상계좌는 빗썸·업비트·모인원 등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은행에 개설한 법인계좌의 자(子)계좌들이다. 이들 계좌를 통해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투자자들이 돈을 넣고 뺀다. 특히 가상화폐 실명제가 도입되면, 가상화폐 거래소의 회원은 아무 계좌로나 입출금 거래를 할 수 없고 가상화폐 거래소가 이용하는 은행의 계좌를 통해서만 거래가 가능하다.
한편 업계에선 가상화폐 안정화를 위한 규제를 찬성하면서도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등 극단적 방안 보다는 사회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블록체인협회 관계자는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와 같은 극단적인 규제 또는 세금부과 등 무조건 가상화폐 사용을 억제하겠다는 전략을 쓰기 보다는 사회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가상화폐가 지닌 장점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 MNC솔루션 고속성장, 'K-방산' 피어그룹 압도